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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건 젊은 혈기뿐이었던 대학 시절, 20만 원짜리 고가의 청바지를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밤낮을 불태웠다. 그 당시 제일 잘나갔던 청바지 브랜드에서 신상 사 입고 캠퍼스에 등장하며 괜히 우쭐했던 기억, 무릎 나올까 노심초사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제 이것저것 관리할 것들은 청바지 말고도 너무 많아졌고, 캐주얼한 진보다 슈트 입을 일이 잦아진 나이가 됐다. 하지만 서글퍼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자. 사소한 디테일 챙겨 오래도록 슈트를 입는 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할 일이다.
단벌 신사 사이클은 바지의 적
당연한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날마다 같은 바지를 입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한 벌 가격이 녹록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기본 컬러인 네이비, 그레이, 스트라이프 패턴 등을 구비해 놓으면 옷 잘 입는 남자로 기분 좋은 낙인찍히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돈 버는 셈이 될 수도 있다.
재킷은 더러워지거나 구김이 갈 확률이 현저하게 낮아 바지 두 벌을 준비해야 상·하의 닳는 속도를 맞출 수 있다.
최소 3벌의 슈트를 준비할 때 상의 한 벌에 바지를 꼭 두 벌씩을 준비하는 것이 베스트다. 이유는 간단하다. 보통 직장인들은 사무실에 출근한 후 재킷은 옷걸이에 걸어 놓고 와이셔츠와 조끼 차림을 하거나 추운 계절에는 카디건 정도를 걸쳐 입고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로 바지에 비해 재킷은 더러워지거나 구김이 갈 확률이 현저하게 낮아 바지 두 벌을 준비해야 상·하의 닳는 속도를 맞출 수 있다. 노파심에 하는 말인데 바지 두 벌 팔겠다는 테일러의 상술, 결코 아니다.
참고로 드라이클리닝은 기름 세탁인지라 옷감에 그리 좋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색상도 변할뿐더러 옷감이 얇아지기 때문에 최대한 더러워졌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세탁소에 맡기는 편이 좋다. 앞서 말한 돌려 입기 전법을 행한다면, 드라이 맡기는 횟수를 줄일 수 있으니 슈트를 훨씬 오래 입을 수 있다.
중력을 믿어요
탈의 후 바지는 집게 달린 옷걸이에 거꾸로 걸어두자. 무게 때문에 바지 형태가 주름이 잡힌 대로 잘 유지되니까 말이다. 또한 분무기로 구겨진 부분에 물을 뿌려 두면 다림질한 것처럼 빳빳하진 않겠지만 나름 말끔하게 게 펴진다. 다리미를 쥘 여력이 없다면, 스프레이가 꽤 괜찮은 대안이다.
슈트 바지와 다리미 그 사이에
엉덩이 부분이 반들반들해지는 것을 최대한 늦추고 싶다면 당신의 손수건을 꺼내 들어야 할 때다. 가뜩이나 마찰이 많은 엉덩이와 무릎 부분에 천을 깔고 밀어주어야 원단이 덜 상한다. 처음 공장에서 장인들이 슈트를 만들어 낼 때도 다림질할 부분에 천을 깐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주머니 보부상의 말로
재킷 주머니는 스마트폰 보관소가 아니다. 슈트는 신축성이 있는 울 소재로 섬세하게 만들어진 옷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주머니에 슈트 두께보다 몇 배나 두둑한 지갑을 넣고 다녔을 경우 처음 잡았던 형태가 변형된다.
최대 허용치는 볼펜 한 자루와 미팅에서 건네받은 명함 정도.
그럼 슈트 재킷에 그 많은 주머니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물건들이 잠깐 들렀다 가는 임시 보관소지 온종일 소지품이 상주하는 장소가 아니다. 최대 허용치는 볼펜 한 자루와 미팅에서 건네받은 명함 정도.
세탁소 철사 옷걸이는 넣어두시고
슈트 재킷은 어깨에 패드를 넣는 경우가 많아 그 모양을 그대로 유기하기 위해서는 통통한 옷걸이를 사용해야 한다. 고로 철사로 된 얇은 세탁소 옷걸이는 피하는 것이 상책. 옷장에 걸어 둘 때는 앞뒤로 어느 정도의 여유 공간을 남겨두어야 울 소재가 숨을 쉴 수 있다. 또한 세탁소에서 찾아온 후에는 통풍이 안 돼 곰팡이가 슬지 않도록 비닐 포장이나 슈트케이스를 벗겨서 보관하자.
옷장에 걸어 둘 때는 앞뒤로 어느 정도의 여유 공간을 남겨두어야 울 소재가 숨을 쉴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건대 슈트 재킷을 입은 채로 운전하는 사람이 꽤 많다. 당신이 맹렬히 핸들을 돌리는 동안 재킷 뒤판에 얼마나 많은 주름이 생기는 줄 아는가. 자고로 앞모습보다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더 멋진 법이다.
Edited by 정진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