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셉 라키(A$AP Rocky)의 이름 속 당당히 자리한 달러 마크는 그의 자신감을 나타내는 명징한 대목이다. 그리고 이 자신감을 표현하는 방법의 하나는 바로 패션에 있다. 솔직히 말해서 라키의 패션은 많은 사람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그가 걸치면 쿨하고 힙하고 뻔하지 않고 세련돼 보이는 마력까지 발휘한다. 믿지 못하겠다면 스크롤을 아래로 내려보자. 규칙을 깨부수는 그에게서 어떤 영감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라키 스타일에 관해 이야기할 때 ‘2021 멧 갈라’에서 입고 나왔던 의상을 빼놓을 수 없다. 라키는 손바느질 공방에서 DIY 수업으로 완성한 듯한 입이 딱 벌어지는 거대한 퀼트를 입고 나왔다. 이 의상은 브랜드 ERL 디자이너 일라이 러셀 리네츠가 빈티지 샵에서 구한 이불로 만든 것으로 컬러풀함, 과감함, 유니크함의 정석을 보여준다.
이런 그의 대범한 성격은 리한나와 데이트를 할 수 있게 만드는 데 한몫했을 거란 추측도 무리는 아니다. 리한나 역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카만 발렌시아가 코트를 입고 멧 갈라에 등장하며 그의 곁을 빛냈고 빛났다. 몇몇 사람들은 ‘이불 밖을 위험해’를 몸소 실현하듯 담요를 레드카펫으로 끌고 나왔다고 착각했을 수도 있었지만, 그들만큼 멋진 룩을 보여준 커플은 없었다.
라키 스타일은 <GQ>가 ‘힙합씬에서 가장 옷 잘 입는 남자’라고 칭했을 정도로 그 어떤 스타보다 뛰어난 감각을 자랑한다. (제이지는 잠시 눈 감아 주시길.) 로키의 베스트 착장 몇 가지를 둘러보며 오마주로 삼을 만한 아이디어를 쏙쏙 뽑아내 보자.
그가 무대에 오를 때는 다양한 의상을 입고 나타나는데, 그중에서도 손꼽을 만한 것은 2019년 말 스웨덴에서 있었던 콘서트 의상이다. 혹시 #FreeRocky 운동을 기억하는가?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폭행 사건에 휘말려 구금된 그를 트럼프 전 대통령도 빼내기 위해 힘을 보탠 그 사건 말이다. 이 소요가 끝난 후 진행된 첫 콘서트인지라 더욱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그는 콘텐츠의 수익 일부를 스웨덴 전역에 있는 난민과 이민자들을 지원하는 자선단체 ‘FARR’에 기부했다. 콘서트 전에는 무료 티켓을 나눠주기 위해 시내 일부 빈곤 지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의 행보에 대해 깊이 알아가는 것도 좋겠지만, 우리가 지금 궁금한 건 그가 무엇을 입고 있었는지다. 커다란 케이지 위에 선 그는 앞에는 ‘PROMENVD’, 뒷면에는 ‘X’가 프린트된 밝은 녹색 트랙수트를 입고 나타났다. 톱스타임을 고려할 때 낯설지만 흥미로운 패션이었다.
레드카펫 위에서 놀기
수많은 레드카펫 패션 속에서 로키는 그의 오랜 스타일리스트 매튜 핸슨과 함께 놀라운 룩을 선보였다. 이 둘은 로키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하이엔드 패션과 스트릿웨어를 적절히 섞어냈다. 그는 로키의 완벽한 스타일 메이트이고, 로키는 스타일리스트라는 단어를 선호하지 않아 그를 친구라 칭해 왔다.
2019년 프리 그래미 갈라에서 로키는 로에베(Loewe)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이 제작한 블러시 핑크 컬러 오버사이즈 수트를 입었다. 그는 흰 셔츠를 반쯤 빼입고 나왔는데, 모두가 그에 대해 한 마디씩 이야기를 보탤 수밖에 없는 스타일이었다.
