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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기 제일 쉬웠어요, 반려돌
2025-01-30T15:08:01+09:00

돌집사를 아십니까?

최근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배우 조아람 편에 등장한 돌멩이 하나가 시선을 빼앗았다. 맨질맨질한 작은 돌 위에 눈도 달렸고, 비니까지 착용 중이었기 때문. 트민남 전현무는 단박에 이 존재에 대해 설명했다. ‘반려돌’이다. 사실 반려돌이 회자된 건 최근의 일은 아니다. 작년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는 한국인의 반려돌 사랑에 대한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반려(伴侶)의 사전적 의미는 ‘짝이 되는 동무’다. 물성이 없는 AI와도 감정을 나누게 된 시대라지만, 무생물인 돌에 반려 혹은 애완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다소 상충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반려란 무릇 사람과 감정 교류, 정서적 유대를 맺으며 함께 살아가는 관계라는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으니까.

아이러니한 존재, 반려돌. 사실 이 돌은 반세기 전에 등장했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조아람 편

돌 팔아서 백만장자가 됐어요

‘펫 락’의 등장

광고 디렉터로 일했던 게리 로스 달(Gary Ross Dahl). 그는 수년간 살았던 캘리포니아 로스 가토스의 한 술집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는 친구들의 대화를 듣다가 그는 농담을 건넨다. 밥을 주거나, 산책과 목욕시키거나, 무지개다리를 건널 일도 없는 존재가 있는데, 그건 바로 돌이라고. 돌을 키우면 된다고 말이다. 그는 이 아이디어를 흘려보내지 않고 실현시킨다.

반려돌 펫 락을 만든 게리 로스 달

두 명의 투자자를 모집했고 건축 자재 매장을 방문해 매끈한 멕시코 해변 돌을 하나당 1페니 정도에 잔뜩 구입한다. 그리고 1975년 8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펫 락(Pet Rock)’이라는 이름의 돌을 3.95달러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어처구니없는 행보에 많은 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몇 달 동안 백만 개 이상이 팔려버린 것이다.

각종 매체에서는 이 현상을 앞다투어 기사로 다뤘다. 그는 ‘Tonight Show’에 출연했고, ‘I’m in Love With My Pet Rock’이라는 노래까지 만들어졌다. 2011년 인터뷰에서 달은 그 당시를 회상했다. “그 당시 양쪽 귀에 전화기를 하나씩 달고 있었다. 심지어 홍보 담당자에게 나를 사칭하도록 가르쳐 그도 내 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달은 돌을 팔아 백만장자가 되었다.

펫 락 길들이기

소비 심리를 간파

그는 마케팅의 귀재였다. 본업을 살려 펫 락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마치 숨을 쉬는 생명을 다루듯 통풍구가 뚫린 골판지 운반 케이스에 담겨 판매된 것은 물론 구매 시 특별한 설명서 하나가 동봉됐다. 바로 펫 락 관리, 먹이 주기 및 훈련 지침이 쓰인 책이었다. “펫 락을 상자에서 꺼낼 때 흥분하는 것처럼 보이면 오래된 신문 위에 올려놓으세요.”와 같은 문구는 실소를 자아냈다. 그의 스토리텔링은 완벽했다.

펫 락 매뉴얼

70년대 중반은 텔레비전 광고와 대중 매체를 통해 상품을 홍보하기 시작한 때였다. 펫 락은 이 흐름에 자연스럽게 편승, 돌을 의인화시키는 독특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이없지만 결국 이런 농담에 동참하고 싶은 것이 바로 많은 대중들의 심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는 대성공을 거뒀다.

또한 미국은 1973년 오일 쇼크 이후 높아진 실업률과 경제는 침체 상태였다. 큰돈을 지불하지 않고 단돈 3.95달러에 얻을 수 있는 애완돌의 존재는 사람들의 마음을 뺏기에 충분했을 터. 미국 내 펫 락 신드롬은 1년 천하로 끝이 났지만, 장난감 회사인 슈퍼 임펄스가 펫 록의 권리를 매수해 현재까지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아울러 이 반려돌 사랑은 바다 건너 국내에서도 현재 진행 중.

