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월 27일, 미국 스카치 데이는 오로지 스카치위스키만을 위한 날이다. ‘스카치’ 위스키로 인정되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 번째, 무조건 스코틀랜드에서 제조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발효된 맥아 보리가 최소 3년간 오크, 버번, 또는 셰리 배럴에서 숙성되어 94.8% 이하의 도수여야 합격.
스카치위스키는 오직 스코틀랜드에서만 증류되고 숙성되지만, 그 종류는 다양하다. 지역마다 맛도 다르다. 로우랜드 지역에서 생산된 스카치위스키는 좀 더 부드럽고 섬세한 반면, 아일라 지역 스카치위스키는 무겁고 스모키향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토록 다채로운 스카치위스키의 매력에 빠져 보라고 꽤 쓸만한 리스트를 준비했다.
라가불린 16년 싱글 몰트 스카치위스키
라가불린 16년 싱글 몰트위스키는 시중 위스키 중 가장 강하고 스모키한 위스키 중 하나다. 오크 캐스크에서 16년 동안 천천히 숙성된 라가불린의 몰트는 긴 발효 기간 및 증류 기간, 오랜 숙성을 거쳐 진하고 강한 피트향을 머금은 것이 특징. 스코틀랜드 아일라섬에서 생산된 이 싱글 몰트위스키는 진한 색과 강한 향 때문에 초심자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위스키임은 분명하다.
주라 10년 싱글 몰트 스카치
주라 싱글 몰트 스카치위스키는 이런 과정을 거친다. 먼저 증류소에서 스코틀랜드산 보리가 가공되는데, 이때 뜨거운 물에 으깨지면서 천연 당분이 생성된다. 그다음 발효 과정을 지나고, 약 8.5m 높이 주라 구리 증류기에서 증류돼 당신의 잔 안에 담기게 되는 것. 이 위스키는 밝은 금색 빛깔을 띠고, 과일 향에 미세하게 후추, 다크초콜릿 향이 감돈다. 미디엄 바디에 넥타린, 진저, 커피 풍미, 그리고 마지막 마무리는 셰리 향에 주라 위스키 특유의 짠맛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
벤리악 12년
벤리악 12년은 셰리향이 강한 싱글 몰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새로운 레시피라고도 할 수 있는 셰리, 버번 캐스크와 함께 포트 캐스크에서의 숙성과정을 거쳐 구운 과일 향을 강하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셰리, 버번, 포트 캐스크의 조합을 활용했다는 얘기. 그 결과 부드럽고 강한 셰리향과 구운 과일, 메이플 허니, 코코아가 완벽한 균형을 이루며, 건포도와 스파이시한 모카 피니쉬가 돋보이는 위스키가 탄생했다.
애버펠디 12년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지역에 있는 애버펠디의 동쪽 외곽에 자리하는 애버펠디 증류소는 1896년 존 듀어 앤 손즈(John Dewar & Sons Ltd.)에 의해 창립되었다. 애버펠디는 듀어스 스카치 블렌드에서 가장 큰 몰트위스키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증류소에서 가장 유명한 애버펠디 12년산은 Porteus Mill을 통해 가공된 보리를 두 번 증류해서 만들어지며, 버번 캐스크에서 12년 동안 숙성된다. 복숭아, 피트, 허니, 향긋한 헤더 향이 특징이고, 달달한 몰트 맛 덕분에 2015년 샌프란시스코 월드 스피릿 컴페티션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글렌로시스 12년
글렌로시스 12년 스페이사이드 싱글 몰트 스카치위스키는 스페인 예레즈에서 생산되는 셰리-시즌드 캐스크에서만 숙성된다. 스페이사이드 위스키는 과일 향이 강하며 달콤하고, 바닐라, 멜론, 바나나, 시나몬 노트가 특징. 글렌로시스 12년은 글렌로시스의 5가지 위스키 라인업 솔레오 컬렉션 중 하나에 해당한다. 이 컬렉션은 10년산부터 25년산까지 다양하며, 페드로 히메네스(Pedro Ximénez)와 같은 셰리주를 만드는 포도에 대한 오마주로 만들어졌다. 글렌로시스는 1879년부터 위스키를 주조했는데 실력 있는 위스키 제조가들이 만드는 그 특유 진하고 부드러운 싱글 몰트는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중이다.
쿨일라 12년
이너헤브리디스 제도의 아일라에서는 쿨일라 12년산을 만날 수 있다. 이 위스키는 여느 아일라섬의 스모키한 몰트와는 그 결이 다르다. 동류 위스키보다는 색이 옅지만, 플로럴과 후추 향이 강해서 아일라 위스키의 전통적인 피트향과 잘 어울린다. 스모키하면서도 단맛이 감돌고 여기에 약간의 허브와 시원한 향이 미각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맛이다.
손 오브 어 피트 배치 03 더 리디머
손 오브 어 피트는 회원들에게 분기별로 주류를 배송해주는 ‘Flaviar Membership Society’가 만들었다. 전작들과 비슷하게 이 위스키는 캐스크 강도가 가장 강할 때 병에 담겨 53.8%의 도수를 자랑한다. 무색소, 논 칠 필터 위스키로 블렌드, 보틀링, 마감, 레이블링 등의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손 오브 어 피트의 12가지 아일라 위스키 블렌드는 스모크, 오크, 넛츠, 셰리 향이 마치 주도권을 잡으려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최후의 승자는 피트 향이 마지막에 남는다. 초콜릿과 약간의 쌉싸름한 피니쉬가 화룡점정.
맥캘란 12년 셰리 오크
진한 말린 과일 향과 셰리향으로 인한 부드러움이 우드스모크, 스파이스와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맥캘란 12년 셰리 오크 싱글 몰트는 유명한 위스키 작가 F. 폴 파쿠트(F. Paul Pacult)가 그의 책 에서 무려 ‘최고의 12년 싱글 몰트’라고 표현한 바 있다. 스페인 예레즈에서 마늘어진 셰리-시즌드 오크 캐스크에 12년간 숙성되었고, 도수는 40%. 이는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싱글 몰트 위스키로 알려지면서 스페이사이드 위스키가 갖는 우아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부드러운 맛, 크리미한 질감, 강한 향의 케이크브레드와 셰리, 그리고 긴 몰트 마무리가 특징이다.
크래겔라키 13년
스페이사이드의 위스키는 과일 향과 플로럴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스페에사이드 중에서 크래겔라키만은 여기에 반기를 들고 있다. 크래겔라키 13년은 ex-버번, ex-셰리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캐스크에서 숙성된다. 버번 캐스크가 바닐라, 토피, 퍼지 향을 맡았다면, 셰리 캐스크는 풍부함과 복합성을 만들어준다. 2014년 공식적으로 출시된 세 가지 크래겔라키 위스키 중 하나인 13년 싱글 몰트 스카치위스키는 맛이 강하고 과일 향 속에서 피어오르는 스모키한 향이 매력적이다.
아란 10년
스코틀랜드 아란 섬을 대표하는 위스키 중 하나인 아란 10년은 2006년 처음 출시되었다. 그 진한 달콤함이야말로 이 섬의 증류소가 가진 특징. 보통 증류소 이름에 ‘Isle(섬)’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으면 피트향이 강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아란 위스키에서는 스모크향이나 피트향을 전혀 느낄 수 없다. 그 자리를 대신하고 풍미는 부드럽고 과일 향이 강한, 오히려 하이랜드 스타일과 비슷한 맛. 증류소의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이 위스키인데 미디엄 바디에 시트러스 향이 특징이다. 칠 필터링을 거치지 않았고, 도수는 46%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