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데이트 추천 8, 여자를 추위에 떨게 하지 마세요

경리단길에 수상해 보이는 건물 하나가 섰다. 얼핏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같기도 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공간은 바로 만화방이다. 예능 <하트시그널 시즌 4> 출연자 이후신과 김지민의 데이트 코스로 제대로 눈도장 찍힌 곳. 주말에는 오픈런을 각오해야 하며 19세 미만은 입장 불가로 어른이들의 놀이터다. 입장료는 1만 5천 원. 이 돈을 지불하면 만화책, 그래픽 노블, 백 단위가 넘어가는 아트북, 음료 무제한, 보조배터리 대여 등을 모조리 누릴 수 있다. 술은 별도 판매한다.

7시 이후에는 입장료가 5천 원 할인되며, 주류 구매 시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야간할인까지 해주는 넉넉한 마음이란. 재입장도 가능하다. 3회 방문 시 한 번 무료로 그래픽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 스탬프 찍기를 잊지 말 것. 노트북 사용을 금하니 그래픽에 머무는 동안에는 즐겁게 페이지를 넘기는 일에 집중해 보자. 다만, 오르막길에 있으니 편한 신발을 신고 오시길.

고전영화와 와인, 이 조합을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고혹적인 헵시바 극장은 아직은 갈팡질팡하는 누군가의 마음에 단단히 쐐기를 박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 입장하자마자 본적 없는 독특한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마치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에 온 것 같은 느낌. 지금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게 꾸며진 조명과 트리 장식 덕에 연말 분위기가 물씬 난다.    

공간은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 대화에 집중하며 와인을 즐기기 원하는 이들을 위해 분리되어 있다. 꼭 영화 감상을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눈동자에 건배하고 싶다면 극장 외 좌석으로 안내를 받으시길. 영화는 7시부터 상영되며 주말에는 테이블 당 와인 한 병 주문은 필수. 예약제로 운영되나 워크인도 가능하다. 이용 시간은 최대 3시간. 어둠이 빨리 찾아오는 겨울에 잘 어울리는 와인바다.

‘향친자’가 아니어도 좋다. 향수에 대해 문외한이어도 걱정할 것 없고. 한옥의 정취가 데이트 낭만을 더하는 이곳에서 퍼스널 향수 클래스를 즐겨보자. 400가지가 넘는 향료의 늪에서 길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조향사의 친절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내 취향이 담긴 향수 한 병이 당신 앞에 놓여 있을 테니까.  

향기는 상황,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가장 강력한 기억이다. 그녀와 함께 만든 향이 훗날 지금을 추억하게 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지금 이 조향 데이트가 더 애틋하게 다가올 거다. 제공되는 기록지에는 내가 만든 향 정보를 기입하게 되는 데 추후 이와 동일한 향수를 구매할 수도 있다고. 고뇌, 자유, 사랑을 의미하는 브랜드 일러스트도 패키지까지 완벽하다.

딱딱한 의자, 차가운 시멘트 바닥, 묵은 먼지들이 세월을 말해주는 공공 도서관. 지금 소개하는 손기정 문화도서관은 기존 공공 도서관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손기정 체육공원 뒷편에 자리하고 있는 이 곳은 따뜻한 볕을 받으며 오랜 시간 머무르고 싶은 장소.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MZ세대 젊은 층까지 모두의 발길을 붙잡아 둔다. 붉은 벽돌 외관의 고즈넉함, 큰 창, 내부 샹들리에 조명이 생경하지만 매력적인 장면으로 다가온다.

약 32종의 다채로운 정기 간행물과 22,300여 권의 장서들을 마치 카페에 온 기분으로 찬찬히 음미해보자. 2층 자료실 곳곳에 배치된 다양한 콘셉트의 의자들이 공간을 더욱 아늑하게 완성한다. 날 좋이 좋다면 도서관 앞의 산책로도 걸어보고, 입구에 자리한 작은 연못과 분수에서 추억도 남겨 보시길. 도보 5분 이내 서울로 7017가 있으니 참고할 것.