반려돌 가능해?

돌은 변하지 않지

2000년에 개봉했던 <캐스트 어웨이>는 주인공 척 놀랜드(톰 행크스)가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며 겪는 일들을 담고 있다. 이 작품 속에는 배구공 하나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함께 낙오된 이 공을 친구처럼 여기며 섬 생활 내내 애착을 느낀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 스틸컷

4년 후 탈출을 시도하는 과장에서 파도에 휩쓸려 윌슨이 떠내려가는 순간 그는 포효했고, 우리도 그의 감정에 동요했다. 한낱 배구공이 친구라고 인식되는 순간과 그 애틋한 감정을 충분히 공유한 것이다. 생물과 무생물, 그 이분법적 카테고리는 사실 인간과 감정을 나눌 수 있고 없고의 판단과는 무관하다는 방증인 셈.

펫 락을 만든 게리 로스 달이 농담처럼 던진 반려돌의 장점은 어쩌면 지금 세대의 사람들과 통하는 면모가 있다. 수많은 의무 속에 놓인 이들은 책임을 수반하지 않는 관계를 지향하기도 한다. 무언가를 살뜰하게 챙길 삶의 여유는 없지만 정서적 위로는 받고 싶은 이들에게 반려돌은 꽤 매력적이고 가성비 좋은 아이템이 된다.

세븐틴 정한 반려돌 ‘돌쫑이’(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휴닝카이 반려돌 ‘휴닝 리오넬 음바페’(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돌의 속성은 마음의 위안을 주기 마련이다. 곁에 두는 것만으로 돌 속에 깊은 어둠처럼 고요한 평안을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름을 붙이고 마치 반려동물처럼 대하는 그 행위 자체가 하나의 놀이 방식이 된 반려돌 키우기. 상상력을 자극하며 자신의 분신처럼 이 돌에 스토리를 입히는 일은 유해한 것이 넘쳐나는 시대, 호불호 취향을 떠나 너무도 무해하다.

반려돌 액세서리 추천

반려돌 입양부터 꾸미기까지.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운다는 건 반려돌에도 해당하는 말이다.

01
반려돌 원조집

오리지널 펫 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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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반려돌을 입양하지 못했다면, 원조집은 어떤가. 오리지널 펫락 제품을 아직도 아마존에서 판매 중이다. ‘앉아’, ‘가만히 있어’는 이미 완벽 숙달된 상태. 숨구멍 송송 뚫린 시그니처 상자에 담겨 배송된다.

02
아늑할 권리

스톤 애쉬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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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보금자리다. 뚜껑이 있어 철저하게 자외선 차단이 되니 소중한 반려돌의 기미, 주근깨 따위 걱정하지 말도록.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 ​​EVA 패드가 적용되어 있다. 소재는 콘크리트, 크기는 10.5cm x 10.5cm x 9.2cm.

03
반려돌 돗자리

퍼 코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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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반려돌이 MBTI ‘E’ 성향이라면 트레이는 조금 답답할 수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도록 힙한 네온컬러 위에 누울 자리를 깔아주자. 반려돌이 인테리어 소품 그 자체가 된다. 색상은 총 5가지, 크기는 15 x 15cm.

04
체온 지켜

윈터 스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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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OOTD, 목도리 하나 둘러주면 3월 꽃샘추위까지는 거뜬하다. 목도리는 체감온도를 5도 이상 높여줄 수 있으니 소중한 반려돌에게 선사해야 할 어쩌면 필수템.

05
여름도 준비해

버킷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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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돌도 여름볕은 뜨겁다. 창가에 뉘어 광합성 시켜주고 도리어 반려돌의 눈총을 받고 싶지 않다면, 모자 하나 툭 씌워주도록. 우정은 이런 무심한 챙김에서 싹튼다.

06
친구가 필요해

모아이 석상 피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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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우두커니 있는 반려돌이 영 신경 쓰일 거 알고 준비했다. 이토록 유쾌한 모아이 석상 미니어처를 들여 친구를 만들어 주자. 무표정하지만 도발적이고 요염한 자태에 더욱 빠져버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