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 조금 보태 구독료에 허리가 휘는 시대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콘텐츠 플랫폼 지출 비용에 쓰일 줄은 몰랐다. 다달이 돈은 지불하고 있지만, 활용도가 높지 않다면 이 사실을 기억하자. 굳이 구독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양질의 영화들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곳들이 많다는 사실을 말이다. 흑백 필름 감성이 묻어 있는 고전 영화부터 독립 예술 영화, 상업 영화에 이르기까지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채널들이 꽤 많다. 일단 에디터가 추천하는 영화들부터 섭렵하자. 이렇게 재밌는데, 무료 영화 맞다.
무료 영화 사이트 추천
장편과 단편 모두 여기
스밍스
‘플레이 무비’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이 ‘스밍스’로 바뀌었다. KT의 인터넷 서비스 자회사 KT알파에서 운영하는 곳. 상업 영화 중심으로 포진되어 있으며, 매주 두 편의 실시간 스트리밍 영화가 제공된다. 물론 최신 작품이 올라오지는 않지만 <공동경비구역 JSA>, <효자동 이발사>, <국가대표> 등 흥행 성적 좋았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다양한 애니메이션도 이곳에서 즐겨보자. @스밍스
한국고전영화
200여 편의 한국 영화를 관람할 기회가 바로 여기. 한국영상자료원의 유튜브 채널로 1950년대 이전 작품부터 8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영화 역사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따라가 보자.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마부>, <오발탄> 등 시네필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고전 영화가 가득하다. 영상자료원 있는 상암까지 갈 필요 없겠다. @한국고전영화
씨네 허브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단편 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 곳. 수상작들도 많아 작품성 있는 단편을 골라 볼 수 있다. 장르별로도 나뉘어져 있으니 욕구에 충실한 셀프 큐레이션이 가능한 것도 장점. 홈페이지 및 유튜브 채널도 함께 운영 중으로 최근 <파친코> 주연으로 출연한 김민하 배우의 2020년도 작 <번화가>도 따끈따끈하게 업데이트가 됐다는 소식. @씨네 허브
무비콘
<티파니에서 아침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벤허>, <싸이코> 등 세계적인 명작들이 준비되어 있다. 저작권이 만료되어 누구든 배포가 가능한 작품들을 수백 여편 아카이빙 되어 있는 유튜브 채널로 10개 언어로 자막까지 지원된다. 한국 고전 영화도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흑백 영화의 묘미를 만끽하도록. @무비콘
Alter
<심야 괴담회> 애청자에게 추천한다. 말초 신경 완벽 자극을 위한 900편의 단편 영화가 사람들을 기다린다. 만약 공포가 취향이 아니라면 아예 접근조차 하지 말도록. 썸네일부터 꽤나 수위가 높다. <능력 소녀>, <코코코 눈!>, 김유정 배우가 나오는 <Room 731> 등 짧지만 강렬한 국내 작품들도 볼 수 있다. @Alter
인디그라운드
한국 독립 예술 영화의 유통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설립했다. 독특한 지점은 하나의 주제로 영화를 묶어 큐레이션 해주는 방식. 2주 동안 약 5편의 영화를 골라 온라인 상영을 하고 또 다른 주제로 찾아온다. 작품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를 인식하고 영화를 감상한다면 더 깊게 작품 속에 들어갈 수 있을 거다. @인디그라운드
구독료 없는 무료 영화 추천 7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로 추렸다. 러닝 타임이 길지 않으니 1번부터 쭉 감상해 보시길.
인도에서 가장 위대한 감독으로 꼽히는 사티야지트 레이. ‘아푸 삼부작’으로 유명한 그가 만든 단편 영화다. 대사가 없으며 사운드와 미장센으로 더 풍부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영화에는 두 소년이 등장한다. 상류층과 빈민가 아이다. 부유한 소년은 멋진 고급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이 일상이지만, 가난한 소년은 자연에서 얻은 것들로 놀거리를 직접 만든다.
창문을 통해 가난한 아이의 창의성을 지켜보던 소년은 자신이 가진 것들을 내보이며 과시한다. 가난한 아이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맞선다. 결국 상류층 소년은 상대 아이의 장난감을 파괴하지만 결국 맛보게 되는 건 상실감과 허무함일 뿐이라는 결말에 도달한다. 아이라는 원초에 가까운 존재를 등장시켜 인간의 내면을 깊게 파고든 작품이다. 러닝타임 12분. @바로 보러 가기
2019년 <샤잠!>으로 히어로물까지 잘 만드는 감독임을 알려준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그래도 이 감독의 정수는 공포 영화에 있다. 호러물을 사랑한다면 <애나벨: 인형의 주인>, <라이트 아웃> 등 그의 영화를 거쳐 갔을 터. 이 공포 장편 영화를 만들기 전 그는 유튜브에 2분 45초 분량의 짧은 작품을 공개했고, 재능을 발견했다.
