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amsung) 갤럭시 노트20 울트라를 이야기하기 전에 있어 짚고 넘어갈 부분이 한 가지 있다. 마치 어젯밤 흡입하고 나서 아침까지 소화되지 못한 야식처럼 우리를 매스껍고 거북하게 만드는, 바로 ‘가격’에 대한 이야기다.
아무리 ‘좋은 것만 드려요’가 노트 시리즈의 모토라지만, 노트20 울트라의 1,452,000원이라는 가격표 하나만큼은 특히 당당하게 울트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작년에 출시된 노트10 플러스의 1,397,000원이라는 출고가를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다. 이는 24개월 할부로 나눠도 매달 60,500원이나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고, 웬만한 요금제보다 할부금이 더 많이 나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삼성 갤럭시 노트20 울트라는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듯 동전의 양면을 보여줬다.
그래서 우리는 알고 싶었다. 뭐가 그렇게 ‘울트라’하길래 삼성은 이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 짧은 시간 동안 마주한 삼성 갤럭시 노트20 울트라는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듯 동전의 양면을 보여줬다. 세 가지 좋은 소식이 있고 세 가지 나쁜 소식이 있는데, 일단 좋은 소식을 먼저 짚고 넘어가 본다.
미려한 디자인
올해 2월 11일 세상에 선을 보인 갤럭시 S20 울트라는 우리에게 컬쳐 쇼크를 안겨줬다. 아무리 아이폰 11 프로의 인덕션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었다지만, ‘이건 좀 선을 넘지 않았나’ 싶을 정도의 비대칭 카메라 배열은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마치 2000년대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에서나 볼 법한 ‘100X SPACE ZOOM’ 타이포그래피는 S20 울트라의 ‘울트라 못생김’에 기여한 주원인이었다.
그런 ‘울트라 못생김’을 보다가 노트20 울트라의 디자인으로 눈을 돌리자 매우 산뜻한 첫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크기도 제각각, 위치도 삐뚤삐뚤했던 세 개의 카메라 모듈은 세 개의 링 안에 고르고 단정하게 위치한다. 미스틱 브론즈 색상의 악센트 역시 심미적으로 만족스럽다. 전작에서 필요 없다는 지적을 받은 3D ToF 카메라는 과감하게 생략했다. 이런 훌륭한 디자인을 위해서라면 스펙 다운이라는 지적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사람들이 이번에 주목한 포인트는 ‘카툭튀’다. 카메라 돌출부에 대해서는 전작보다 더 높게, 더 날카롭게 튀어나와 대체로 이질감이 든다는 의견이 많다. 아무래도 현대의 스마트폰은 카메라 기능이 점점 강화되며 여러 개의 렌즈 탑재가 필연적인 상황이다. 여기서 삼성은 이 부분을 굳이 감추거나 숨기지 않고 자랑스럽게 드러냈다. 대신 이를 잘 어루만져 전체적인 기기 디자인의 매력 포인트로 삼았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격언을 떠올릴만한 포인트도 있다. 갤럭시 노트20 울트라의 ‘카툭튀’는 훌륭한 사진과 영상을 찍어내는 것 외에도 물리적인 부분에서 소소한 이점이 있는데, 스마트폰을 파지할 때 카메라 모듈 하단에 검지를 얹어서 떨어지지 않게 지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피식했지만, 손이 작은 이들에겐 생각보다 은근 편하다.
매트하게 코팅된 후면 글래스는 지문 범벅이 되지 않는다는 실용적인 장점 외에도, 기분 좋고 매끈한 촉감 덕분에 케이스 없이 생 폰으로 사용하고 싶은 욕구를 샘솟게 한다. 노트20 울트라 덕분에 케이스 제작 업체들의 매출이 줄어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다만 생 폰으로 사용할 용감한 분들은 단말 파손 보험에 먼저 가입하는 것을 추천하면서.
눈이 즐거운 디스플레이
노트20 울트라의 두 번째 자랑거리는 디스플레이다. 작년 3월 삼성이 갤럭시 S10을 통해 처음으로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를 선보였고, 가히 혁신으로 여겨졌다. 이것이 S10, 노트10, S20을 거치면서 점점 그 위치, 모양, 크기를 다듬었고, 노트20 시리즈에 와선 과장 조금 보태서 바늘구멍만 한 펀치홀 덕분에 탁 트인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쯤 되면 유튜브만 보기에 아까울 정도로 훌륭한 디스플레이다. 갤럭시가 언제나 그래왔듯이 수치상 밝기, 휘도, 채도, 해상력 면에서도 일품이다.
