“나 다음 달에 스코츠데일(Scottsdale)로 여행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거기, 어디?”라고 반문할 것이다. 속된 말로 듣도 보도 못한 이곳은 여행 버킷 리스트에는 도통 얼굴을 드러내 않는 지역이다. 하지만 알게 된다면 홍대병 걸린 사람처럼 나만 알고 싶다고 말하게 되리라 확신한다.
사막이 펼쳐진 스코츠데일에서 보낼 48시간은 놀랍도록 다양한 층위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미 남서부 지역 특유의 감성은 물론 유서 깊은 올드타운 거리에는 맛집들과 수상 경력 쥔 스파들이 자리하니까. 고급 리조트들은 그 값 지불하는 것이 아깝지 않을 다양한 놀 거리를 펼쳐 보인다.
숙소 예약
앞마당이 매력적인 ‘The Scottsdale Resort at McCormick Ranch’가 있다. 푸르른 앞뜰은 입구에 들어서는 당신을 환대하며, 누군가의 미소처럼 밝은 인상을 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남서부 풍의 장식과 데크가 딸린 게스트룸, 부대시설인 스파, 챔피언십 골프 코스가 마련되어 심심할 틈이 없다. 수영장에서는 영화 감상도 할 수 있다고. 모든 것이 완벽한 초호화 리조트다.
톡톡 튀는 색들의 향연, ‘Saguaro Scottsdale’은 마치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생의 감각 넘치는 낙원처럼 느껴질 거다. 기분 좋게 취하기 좋은 훌륭한 마르가리타, 아름다운 수영장도 내세울 거리지만 올드타운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도 중요한 포인트.
특별한 감성으로 물든 낭만적인 밤을 보내고 싶다면, ‘Bespoke Inn’을 추천한다. 아츠 디스트릭트에 자리한 이 부티크 호텔은 아늑한 안뜰과 에어비앤비 숙소 같은 말끔한 방, 메인 거기로 나갈 때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자전거 렌털 서비스가 마련돼 럭셔리하면서도 친근한 분위기로 투숙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맛집
‘Snooze’라는 상호를 들으면 뉘앙스 덕에 눈꺼풀이 무거워질 수도 있지만, 클래식한 요리에 살짝 변화를 준 메뉴들로 가득하다. 아침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브렉퍼스트 팟 파이 베어 물면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다. 칠리 베르데 베네딕트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업사이드다운 파인애플 팬케이크를 시도해봐도 좋다. 좀 더 가벼운 식사를 원한다면, 올드타운의 자랑거리인 ‘Cartel Coffee Lab’에서 커피 한 잔과 패스츄리가 살아있는 크루아상을 먹자.
‘Tacos Jalisco’는 꼭 필요한 것만 갖춘 올드타운 멕시칸 식당으로 저렴하지만 맛은 기가 막힌, 가성비 내리는 스팟이다. 특히 카르네 아사다는 촉촉, 보들보들의 컬래버로 황홀한 맛을 선사한다. 톡 쏘는 맛의 자메이카 주문 시에는 구운 할라페뇨를 사이드로 꼭 시켜 곁들이자. 매운맛 덕후라면 강추.
또 스코츠데일에는 Best New Restaurant로 지명된 ‘Citizen Public House’가 있다. 이곳은 베이컨 팻 팝콘, 커피를 문질러 풍미를 살린 갈비, 아티초크 리큐어와 셰리주가 들어간 올레 몰과 같은 신기한 칵테일들로 바 메뉴를 풍성하게 채웠다.
스코츠데일이 빠르게 식도락의 성지가 되어가고 있다는 건 ‘Fat Ox’가 말해준다. 이 레스토랑은 ‘셰프가 운영하는 이탈리안’이라고 칭하지만 펑키한 탈레지오 퐁듀나 비곗살과 파르메산, 트뤼프 버터를 넣은 가르가넬리 파스타와 같은 메뉴가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탈리안 대명사 라자냐 같은 음식과는 한참 거리가 먼 새로움을 입속에서 만끽하자.
칵테일 한 잔 기울이고 싶을 때는 ‘Goldwater Brewing Company’와 ‘Fate Brewing Co.’, 그리고 ‘Two Brothers Tap House’로 펍 뽀개기를 계획하자. 여유가 된다면 푹신한 의자와 가죽 커버 책들이 놓여있을 것 같은 주류 밀매점 감성 ‘Beverly on Main’도 들러야 한다. 칵테일 이름 작명 센스도 남다르니 메뉴판 정독 재미도 놓치지 말자. 마지막으로 응답하라 1959, 분위기의 ‘Coach House’도 있다.