감성적인 데이트에 마음 쓰는 일도 물론 좋지만, 가끔 아무 생각 없이 몸 쓰며 놀고 싶은 충동이 들 때. 성인판 키카 스몹에 오면 미취학아동이 된 듯 뛰놀 수 있다. 그저 그런 놀이 공간이라 생각하면 오산. 150cm가 넘어야 즐길 수 있는 스릴 넘치는 기구들이 가득하다. 잊지 말고 챙겨야 할 스몹 TPO는 바지, 운동화, 양말.

360 스윙, 클라이밍, 양궁, 트램폴린, 집라인, 버티컬 슬라이드, 집라인 등 기본으로 제공되는 두 시간이 부족하다.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 가면 대기 시간도 무시할 수 없으니 마음먹고 오픈런을 불사해도 좋겠다. 2시간 초과 시 10분 당 2천 원의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현장 결제보다 온라인 예매 시 5%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생일, 첫 이용 할인 등 여러 혜택을 야무지게 사용하도록. 무엇보다 좋은 건 하남 스타필드 주차비가 무료라는 사실.

올해 관람객만 400만 명을 돌파한 ‘국중박’. 언제부턴가 이곳이 교복 입은 학생들의 견학 장소가 아니라 데이트 장소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접근성 좋은 용산이라는 지리적 위치가 한몫했을 것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특별 전시 기획, 높아 보이는 심리적 문턱을 낮춘 홍보 전략도 제대로 통했을 터. 

국립중앙박물관은 워낙 규모가 커 하루만에 모든 소장품을 볼 수 없다. 원하는 구간을 선택해 천천히 역사의 향취를 느껴보자. BTS RM도 굿즈로 갖고 있는 ‘사유의 방’ 반가사유상은 놓치지 말고 그 신비로운 자태를 직접 목도하시길. 이곳의 백미는 박물관샵이다. 한국의 미와 테크 기술의 만남을 보여주는 자개소반 무선 충전기 같은 모바일 액세서리부터 그릇, 오브제 등 다양한 제품들이 눈을 현혹한다. 박물관 안 식당, 커피숍, 찻집 등 먹고 마실 거리도 마련되어 있으니 이색 데이트 코스로는 제격.

이름만 들어도 딱딱해 보이는 한국관광홍보관. 여기에 MZ들이 몰려든다. 연말 분위기로 소란한 청계천 변을 걷다가 들러봄 직한 코스로 ‘다이내믹하고 위트 있는 전 세계 하이커들을 위한 공간’이란 콘셉트에 맞게 층별 볼거리가 풍성하다. 현재는 롤드컵 우승 분위기를 타고 ‘LCK 사진전’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까지 전시 예정이니 ‘우리혁’을 더 크게 보고 싶다면 하이커가 되보자.

2층에는 K-POP 팬들을 위한 공간에서는 숏폼 컨텐츠를 찍으며 놀기에도 그만이다. 뮤직비디오 속 주인공이 되어볼 수 있는 스크린, 설치 조형물들을 십분 이용해 보자. 3층에서는 세계적인 국내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으며 VR 체험존도 마련되어 있다. 당 수혈이 필요할 땐 5층 노티드 도넛 카페에서 쉬자. 일 2회 공간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니 이 공간을 더욱 샅샅이 느끼고 싶다면 오전 10시 30분, 오후 3시 30분 시간에 맞춰 방문해 보도록.

겨울 데이트 최적의 코스는 바로 식물원이다. 연중 내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장소 특성상 한 매서운 추위를 피해 숨어들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데이트 스팟. 서울식물원은 열린숲, 호수원, 습지원, 주제원 등 총 4개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 축구장 70개 크기 거대 식물원이다.

한겨울 푸석푸석한 배경을 지우고 생동감 있는 초록 풍경 속을 그녀와 걸어보자. 마치 다른 행성에 불시착한 듯한 느낌이 들테니. 꽃 사진 수집하기 시작하는 나이라면 셔터 누르기 바쁠 듯. 층고 높은 온실 속에 넘실대는 식물들이 힐링 그 자체다. 야외 정원으로 나갈 때도 표가 필요하니 잘 챙겨두자. 습지원은 강서 한강 공원으로 이어져 걷기 괜찮은 날씨라면 물멍까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