모바일 게이밍 시장이 내년 100조 원 규모를 돌파한다는 소식에 발맞춰 노트20 울트라에는 고 주사율 120hz 화면이 들어갔다. PUBG 모바일같이 긴박감 넘치는 장르의 게임에서 종전의 60hz 주사율 대비 두 배나 더 부드럽기에, 우리의 모자란 손가락 실력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작에서 지적되던 120hz 모드에서의 색상 균일도 문제도 해결되었음을 확인했다.
손에서 느껴지는 감성 품질
애플과 삼성은 항상 라이벌 구도에 있었다. 삼성이 최첨단의 기술력으로 시장을 이끄는 선두주자라면, 애플은 패러다임을 바꾸는 신개념을 제시해 없던 시장을 만들어내는 혁신가다.
여기서 삼성이 애플보다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부분은 바로 ‘감성 품질’이었다. 스펙상으로 드러나는 건 아니지만, 기기를 직접 손으로 다룰 때 느껴지는 부분 말이다. 노트20 울트라는 이런 면모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
노트20 울트라가 손을 즐겁게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S펜이다. 현재 조용히 디지털 펜 태블릿 시장을 잠식하고 어느새 대명사가 되어버린 애플펜슬의 왕좌를 호시탐탐 노린다. 화면에 펜촉이 닿아 획을 긋기 시작한 시점부터 화면이 나타나기까지의 반응속도가 전작의 59ms에서 9ms로 대폭 개선된 덕분이다.
실제로 초고속 카메라 촬영을 통해 확인한 결과, 노트20 울트라는 아이패드 프로 11인치에 비해 1프레임(약 8.3ms) 먼저 펜촉을 따라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지만, 전작에 비하면 큰 발전이다.
올해부턴 갤럭시 유저도 아이폰 유저 부럽지 않은 진동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이유는 진동 모터다. 애플은 2015년 아이폰 6s부터 ‘탭틱 엔진’이라는 이름을 붙여가며 진동 피드백이 사용자 경험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꾸준히 개선해왔다. 아마 올해부턴 갤럭시 유저도 아이폰 유저 부럽지 않은 진동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설정에서 켜고 꺼지는 토글 스위치를 탭하면, 실제 스위치가 움직여서 딸깍하는 감촉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또한 카메라 셔터 버튼을 누르면 단순히 ‘부웅’하고 울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 카메라에 달린 셔터 버튼을 누르는 듯한 감촉을 재현해냈다. 타이핑을 하다가 커서를 움직여서 텍스트 사이를 오고 갈 때도 마찬가지로, 글자 하나하나가 손에 만져지는 듯한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애플 따라 ‘햅틱 엔진’같은 이름을 붙여서 자랑해도 됐을 텐데, 참 겸손하다.
스펙보다 디테일이 부족한 카메라
그러나 이렇게 좋은 점 많은 노트20 울트라의 첫 번째 약점이 카메라라고 한다면 물음표를 던질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물론 스펙으로만 보면 노트20 울트라의 카메라 시스템은 흠잡을 곳 없는 업계 최상위 수준을 자랑한다. 1억800만 화소 메인 카메라가 탑재되었으며, 메인 센서의 모자란 AF 시스템을 보충하기 위해 레이저 오토포커스가 들어갔다. 광학 5배줌 잠망경 카메라는 최대 50배 디지털 줌이 가능하고, 초광각 카메라 역시 빠지지 않고 들어갔으니 말이다.
기대감 가득한 마음으로 야간에 불 꺼진 거실에서 노트20 울트라의 카메라를 켜고 ‘야간 모드’로 사진을 찍어봤다. 셔터 버튼이 초승달 모양으로 바뀌어 점점 보름달 모양으로 차올라가는 연출이 인상 깊었다. 10초간 여러 장의 촬영이 이어졌고 그 이미지들을 인공지능으로 합쳐낸 필자는 황당한 결과를 받았다. 뭉개진 수채화같은 심령사진이 나왔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읊을 수 있는 스펙이 아닌 디테일이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속담도 있지 않던가. 그때부터 카메라 시스템의 치명적인 단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사진 위에 물 먹은 밀가루 반죽을 덕지덕지 바른 듯한 삼성의 이미지 프로세싱이 있었다.
5배 광학줌 카메라를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겠다. 5배 망원 카메라는 구조적 한계 상 빛을 많이 받아들일 수 없다. 그 결과로 메인 카메라의 렌즈 조리개가 f/1.8인 것에 비해 망원 카메라는 고작 35%만큼의 적은 빛을 받아들이는 f/3.0 렌즈를 탑재하고 있다. 빛이 2.8배 적게 들어오면 그만큼 센서의 감도를 2.8배 높여야 하고, 센서의 감도를 높이면 이미지에 자글자글한 노이즈가 2.8배나 더 끼게 된다.