남성복의 경계를 확장한 또 다른 룩은 작년 일본 디올 쇼에서 입고 나왔던 실버 팬츠, 시어 블라우스, 펄 레이어의 조합이었다. 아무나 쉽게 소화해낼 수 없는 과감한 패션이었지만, 로키는 누구보다 당당하게 이 룩을 씹어 드셨다.
2018년에는 러시아 할머니들을 연상시키는 헤드 스카프를 쓰고 시선을 사로잡았다. 실크 구찌 스카프, 선글라스, 길게 프린트된 베이비 블루 컬러 코트로 레드카펫을 뒤흔들었다. 보그에서는 ‘에이셉 로키처럼 바부쉬카를 묶는 법’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를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로키의 패션에 한계란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닐까.
에이셉 라키 따라하기
그의 스타일을 시도하기 위한 준비물은 대담한 마음이다.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패션을 믹스매치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말자. 겁을 내면 옷에 잠식되기 마련이다. 로키는 항상 그가 입고 있는 옷의 키를 자신이 쥐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이건 갖기 쉽지 않은 라키의 능력이다.
그의 스타일을 시도해보는 첫걸음으로는 독특한 수트가 제격. 하지만 그 전에 테일러링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비록 라키가 머리부터 발끝까지에 이르는 클래식한 블랙 수트를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종종 변화를 꾀한다. 만약 라키처럼 수트에 변주를 가미하고 싶다면, 구찌 골든 노란 색상의 리넨 블렌드 테일러드 재킷 같은 컬러풀한 아이템을 골라도 좋다. 이 블레이저를 기준점 삼아 수트룩을 구성해 본다면 당신이 어디에 있던 돋보일 거다.
스트릿과 하이엔드 믹스는 그의 주특기다.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맨투맨 후드티처럼 캐주얼한 아이템에 조금 더 포멀한 재킷과 테일러드 바지를 매치하는 거다. 여기 누드컬러 발렌시아가 WFP 미디엄 핏 후디를 슬쩍 얹어보자. 로키의 드레스룸에는 편안한 스트릿웨어 후드티 옷장이 하나 구비되어 있을 법하다.
진주 액세서리 하나쯤 걸쳐 줘야 진정한 남자 아니겠나. 로키가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 비주트리 고닌은 그가 착용했던 제품을 만든 브랜드로 ‘A$AP Rocky Pearl Necklace Freshwater Pearls’라는 이름도 붙어있다. 이 제품은 각각 다른 길이와 디자인으로 출시됐으니 약간의 용기만 있다면 로키가 했던 것처럼 똑같이 레이어링 해 볼 수 있다.
스니커즈 컬렉션은 힙합을 하는 이들에게 머스트 해브 아이템과 같다. 게다가 로키는 아디다스, 언더아머, 반스와 같은 여러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니 아무리 당신의 스니커즈 컬렉션이 방대하더라도, 로키 스웨그를 원한다면 가장 빛나는 하얀 스니커즈 한 켤레가 필요하다. 로키가 하얀색 프라다 수트에 신었던 프라다 PRAX1 스니커즈에 손을 뻗어보길 추천.
로키의 코트 스타일 또한 훌륭하다. 이 라프 시몬스의 블랙 오버사이즈 코트는 2017년 맨해튼에서 로키가 입고 나타났던 것과 같은 제품. 지금은 완판 됐지만, 몽클레어의 멘즈 게브로울라즈 코트로 비슷하게 시도해볼 수 있다. 그냥 가능한 가장 큰 사이즈를 선택하면 엇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을 듯.
음악과 패션, 모두 뻔하지 않게
2011년 처음 등장한 후 패션 업계에 큰 영향을 끼친 에이셉 라키. 리한나와 함께하는 모습을 통해 그의 패션이 돋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라키 자체만으로도 음악, 패션 등 각 분야에서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인물이다. 세련되고, 재밌고, 남들과는 다르게 무언가를 해내는 사람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라키와 유명 브랜드와의 더 활발한 협업도 기대해볼 만한 대목이다. 여름호 커버스토리에서 밝혔듯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깊은 반향을 일으키는 음악으로 세상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는 이미 이뤄낸 거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