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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보다 강한 약속, 서울모닝커피클럽
2024-09-25T17:03:01+09:00

진정한 ‘굿모닝’을 추구하며.

미라클 모닝의 등장은 잔잔하던 우리의 아침에 큰 파동을 일으켰다. 어스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자기 계발을 하는 그야말로 ‘갓생’의 트렌드를 만들어 냈기 때문. 그 흐름에 맞춰 아침을 함께하는 모임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지만, 지금까지 활동을 유지하는 단체는 드물다. 하지만 폭풍이 지나간 잔해 속에서도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서울모닝커피클럽(SMCC)이다.

서울모닝커피클럽이란

준비물은 아침 알람뿐

서울모닝커피클럽은 이름 그대로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 모임이다. 보통 오전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만남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출근 전에 가볍게 몸과 마음을 깨우는 역할을 한다. 뚜렷한 목적성이 없는 만남이기에 부담은 제로. 그저 소소한 대화를 곁들인 티타임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모임장 역할을 하는 호스트가 능숙하게 대담을 이끌어주니 내향인도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매일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에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오는 공지를 확인하고, 모임을 개최하는 호스트에게 DM으로 참여 신청을 하면 끝이다. 인원은 5명에서 8명 정도가 모이고, 참가비는 본인이 마실 커피값만 계산하면 된다. 모임은 성수, 당산, 광화문, 용산 등 폭넓은 장소에서 열리는데, 최근에는 부산이나 제주처럼 서울 외 지역은 물론 해외에서도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이쯤 되면 드는 근본적인 의문. 사람들은 아침에 그렇게 힘들게 일어나서 왜 커피만 마시는 이곳에 참여하는 걸까?  더 발전적이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곳도 많을 텐데. 하지만 목적 없는 가벼움이야말로 서울모닝커피클럽의 핵심이다. 모닝 루틴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발판에 가깝달까. 거창한 무언가부터 시작하기보다, 이른 시간에 몸을 일으키고 집을 나서는 일이 자연스러워지는 게 우선이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내 삶에 도움이 될 인적 자원을 사냥하듯 물색하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모임 중에는 명함 교환을 지양한다는 규칙까지 있을 정도. 서로를 비즈니스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다 보니 오히려 더 깊이 있고 끈끈한 연결이 형성되기도 한다. 창설된 지 이제 갓 2년이 넘었지만 SMCC의 팔로워는 현재 8천 명에 육박한다.

직접 가본 서울모닝커피클럽

부담 없는 자리인 건 확실하다

설명만으로는 와닿지 않을 수 있겠다. SMCC의 현장을 느껴보고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모임에 직접 참여해 봤다. 평일과 주말 각각 한 번씩 나갔고, 지역은 명동과 성수, 시간은 동일하게 8시였다.

조금 이른 시작

서울모닝커피클럽의 활동은 사실상 전날부터 시작된다. 꼭두새벽에 기상하기 위해 서둘러 잠자리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저녁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아야 했고, 자연스럽게 이전보다 계획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약속은 알람보다 강하다는 SMCC의 표어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얼굴을 인증하고 만나는 자리가 아니기에,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는 조금은 어색하게 기웃거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경력직의 호스트가 새내기의 분위기를 읽고 SMCC 오셨냐고 먼저 말을 걸어준다. 자리를 안내받고 각자 마실 커피를 받아오면 모임은 시작이다.

일상처럼 편안한 대화

대화는 10초 자기소개로 출발한다. 에디터가 참여한 날에는 일반적인 직장인부터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님, 프리랜서, 유학생까지 다방면으로 모였다. 아침에 만난다는 모임의 전제조건 덕분인지 대체로 활기차고 건강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직업도 다르고 나이도 천차만별이었지만,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어려움 없이 말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편히 입을 뗄 수 있게끔 호스트가 주제를 던져준다. 여행이나 음식처럼 누구나 한 마디씩 거들 수 있는 가벼운 토픽이다. 에디터는 호주에서 온 유학생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곰탕을 꼽는 진귀한 광경을 직관했다. 특별한 것 없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꾸밈없이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모두를 대할 수 있었다.

대화가 즐거운 만큼 커피잔은 계속 쌓였다.

담백한 마무리

SMCC는 평일에 주로 열리다 보니 1시간 내외로 진행된다. 출근해야 하거나 다른 일정이 있는 인원은 개인 스케줄에 맞춰 자리에서 일어나면 된다. 물론 여유가 된다면 오래오래 이야기꽃을 피워도 좋다. 친목 도모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모임이 끝난 후에도 연락처를 물어보거나 명함을 주고받는 등의 추가적인 교류는 없었다.

모닝 루틴이 익숙지 않은 탓에 평소보다 피로한 감은 있었지만, 동시에 묘한 활력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그 이유는 많았다. 거창하진 않아도 계획한 바를 성취하면서 하루를 시작해서, 이른 시간에 문을 여는 맛 좋은 에스프레소 가게를 찾아서, 진취적인 사람들의 소탈하지만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서. 무엇보다 모닝 루틴을 만들어 가는 첫 단계를 내딛었다는 뿌듯함이 가장 앞서 있었다.

서울모닝커피클럽 대표에게 물었다

누구보다 아침에 진심인 사람

에디터가 참여했던 명동에서의 모임 호스트는 서울모닝커피클럽 창설 멤버인 박재현 대표였다. 그에게 SMCC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질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SMCC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커피는 아침에 마시는 게 제일 좋은데, 왜 서울 대부분의 카페는 10시가 넘어서야 여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다른 수많은 나라의 카페는 일찍부터 문을 여니까. 찾아보니 이른 시간에 여는 곳을 몇몇 찾을 수 있었고, 그곳에서 지인과 모닝커피를 마시던 게 시작이었다. 직접 해보니 생각 이상으로 좋아서 사람들 모아서 같이 해볼까 한 게 여기까지 오게 됐다. 처음에는 이렇게 커뮤니티를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다.

참가자들이 SMCC를 통해 많이 변했을 것 같다.

정신적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느낀다. 불면증을 고쳤다는 사람도 많았고. 그럴 수 있었던 건 진정성이 전제된 모임이기 때문이다. 인사이트를 얻으러 온다든지, 유명한 누군가를 보러 온다든지 하는 식의 목적이 있으면 본질도 흐려지고 지속하기도 어렵다. SMCC는 그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위한, 건강한 나를 발견하기 위한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건강한 마인드의 참여자가 많아 보였다.

아침이 주는 힘이 있다.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고 이곳에 나오겠다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그 힘을 볼 줄 아는 사람인 거다. 만약에 똑같은 형식의 모임이 아침이 아닌 저녁에 이루어졌다면 이렇게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다른 요소도 있겠지만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시간이다.

호스트를 선발하는 기준이 있나.

명확한 기준을 규정해 두진 않았지만, 본인만의 모닝 루틴이 있고 이를 즐기는 사람이 호스트에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그게 아니면 어느 순간 자신이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돈이나 다른 보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SMCC에 나오는 건 지극히 자기 자신을 위한 루틴의 일환이고, 본인의 생활 패턴에 다른 사람이 참여하는 느낌이 돼야 한다.

서울모닝커피클럽의 다음 스텝이 있다면.

회사원들이 많이 오가는 곳 한가운데에,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하는 카페를 열고자 한다. 내부는 밖에서도 훤히 들여다보이게끔 할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면서 SMCC가 이루어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니까.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아침 문화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