삼성의 카메라 개발진은 노이즈가 사진에 섞여 들어가는 걸 두려워한 나머지, ‘노이즈 억제’를 사진에 과하게 끼얹었다. 이는 실내에서 메인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하다가 망원 카메라로 전환하자마자 바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애플이 아이폰 11 프로에 탑재된 ‘Deep Fusion’이라는 인공지능 합성 기능을 통해 사진의 디테일에 집착 아닌 집착을 보여준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그외에도 S20 울트라에서 지적받았던 너무나 먼 근접 촬영 초점거리, 초광각이나 망원 카메라로는 4K 60fps 동영상 촬영이 불가능한 부분, 8K 동영상 녹화가 여전히 24fps로 제한되어 있는 부분, 6K 레코딩 옵션을 지원하지 않는 부분들이 아쉬웠다. 이 시대의 최첨단을 담아내야 할 플래그십답지 못한 아쉬운 면모다.
디스플레이의 딜레마
6.9인치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는 노트20 울트라의 대표적인 자랑거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쉬운 점이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대표적인 부분은 최대 해상도인 QHD+(3088 x 1440)에선 120hz 옵션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한 급 낮은 해상도인 FHD+(2316 x 1080)를 사용하는 대신 부드러운 120hz를 경험할 것인지, 패널의 최대 해상도를 택하는 대신 60hz로 낮춰서 사용할 것인지를 골라야 한다. 기술적인 한계점 때문에 사용자에게 고민을 넘기는 듯한 부분은 못내 아쉽다.
참고로 구글 픽셀 4, 원플러스 8 프로와 같은 2020년의 안드로이드 플래그십에는 60hz와 120hz 사이의 90hz 옵션이 들어가 둘 사이의 공백을 메운다. 실제 사용자의 체감상 60hz과 90hz의 차이는 하늘과 성층권 수준으로 크지만, 90hz와 120hz와의 차이는 그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90hz 옵션이 탑재되었다면 최대 해상도인 QHD+로 사용이 가능했을까? 물론 그 답은 삼성만이 알고 있겠지만.
아쉬운 스피커
올해 초 출시된 S20 시리즈는 상단 수화부의 디자인이 바뀌면서 전작보다 퇴보된 스피커 성능을 보여준 적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노트20 울트라는 어떨까? 노트20 시리즈로의 기변 수요가 가장 많을 노트9이나 S10 시리즈와 비교해보면 고역대의 청량함이나 해상력이 떨어짐을 느낄 수 있다. 그래도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S20 시리즈의 귀가 따가웠던 스피커보단 나아졌다는 점이다.
미워도 다시 한번
현대인의 생필품으로 여겨지는 스마트폰은 가격이 오르고 오르다, 어느새 결혼 혼수품으로 장만하는 에어컨 한 대 만큼의 가격이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여전히 사전 지식 없이 대리점에 들어가서 ‘이번에 새로 나온 아이폰 주세요’나 ‘제일 좋은 갤럭시 노트 주세요’를 외친다.
현대인의 생필품으로 여겨지는 스마트폰은 가격이 오르고 오르다, 어느새 결혼 혼수품으로 장만하는 에어컨 한 대 만큼의 가격이 되었다.
제조사들은 이러한 점을 파고든다. 많은 사람이 24개월 할부로 스마트폰을 구매한다. 그러다 보니 출고가에서 10만 원 정도 가격이 인상된다 하더라도 한 달에 4,166원만 더 내면 된다. 우리같은 소비자는 체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격이 오른 기종을 10만 대만 팔아도 제조사 입장에서는 1조 원의 매출액이 더해지는 셈이다.
그렇게 야금야금 오른 가격의 결과, 우리는 에어컨 한 대 값의 갤럭시 노트20 울트라를 얻었다. 그리고 현명한 소비자라면 이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무풍슬림 에어컨, 그리고 세 가지 장점과 세 가지 단점을 가진 노트20 울트라 중 무엇이 우리의 삶을 더 이롭게 하는지 말이다.
우선 갤럭시 노트20 울트라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걸맞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훌륭하게 구사해냈고, 120hz 디스플레이를 통해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S펜과 진동 피드백 같은 사소한 부분에서도 만족감을 선사했다. 하지만 카메라와 스피커는 기대치 이하의 성능을 보여줬고, 디스플레이 기술의 한계가 가진 딜레마는 유저에게 전가했다는 느낌을 준다.
결론적으로 노트20 울트라는 종전의 갤럭시 모델들 대비 색상, 소재, 마감(CMF) 부분에서 양껏 진일보한 모습에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모델이다. 아쉬운 점도 많지만, 예쁘고 기분 좋아서 계속 사용하고 싶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점차 사용자를 매료시킬 수 있는 포인트도 있다.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번 한 번 만큼은 예쁘니까 봐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