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준, 안정원, 김준완, 양석형, 채송화. 5인 5색 슬기로운 의사 선생님들과 우리에게도 실낱같은 공통점이 있었으니, 어찌 됐건 옷은 입고 신발을 신고 시계는 찬다는 것. 비현실적인 드라마 속 가상 인물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 어쩌면 패션일지 모른다. 스니커즈나 맨투맨, 안경 같은 소품에는 그 사람의 지극히 사적인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성격 등이 짙게 배어나니까. 김준완의 안경을 피팅해보고, 안정원의 시계를 손목에 둘러보자. 양석형의 후디를 입어줄 때면 왠지 더 푸근한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율제그룹 막내 안정원 선생. 따뜻하고, 사명감 넘치고, 심지어 우람한 어깨까지, 새로운 재벌 캐릭터를 보여주는 그의 팔목엔 해밀턴 브로드웨이 데이 데이트 오토매틱이 탑승했다. 요일과 날짜 창 위를 가로지르는 초록 디테일이 시선을 끄는 이 모델은 42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H-30 칼리버 무브먼트가 탑재되었다. 성직자를 꿈꾸지만, 물욕은 있는 편이라고 해야 하나, 재벌치고 검소하다고 해야 하나. 파워리저브는 80시간, 방수는 50m 지원한다.
알고 보면 순둥한 얼굴을 한 김준완 선생의 시크한 면모는 영국 아이웨이 브랜드 린다페로우(Linda Farrow) 안경이 맡았다. 18~22K 로즈 골드로 도금된 티타늄 템플이 고급스러움 방출하고, 페인트를 바른 구리 프레임이 흔하지 않은 색 대비를 연출한다. 물론 준비물은 반듯한 얼굴이겠지만, 안경 하나로 스타일의 화룡점정을 찍고 싶다면 그도 썼던 이 아이템을 눈여겨보자. 브릿지 폭은 18mm, 렌즈 너비는 50mm다.
놀기는 누구보다 잘 놀아서 핵인싸의 롤모델이지만, 공부까지 톱을 놓치지 않고 국시까지 1위를 가뿐하게 먹는 이런 캐릭터는 존재 자체가 사기다. 간담췌외과의 이익준 선생이 그랬다. 하지만 이 먼치킨 같은 의사의 취향은 의외로 소박한데, 그가 신고 있는 엑셀시오르 볼트하이에서 그런 면이 잘 드러난다. 그렇다고 절대 만만하게 보지 말자. 바닥을 감싸는 도톰한 루버 솔은 굉장히 견고하면서도 유니크한 디자인에 한몫 보태고, 빈티지한 질감의 소재도 인상적이다. 이 정도면 가히 가성비 스니커즈의 완성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작품의 시작부터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마치 곰 같은 양석형 선생이었지만, 귀여운 디자인의 후디는 그 이미지를 중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커다란 몸집을 너무나도 귀엽게 만들어준 오묘한 그린 컬러 착장의 정체는 바로 마하그리드의 스몰 아크로고 후디. 특히 색감 하나만큼은 독보적이라 할 정도로 퀄리티가 높다. 또한 적당히 두껍고 박시한 핏으로 스타일링 하기에도 편한 편이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실력과 카리스마의 소유자. 다소 애매하고 곤란한 상황도 그녀의 손에만 들어가면 명료하게 끝장을 본다. 언뜻 보기엔 냉탕인데 뜨뜻한 인간미까지 함께 갖추신 채송화 교수의 픽은 밀튼 스텔리의 MS-15SS 시계. 스퀘어 케이스에 로마자 인덱스로 클래식하면서 세련된 무드를 어필했고,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셰입은 어떤 의상에나 감쪽같이 녹아드는 포용력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