관광지
여름의 스코츠데일은 정수리 공격하는 불지옥이 따로 없지만, 아웃도어 마니아들의 성지다. 록의 아이콘 엘리스 쿠퍼는 이 도시 ‘Las Sendas Golf Club’에서 정기적으로 18홀 경기를 즐긴다고. 자연 속에 파묻히고 싶은 이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있다. 스코츠데일 전역을 따라 난 약 644km 넘는 선인장 길로 잊을 수 없는 경관을 보여준다. 이 중에서도 ‘McDowell Sonoran Conservancy’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아드레날린이 넘치는 이들은 VR 아레나와 아케이드, 미니 볼링장이 구비된 0.5km 실내외 카트 트랙 경기장 ‘Octane Raceway’에서 물 만난 고기가 될 거다.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VIP 느낌 볼링장, ‘Skylanes’는 재미뿐 아니라 극강의 럭셔리함까지 갖췄다.
야구팬들은 미리미리 ‘Spring Training’을 예약해두자. 자이언츠, 록키즈, 다이몬드백은 모두 스코츠데일에 오프 시즌 홈을 두고 있다. 그 작은 경기장을 방문한 팬들이라면 자신의 최애 선수들을 더욱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쇼핑
5번가에 가면 예술과 공예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물론 밥 공원의 말 분수와 빈티지 파사드에서도 그런 매력을 느낄 수 있다만, 오늘날 이곳은 수많은 가게와 식당, 갤러리들이 모두 밀집돼 힙을 원한다면 좌표를 찍어야 한다. ‘Kactus Jock’에서 금속 공예 제품과 애리조나 핫소스를, ‘On the Edge Gallery’에서는 들고 가기에는 힘드니 집으로 보낼 예술 작품들을, 그것도 아니라면 ‘Leela’에서 소중한 사람을 위한 선물을 골라보자.
앤틱 제품과 유니크한 소품들을 찾고 있다면 ‘The Brass Armadillo’로 발걸음을 옮기자. 꼭 구매하지 않더라도 SNS에 찍어 올리기만 해도 많은 이들과 눈요기를 할 수 있을 거다. 수백 개의 상점이 포진해 있으니 당신은 밑도 끝도 없이 이상하거나, 엉뚱하거나, 멋스러운 아이템들을 마주칠 수밖에.
만약 마지막 밤을 위한 특별한 옷 한 벌이 필요하다면 하이엔드 부티크 ‘Fashion Square’로 직행할 것. 5만 평이 넘는 부지를 자랑하는 이곳에서 핸드메이드 터키석, 순은 쥬얼리부터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숍까지 만나볼 수 있다.
떠나기 전 알아야 할 것들
- 가는 법: 인천 출발 시 직항은 없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경유해 파닉스 스카이 하버(PHX) 국제공항으로 들어가자. 스코츠데일 시내와 약 16km 떨어져 매우 가깝다.
- 여행 최적 시기: 여름이 비수기, 겨울이 성수기다. MLB 춘계 훈련을 보고 싶다면 2월과 3월에 방문하면 된다. 단, 사람이 많을 테니, 북적이는 인파가 싫다면 이 시기는 피할 것.
- 현지 통화: US 달러
- 언어: 영어
- 교통수단: 스코츠데일은 걸어 다니기 편리한 도시다. 게다가 시내에는 무료 트롤리도 있고, 택시의 기능을 겸하는 골프 카트도 준비돼 있다. 만약 시내 중심과 떨어진 곳에 묵어 렌트를 해야 한다면 주차공간도 곳곳에 있으니 파킹 걱정은 접어도 좋겠다.
- 해봐야 할 것: 여름에 스코츠데일을 방문한다면 미친 듯이 물을 마셔대야 한다. 기온 자주 38도를 찍고, 열대야 상시 대기 중이니까.
- 여행 팁: 인생에 길이 남을 경험을 위해서라면 ‘Taliesin West’에서 나이트 라이트 투어를 시도해보자. 입이 쩍 벌어질 예술과 건축, 우주의 경이로움을 한 번에 느끼게 해줄 유일무이한 곳일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