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의 직업은 여러 개다. 배우, 힙합 뮤지션, 그리고 영화 투자자.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상품성이 낮아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영화를 수입하고 있다. 다양성 영화를 보면, 크레딧 속 그의 이름을 심심찮게 마주칠 정도. 새롭게 개봉하는 공포 영화 <악마와의 토크쇼>도 그가 수입했다. ‘이미 2024년 최고의 공포’로 꼽히는 영화다. 씨네필의 빛과 소금, 소지섭이 선택한 공포 스릴러 영화를 소개한다.
소지섭이 수입한 공포 영화
소지섭이 또 영화 가져왔네. 이번에는 생중계 공포다. 1977년 할로윈 전날 밤, 생방송 심야 토크쇼에서 악마를 소환하며 벌어진 일이 47년 만에 공개되는 것.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선명하지 않은 화면과 노이즈 등이 마치 1970년대 미국 토크쇼의 녹화본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토크쇼 무대에는 악마 들린 소녀, 죽은 자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남자 등이 오른다. 하지만 악마보다 더 무서운 건? 아무리 끔찍한 장면이 나와도 절대 카메라를 멈추지 않는 사악한 인간들! 러닝타임 93분.
오컬트 영화의 기준이 된 영화. 일반 공포 영화의 문법을 따르는 듯 기존 형식을 뒤엎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줄거리를 요약하면, 저주받은 집안에서 태어나면 이렇게 된다고 말해준다 정도?
분위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침하고 찝찝하다. 심리적인 공포와 기괴함, 필요 이상의 잔인함으로 불쾌한 느낌. 내용 또한 느리게 전개된다.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연출을 좋아한다면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으니 조심하자. 러닝타임 127분.
90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9일간의 축제에 초대된 친구들. 마냥 꽃길인 줄 알았던 축제는 사실 지옥이었으니. 꽃, 나무가 만발한 들판에서 모두가 흰옷 입고 밝게 웃고 있다면 좀 이상하잖아.
화는 너무 밝고 화창해서 오히려 불편하다. 밝게 웃는 사람들을 앞에 놓고, 불쾌하고 기괴한 장면들을 직접 들이미는 방식이다. 공포 영화에 자신 있다면 도전해 보길. 화사하지만 독특하고, 기괴하다. 러닝타임 147분.
개봉 당시 미국판 <곡성>으로 불리며 주목받은 영화. 알 수 없는 공포에 잠식당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배경은 원인 모를 바이러스에 몸살을 앓는 가까운 미래다. 숲속 외딴집에 숨어 사는 한 가족에게 낯선 사람들이 등장하며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는데.
사실 영화에서는 무서운 장면도, 끔찍한 장면도 나타나지 않는다. 미지의 공포감이 가족을 파고드는 생경함이 일상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뿐. 한정된 공간 속 일상이 서서히 무너지는 공포감을 느껴보자. 러닝타임 92분.
귀신 못 보고, 잔인한 거 못 보는 사람도 귀신 영화 볼 수 있다. 소복 입은 여자는 나오지 않지만, 이는 영혼과 대화할 수 있는 여자의 스릴러 영화.
<퍼스널 쇼퍼>는 기묘한 상황이 불안감을 조성해 스릴 넘치게 한다. 아찔한 리듬감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연출은 극찬 일색. 급이 다른 스릴러로 심장이 쫄깃해지고 싶다면 추천해 본다. 러닝타임 105분.
나왔다. 피비린내 진동하는 미친 영화. <갈증>은 실종된 딸을 찾는 과정에서 숨겨진 어두움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예쁘고 착한 줄 알았던 딸이 마약하고 사람 죽이러 다녔을 줄이야.
영화는 매우 잔인하고 폭력적이다. 불친절한 설명과 빠른 호흡, 화려한 장면 전환에 피로하게 느껴지기도. 광기 넘치는 장면의 연속에서 관람객 또한 나사 하나 빠진 듯 불안정해지는 것 같다. 아주 살벌하다. 러닝타임 11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