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삭발이 대유행을 탈 분위기다. 이 트렌드의 근원지는 바로 정치권. 무엇 때문에 이토록 화가 잔뜩 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분노를 한껏 표출하신 분들 덕분에 ‘삭발’은 요즘 가장 핫한 키워드가 됐다. 애석하게도 정작 삭발을 유행시킨 당사자들은 지금쯤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뭐 어떠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때우듯, 머리가 없어도 이를 대신할 아이템은 많다. 모름지기 이 리스트가 허전해진 머리를 매만지며 어색해하고 있을 분들께, 그리고 ‘다음 차례는 설마 내가 되지 않을까?’라며 동공지진을 일으키고 있을 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길 바라며.
민두는 여리다. 그래서 추위에 약하다. 곧 찬바람이 살 속을 에는 추운 계절이 오는데 멋보다 실속을 차리는 게 상책. 볼레백(Vollebak) 플래닛 어스 후디로 당신의 두피, 목, 귀 등 눈만 빼놓고 싹 다 감싸 주자. 모자, 마스크, 발라클라바 등 총 4가지 모드로 착용할 수 있는 이 아이템은 일상은 물론 스키장 혹은 아웃도어 활동에 최적화된 아이템.
얼굴뿐만 아니라 엄지 구멍 소매로 제작돼 팔 안으로 스미는 바람을 야무지게 막았다. 건조도 탁월해 땀이 나더라도 금방 뽀송뽀송. 뛰어난 신축성으로 교복처럼 착용하고 싶어질 테지만, 밤길에는 괜한 눈총 받을 수 있으니 입 정도는 오픈해 주자.
머리가 없으면 모자로 말하는 게 인지상정. 허전해진 머리를 향해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을 두고 일일이 “그래, 나 머리 밀었다”라며 화답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그럴 때 허프(HUF)의 Fuck It 레더 캡만큼 적절한 아이템도 없다. 당연히 소재는 100% 천연가죽. 블랙 컬러의 묵직한 가죽 위로 새겨진 미니멀한 금색 폰트의 4 레터 워즈가 착용자의 의중을 대신 전달해줄 것이다.
머리칼의 여백을 채워주는 건 비단 눈에 보이는 액세서리만이 아니다. 삭발러의 스웨그를 완성할 마지막 퍼즐, 바로 향기가 필요하다. 너무 부드럽거나 가볍지 않은, 그렇다고 묵직하고 진중하기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고민의 순간 뇌리를 스쳐가는 이름, 톰 포드의 옴브레 레더 오 드 퍼퓸.
세련되면서도 다소 거친 느낌을 부정할 수 없는 가죽 향기에 달콤하면서 관능적인 쟈스민 삼박의노트를 더했다. 한 가지 이미지로 가지 않아 뻔하지 않은 향. 황량하면서 매혹적이다. 남성의 이미지가 강하나 중성적인 향을 선호하는 여성들에게도 사랑받는 향수. 강렬하지만 중독성 있는 향으로 유명한 톰 포드의 재주가 돋보인다.
머리가 허전하다면 힙스터답게 액션캠 달아보는 건 어떨까. 만보기로 오해받을 수 있지만, 4.94cm 초소형 액션캠 인스타360 GO 스테디 캠이다. 중량도 18.3g으로 달고 있는지 망각할 수도. 6축 자이로센서, 손 떨림 보정도 갖춘 나름 괜찮은 물건이다.
영상은 평균 20초 전후 짤막한 클립 단위로 저장되고, 영상 클립도 약 200개 정도가 한계지만 역병처럼 퍼지는 1인 채널 시대에 딱 부합하는 제품. ‘고 앱’을 통해 쉽고 빠르게 영상 편집도 할 수 있다. 완충 소요 시간은 20분. 헤어밴드는 미포함이니 힙스터 느낌 완성하고 싶다면 꼭 따로 구매하자.
삭발은 엣지있다. 아무나 시도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라서 그런 건지 벌거벗은 민낯을 과감하게 드러내기 때문인지 정확한 표현을 찾기는 힘이 들지만. 여기에 선글라스의 엣지가 만나면 시너지는 가히 환상적이다.
거침없는 삭발에 이 선글라스를 얹는 순간, 셀럽도 부럽지 않을 아우라는 당신의 것. 이왕이면 엘튼 존, 마돈나, 리아나도 사로잡은 커틀러 앤 그로스로 스타일리시하게 나가자. 마침 50주년 기념 컬렉션도 공개됐고, 내 얼굴과 개성에 딱 맞는 핏을 연출할 수 있도록 각양각색 프레임이 대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