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뜨겁다. 메타버스를 둘러싸고 온갖 이야기가 쏟아진다. 오랜만에 뜨는 아이템이라 함께 뜨거워졌다가, 비슷한 이야기만 반복되는 걸 보니 도로 냉정해진다. ‘메타버스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정도로만 아는 이도 많다. 사실 이렇게 관심을 둘 주제는 아니지만, 생각난 김에 한 번 정리해 본다. 메타버스에 대해 궁금한 당신이 알면 좋은, 딱 세 가지만.
하나, 메타버스가 뭘까?
‘메타와 유니버스 조합으로 만들어진 단어’라느니, ‘1992년 ‘스노 크래시’란 SF 소설에서 소개된 개념‘이라느니 이런 상투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이런 말은 그냥 상식 삼아 듣고 잊어도 괜찮다. 메타버스는 간단히 말하면 생활형 온라인 3D 게임이다. 카카오톡을 3D 게임처럼 만들었다고 생각해도 된다. 각자 아바타를 가지고, 다른 아바타와 대화를 나누거나 게임을 한다. 2020년 메타버스의 아이콘인 ‘포트나이트’는 온라인 게임이고, ‘제페토’는 3D 아바타 채팅 프로그램이다.
메타버스는 간단히 말하면 생활형 온라인 3D 게임이다. 각자 아바타를 가지고, 다른 아바타와 대화를 나누거나 게임을 한다.
사실 메타버스란 개념이 처음 나왔을 때는 꽤 충격적이었다. 네트워크로 연결한 가상 세계에서 살아간다고? 1992년에는 그런 개념이 없었다. 네트워크는 PC와 PC, 또는 PC와 서버와 연결되어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이었을 뿐이다. 그런 시절에 이미 메타버스라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디지털 공간에서 ‘살아간다’라는 개념이 나왔다. 이런 일에 감동하는 사람은 당연히 긱(Geek)들이다. 감동하다 못해 구현하려고 애썼다.
처음에는 잘 안 됐다. 그러다가 2003년 ‘세컨드라이프’라는 성공한 서비스를 만들었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과 더불어 3D 컴퓨터 게임 기술이 발전한 덕이다. 결국 망하긴 했지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소위 언택트 문화나 가상 이벤트 사례는 모두 여기서 먼저 행해졌다. 가상 라이브나 팬 미팅, 부동산이나 아이템 거래, 디지털 세계에서 일하고 연애하며 공부하는 사례가 모두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세컨드라이프는 가상 세계 부동산 개발로 떼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나면서 떴다.
둘, MS와 페이스북도 관심이 있다고 하던데?
현재 메타버스에 관한 이야기는 두 가지가 혼재되어 있다. 하나는 아까 말한 ‘포트나이트’ 같은 3D 그래픽 기반 온라인 게임이나 채팅 프로그램이고, 다른 하나는 MS나 페이스북에서 만드는 ‘홀로렌즈’와 ‘오큘러스 퀘스트2’ 같은 HMD(Head Mount Display) 기기를 이용하는 서비스다. 메타버스라는 단어 때문에 서로 다른 흐름을 하나로 퉁 쳐서 이야기하게 돼버렸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에 담긴 ‘생활 세계’를 구현한 건 포트나이트 같은 게임이지만, ‘몰입형 세계’를 만드는 건 VR 기술이라서 그렇다.
자세히 보면 둘은 다르다. 포트나이트는 게임 플랫폼 안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고 있다. 그래서 가상 콘서트를 열고 유명 기업 마케팅을 하기도 한다. 그게 시작된 때가 2019년이다. 당시 에픽 CEO는 그런 의미에서 포트나이트를 메타버스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 소셜 VR, 또는 업무용 AR/VR이란 흐름이 있다. AR/VR 장치를 이용해 회의나 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게 본격화된 시기도 2019년이다. 이런 플랫폼도 메타버스라고 불렀다. 앞서 말했지만, 메타버스는 Geek에겐 익숙한 개념이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에 담긴 ‘생활 세계’를 구현한 건 포트나이트 같은 게임이지만, ‘몰입형 세계’를 만드는 건 VR 기술이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다시 관심을 받게 됐다. 활동이 줄어든 사람들이 어디 있나 봤더니, 스마트폰 게임이나 앱에 있는 걸 발견한 탓이다. 예전에는 쓰지 않았을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걸 알았다.
특히 게임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가상으로 만나 일하고 공부하는 것도 평범해졌다. 이때 마침 엔비디아 CEO가 “앞으로 20년은 SF와 다를 바 없다. 메타버스 시대가 오고 있다”라고 멋지게 말하는 바람에, 메타버스가 일반인의 세계로 올라왔다. 막상 엔비디아가 제시하는 메타버스 ‘옴니버스’는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를 써도 함께 온라인으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3D 기술을 이용한 일종의 VR 협업 플랫폼이지만.
셋, 진짜 메타버스 시대가 올까?
현재 쓰이는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소비하는 장소의 의미에 가깝다. 다시 말해 앞으로 돈 벌 기술이니까 투자해라-라는 뜻으로 쓰인다. 이런 뜻으로 말하자면,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하긴 어렵다. 일단 메타버스라는 단어의 약발이 떨어지는 순간, 여기에 얹은 숟가락을 치울 회사가 너무 많다. 코로나19가 지난 후에도 계속 인기를 얻을 서비스는 몇 개 없으며, 인기 있는 플랫폼조차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다. 이용자는 변덕스럽다. 앞으론 메타버스가 유행할 것이며, 거기에 쓰이는 통화는 가상화폐고, 아이템은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거래될 거다-라는 식으로 엮여서 말해지는 것도 불안 요소다.
다만 본래의 뜻대로라면 우리는 벌써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온라인은 이미 우리 생활 스타일과 경험, 사고방식 일부로 자리매김했다. 오늘날 우리는 가상과 현실을 꽤 자연스럽게 오가는 삶을 산다. 다만 지금은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서로 다른 서비스와 앱을 쓰지만, 조만간 그걸 통합할 앱이나 서비스가 나오긴 나올 거다. 도미노 피자에서 실험한 것처럼, 내가 스마트폰/PC로 게임을 하건 뭘 하건, 거기서 피자를 주문하면 실제 집으로 피자가 배달되는 시스템이.
실제로 초기 메타버스가 주목받은 건, 웹에서 이뤄지는 시청각 경험을 넘어선 몰입형 경험, 이용자 간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시스템 때문이었다. 이를 통해 실감 나는 또 공통된 경험을 할 수 있는 차세대 인터넷이 태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비록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그동안 많이 발전하긴 했다. 누구나 마인크래프트로 가상 세계를 스스로 만들고, 로블록스를 통해 만든 게임으로 돈도 벌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모두 가상 세계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도 갖춰졌다. 그리고 우린 그런 사업으로 돈이 오간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다.
메타버스이기 때문에 성공하는 사업은 없다. 반대로 성공한 게임이나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메타버스화 된다. 다시 말해, 투자하고 싶다면 본질을 봐야 한다. 어떤 앱이 지속적인 상호작용과 공유 경험을 통해 더 사람을 연결하는지, 더 편하고 재미있고 행복하게 만드는지를. 당신이 할 일은 성공할 회사와 사업을 찾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