단편 영화 <픽쳐드>(Pictured)는 한 여성이 집에 걸려 있는 어떤 그림 앞에 멈춰 서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흘러간다. 하나의 그림에 불과했던 이 액자가 점점 기괴하게 느껴지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인간의 불안을 건드리는 탁월한 능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러닝타임 3분. @바로 보러 가기
이제는 만인의 스타로 떠오른 구교환. 단편영화부터 꾸준히 필모를 쌓아 이제는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상업 작품의 중심에 선 구교환 배우의 연출작이다. 주인공 고기환이 자신이 출연했던 독립영화 DVD를 받으러 다니는 내용으로 자신과 작업했던 열정 충만 영화쟁이들의 과거와 현실을 보여준다.
DVD 사수라는 여정을 풀어내는 구교환의 연출이 빛을 발한다. 카메라 앵글부터 리듬감 있는 대사, 배우들의 연기력, OST까지 독립 영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이제훈 배우도 토크쇼에 나와 칭찬해 마지않았던 영화로 심지어 웃기다. 러닝타임 28분. @바로 보러 가기
스웨덴 배우 겸 희곡작가인 에릭 베른키스트의 상상력이 더해져 미래의 우주 탐사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이는 허구가 아닌 실제 NASA가 촬영한 사진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작품. 태양계의 행성, 위성, 소행성대 등 인류가 그곳을 탐험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것이다.
칼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이 자신의 저서 <창백한 푸른 점>에서 영감을 받은 내레이션도 풍광과 더해져 숭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엇보다 이 짧은 영화의 압권은 인간이 저 먼 곳에 두는 시선이다. 광활한 곳을 바라보며 짓는 벅차오르는 눈빛과 표정은 곧 중력을 벗어난 그곳에서 서 있을 우리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러닝타임 4분. @바로 보러 가기
김종관 감독의 작품은 늘 아름답고 섬세한 영상미가 돋보인다. <하코다테에서 안녕>도 그렇다. 주인공은 이별 여행을 하는 커플. 하지만 직접 등장하지는 않는다. 일본 홋카이도의 하코다테라는 도시에서 헤어짐을 맞이하는 한 커플의 대화와 궤적을 카메라로 비출 뿐이다.
헤어지는 두 남녀의 목소리는 배우 안소희와 정준원이 맡았다. 나지막한 그들의 말들은 마지막으로 향하는 관계의 끝을 아련하게 보여준다. 눈이 가득 쌓인 도로, 버스 정류장, 따뜻한 차가 놓인 카페에 동행하며 누군가의 이별 여행에 동행해 보기를 권한다. 아마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이라면 하코다테에 쌓인 눈처럼 말갛게 마음이 정리될 수도 있을 것이니. 러닝타임 6분. @바로 보러 가기
<연애 빠진 로맨스>를 만든 정가영 감독. 어떤 시절, 정 감독은 조인성에게 단단히 빠진 듯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이 작품을 소개하는 문구는 한 줄. “영화감독 가영은 조인성을 캐스팅하고 싶다. 아직 시나리오는 없지만.” 정말 함께하고 싶다는 절실함 하나는 제대로 느껴지는 문장이다.
연출만 잘하는 게 아니었다. 진정한 메소드 연기 장인 정가영 감독의 대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찰지게도 흐른다. 차린 밥상은 없어도 맛있게 먹어 줄 배우 조인성을 그녀는 과연 캐스팅할 수 있었을까? 일단 조인성 섭외는 모르겠고, 이 영화 보면 정가영 감독 팬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러닝타임 19분. @바로 보러 가기
며칠 전 ‘2024 LoL 월드 챔피언십’ 4강 진출을 알린 T1. TES에 3 대 0 완승을 거두며 곧 국내팀 젠지와 경기를 치룬다. 계속해서 e스포츠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T1의 서사가 <레드불 T1 다큐멘터리 : 함께 날아오르다>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져 지난 9월 극장 개봉을 한 바 있다. 현재 상영관에서는 내려왔지만, 유튜브에 공개돼 만약 스크린 속에서 이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이 기회.
2022년 롤드컵 준우승의 기록과 다음 해 우승을 거머쥐기까지의 좌절과 고뇌의 순간, 그리고 결국 맛본 환희의 장면까지 담아냈다. 꼭 T1 팬이 아니더라도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울림이 있을 거다. T1 선수단과 코치진의 비하인드 인터뷰로 채워져 있으니 우리는 몰랐던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만나보자. 러닝타임 80분. @바로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