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만 선글라스, 새로 장만한 옷, 한 손에는 캐리어, 다른 한 손에는 아메리카노.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고 시크한 척하며 공항에 들어섰지만, 제로투 댄스라도 출 만큼 신난 마음 부여잡느라 애썼던 우리. 이맘때면 으레 그랬던 것처럼 피서지로 발걸음을 옮겨야 할 것 같으나, 여전히 오갈 데 없는 2021년의 휴가철이다. 코시즌이 망쳐놓은 휴가철, 그나마 7월의 넷플릭스 신작 라인업이 탄탄하니 시원한 맥주 한 캔 곁들여 감상하며 아쉬움을 삼켜보자.
네버 해브 아이 에버 시즌 2
박하기로 소문 난 로튼토마토에서 무려 100점 만점을 찍었다. 이 정도면 재미를 넘어 의미 내지는 감동까지 담겨 있다는 뜻. 흔한 백인 주인공의 하이틴 물이 아니라는 점도 큰 작용을 했을 터. 먼저 시즌 1을 요약하자면 뼛속까지 미국인인 인도계 미국인 데비는 찌질했던 학창 시절을 청산하고 교내 킹카 남친 사귀기에 돌입한다.
그 사이 전형적인 인도인 부모님, 괴짜 친구들과 갈등을 빚기도 하고 의외의 인물과 러브라인을 구축하기도 하며, 얼핏 하이틴 로맨스의 전형을 따르는 듯 보이지만 이야기를 이끄는 인물 대부분이 유색인종이고, 그만큼 다양한 문화가 있다. 그들의 우정, 갈등, 사랑 등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그저 흔한 하이틴 장르라고 치부하기엔 무언가 아쉬울 정도다.
미드가 흔히 그렇듯 에피소드 하나에 고작 30분 남짓한 시간이지만 빈지워칭하기에 제격이며, 시즌 2에서는 데비의 새로운 연인관계를 비롯해 집과 학교로부터 빚어지는 갈등과 트러블이 한층 짙어질 예정이다. 다양한 인종, 재치 넘치는 대사, 관계를 중심으로 다채롭게 펼쳐지는 이야기까지, 거를 타선이 없는 ‘네버 해브 아이 에버 시즌2’는 7월 15일 공개된다.
제8일의 밤
바야흐로 공포 영화의 계절이 도래했다. 넷플릭스에서 개봉하는 ‘제8일의 밤’이 기대되는 이유다. 공포를 넘은 공포, 국내 영화에서 흔치 않은 오컬트 장르인 탓에 ‘곡성’의 명맥을 이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공개된 스틸컷과 예고편은 꽤나 인상적이다. 괴이한 눈알과 섬뜩한 웃음을 짓는 소녀, 부적으로 도배된 얼굴 등. 그와 함께 영화를 이끄는 키워드는 눈과 7이라는 숫자.
연기력 면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데다 카리스마까지 강렬한 두 배우 이성민과 박해준이 각각 깨어나서는 안 될 것의 봉인을 지키려는 전직 승려와 그로부터 비롯된 기괴한 죽음을 수사하는 형사로 분한다. 과연 그들은 봉인된 예언으로부터 ‘그것’이 깨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7월 2일 넷플릭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별나도 괜찮아 시즌 4
아직 우리에게는 생소할 수도, 외면하고 싶을 수도 있는 주제를 다룬 별나도 괜찮아.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주인공의 성장과 홀로서기를 다룬 숨은 명작이다. 주인공 샘뿐만 아니라 ‘정상인’이지만, 다 큰 ‘어른’이지만, 여전히 배우고 성장할 것이 많다는 메시지를 가족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잠잠히 전달한다. 무거운 주제를 더 무겁고 어둡게 전달하는 대신, 적절한 유머와 과하지 않은 감동 코드로 전달한 제작진의 클래스가 돋보인다. 드디어 대망의 피날레 시즌, 장애인도 소수자도 아닌 한 사람의 주체로 거듭날 샘의 마지막 이야기를 함께해보자.
피어 스트리트
R.L 스타인(R.L. Stine) 동명의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3부작 영화 피어 스트리트. 각 편은 1994년, 1978년, 1666년을 배경으로 미국 오하이오주 섀이디사이드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섀이디사이드의 청소년들이 계속되는 잔혹한 연쇄살인의 배후에 숨겨진 미스터리한 진실을 알게 되고, 그 실체와 맞서 싸워가는 내용으로 300년에 걸친 잼민이들의 성장기와 중2병은 괴뢰군이 와도 이길 수 없다는 교훈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잔혹한 연출이 꽤 있으니 주의할 것.
아우터뱅크스 시즌 2
당초 코로나19로 인해 빨라야 올해 말, 늦으면 2022년 공개 예정이었던 아우터뱅크스의 두 번째 시즌이 의외의 빠른 일정으로 돌아온다. 아우터뱅크스라는 실존하는 작은 섬에서 보물을 찾아가는 간단한 시놉시스지만, 하이틴 드라마에 스릴러라는 독특한 조합이 적절한 비율로 배분되어 예상 외의 꿀잼을 선사하는 시리즈다. 네임밸류가 그다지 큰 배우들도 아니지만, 연기의 수준도 인상 깊은데, 특히 JJ와 키아라의 케미가 볼 만하다. 오는 7월 30일 공개 예정.
킹덤: 아신전
넷플릭스 최대의 한국 수출품, ‘킹덤’의 새로운 시리즈가 공개된다. ‘킹덤: 아신전’은 시즌2의 마지막에 등장한 인물 ‘아신’을 주제로 한 스페셜 에피소드로, 스핀오프 성격에 가까운 작품이다. 아쉽게도 세 번째 시즌은 아니지만, 일단 시즌2 엔딩에서 등장한 아신의 포스가 상당했던 터라 일단 절반 이상의 기대감을 끌어올린 상태. 여기에 아신을 연기하는 전지현의 존재감 하나만으로도 나머지 절반의 기대감을 채우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