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달이나 페더러의 열렬한 팬이건, 혹은 테니스의 왕자 같은 SF 수준의 만화로 입덕했건 간에 계기는 상관없다. 입문은 모두에게 공평한 법이니까. 대신 총알만 넉넉하다면 장비발을 조금 세워볼 수도 있고, 의욕에 추진력을 한 스푼 더 얹어줄 수도 있겠지. 테니스 입문을 준비 중인 테린이들을 위해, 임볼든이 같은 테린이 입장에서 어울리는 아이템을 몇 개 선정해봤다.
연식이 있는 사람들에겐 ‘아대’라는 명칭이 더 익숙할 리스트밴드와 헤드밴드는 사실 테니스 장비발의 첫걸음이다. 비단 테니스뿐 아니라 손목을 보호하는 것은 대부분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기도 한데, 아디다스 휴먼 메이드가 테니스 코트의 산뜻한 분위기와 일맥상통하는 그린 컬러로 좋은 매치업을 이룬다. 스트릿패션 레이블 휴먼 메이드와의 협업 제품으로, 특히 1970년대의 레트로 스타일 디자인과 색감이 강한 악센트를 준다. 소재는 재활용 폴리에스터다.
‘이번에도 또 그린 컬러?’라는 반응이 나와도 어쩔 수 없다. 어쨌든 시각적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컬러 아니겠나. 엣니아 바르셀로나의 칼리오 II도 마찬가지. 대신 초록초록한 프레임 옆으로 이어지는 템플의 복잡한 컬러와 패턴 디자인이 제품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준다. 물론 땀에 강한 소재의 노즈패드도 마련되어 있어 스포츠 아이웨어의 정석을 보여준다.
코트 위에서 보통 피케 셔츠 스타일을 즐겨 입지만, 이번엔 크루넥으로 가자. 기왕 초록 초록 테린이 무드를 유지하기로 했다면, 구찌 ‘To Hug a Snake’ 프린트 티셔츠에 눈길이 갈 거다. 전·후면 굵직한 레터링은 영국 동요에서 영감을 받아 새겨졌고, 구찌 창립 연도가 더해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진하게 어필한다. 소매 부분 스프라이트 패턴도 시선을 빼앗는 대목. 기능성 소재는 아니지만, 코트 위 생동감 넘치는 스타일은 연출하고 싶다면 과감히 픽.
프랑스 레전드 테니스 선수 르네 라코스테(Rene Lacoste)가 창립한 만큼 입문자들이 가장 먼저 들르게 되는 브랜드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이 제품은 허벅지 안쪽에 통기성 좋은 메쉬 소재가 적용되었고, 스판덱스를 사용해 편안함을 배가시켰다. 기장과 디자인도 기본 중의 기본 느낌. 신축성 있는 허리 밴드 뒤쪽에는 라코스테 레터링이 포인트가 되어준다. 색상도 흰색이니까 어떤 상의도 받쳐 입을 수 있는 자유까지 누려보시길.
완벽한 테니스 웨어의 완성은 바로 이것. 클래이(CLAE)의 러니언 캘리포니아(RUNYON CALIFORNIA)다. 업사이클링, 오가닉, 비건, 혁신적인 재료 등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주의를 기울이는 브랜드로써 그린 무드 물씬 풍기기 때문. 러니언 캘리포니아 역시 메시 어퍼부터 나일론 레이스까지 리사이클 소재를 사용했고, 빈티지함이 묻어나는 텅이 더해져 캐주얼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한 마디로, 푸릇푸릇한 테니스 코트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테니스 웨어를 완성해 줄 가장 결정적인 아이템이라는 것.
멋을 추구하려면 포기해야 할 것이 많다. 어딘지 모르게 아재스러운 테니스 라켓 라인의 가방이 싫다면, 테니스공 색을 닮은 오프화이트 x 나이키 더플 웨이스트 백 콤보 옵티 옐로우를 선택해보자. 단, 별도의 테니스 라켓 수납공간은 없기 때문에 헤드와 그립, 거트 손상은 어느 정도 각오해야 한다. 오프화이트의 아이코닉 프린팅과 스우시의 조합이 제대로 시너지를 발휘하는 이 제품은, 감각적인 디자인과 넉넉한 수납공간으로 출시된 이후 운동인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현재 대부분 리셀 제품으로 판매 중이며, 가격 변동이 심하니 구매를 원한다면 예의주시는 필수.
윌슨, 바볼랏, 요넥스, 헤드가 굳건히 4대 천왕 자리를 지키고 있는 라켓 시장에서 라코스테라니, 뜬금없게 느껴질 것이다. 심지어 가격도 싸지 않다. 코트에서 인싸되고 싶은 사람 혹은 강한 스핀이나 파워를 생각하지 않고 여유 있는 랠리를 즐기는 것만으로 충분한 사람을 위한 라켓이다. 헤드는 100sq.in로 큰 편이고 무게도 290g으로 무겁지 않은 편이라 파워풀한 스트로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입문자나 초급자에게 적합한 라켓이지만, 예쁜 디자인 하나 덕분에 동호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제품이다. 그렇다고 성능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실상 가성비로는 갑이라고 할 수 있는 테크니화이버 라켓에 라코스테 디자인만 입힌 것이니 말이다. 남성용 다크그린과 여성용 화이트 두 가지 색상으로 출시되었다.
부쩍 늘어난 테린이들이 가장 놓치기 쉬운 건 바로 코트 위 땀 냄새. 꿉꿉하고 흉악한 냄새를 라코스테 존 오 드 뚜왈렛으로 잡아내자. 이 쨍한 노란빛의 향수는 사이프러스, 베티버, 앰버의 베이스 노트로 시작해 자몽, 핑크 페퍼, 토닉 워터의 톱노트가 미들 노트와 어우러져 청량감이 상당하다. 특히 라코스테 폴로 스피릿을 가득 담고 있어 가볍고 스파클링한 향기로 금세 상쾌한 기운을 북돋아 주니까 테니스 경기 후 피로감을 녹여주는 데도 탁월하다.
윔블던 전통의 파트너인 롤렉스가 아무래도 이 리스트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엔 제격일 터. 시대를 넘나드는 오이스터 퍼페츄얼 36이 그 주인공이다. 그린 컬러의 매력적인 다이얼 디자인과 지극히 기본에 충실한 레이아웃은 클래식 그 자체다. 36mm의 크지 않은 케이스 사이즈는 오이스터 스틸 소재, 3230무브먼트와 맞물려 뛰어난 밸런스를 이루면서 특별히 모나지 않은 성능으로 대부분의 취향을 만족시킨다. 6,78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