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우리의 장래 희망은 항상 원대했다. 소방관, 우주비행사, 의사, 영화배우까지. 물론 모든 이가 어린 시절의 이 꿈을 끝까지 지켜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꿈을 이룰 때까지 끝까지 안고 살아간다. 크리스틴 GZ로도 불리는 크리스틴 존카는 9살 때부터 레이싱카의 스티어링 휠을 잡는 레이서가 되고 싶다고 결심했다.
오늘날 크리스틴 GZ는 국제 오프로드/랠리 레이싱 카 드라이버로 일하고 있는데, 현재의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러 역경을 극복해야 했다.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특히 레이싱은 접근부터가 쉬운 영역이 아니다. 일단 모터스포츠는 엄청난 비용이 수반되며, 레이싱카 드라이버들은 모두 프로 선수로 다른 운동선수와 마찬가지로 아주 어린 나이에 연습을 시작한다. 크리스틴은 9살에 레이싱 입문을 결심했지만, 자신이 직접 만든 차를 타고 연습할 수 있게 된 건 19살 이후의 일이었다. 크리스틴에게는 별다른 배경도 주어지지 않았다. 후원자도, 가족의 지지도, 돈도 없었던 탓이다. 그의 유일한 장점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야망, 그리고 ‘포기란 없다’는 인생의 모토였다.
인도에서 태어난 크리스틴은 여행을 사랑하는 이탈리아인 부모를 두었다. 그는 가족이 스페인의 카나리아섬에 정착하기 전까지 끊임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살았다. 그리고 그 섬에서 아홉 살의 GZ는 자신의 운명을 마주하게 된다. 카나리아 제도를 배경으로 토요타(Toyata) 코롤라 랠리카가 굉음을 내며 사막을 질주하는 모습, 이 광경은 크리스틴의 상상력이라는 도화선에 불꽃을 붙였다. 그때부터 카레이싱은 쭉 야망의 원동력이 되었다. 9살이라는 어린 나이의 크리스틴은 그 차가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앞으로 그에 관한 모든 것을 알아내겠다고 결심했다.
크리스틴의 부모는 레이싱이 말도 안 되는 목표이며, 여자라는 이유로 그의 꿈을 지지하지 않았다. 그래서 크리스틴은 자립할 나이가 되자마자 온갖 일에 뛰어들었다. 동시에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의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던 토요타 랠리카가 있는 정비소에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그는 자동차 정비와 운전의 기본기를 쌓았다.
이후 그는 1988년식 폭스바겐(Volkswagen) 골프 2세대를 구입하기에 충분한 돈을 모았고, 이를 자신의 첫 랠리카로 만든다. 크리스틴은 직접 차를 만져가며 여러 아마추어 랠리 행사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느껴본 레이싱의 세계는 오랫동안 참아왔던 소망을 풀어주었다. 그는 첫 번째 경주에서 레이싱에 대한 자신의 오랜 믿음을 확인했다.
19세의 나이에 카레이싱을 시작한 크리스틴에게는 후원자도, 지원도, 정식 훈련도 없었다.
곧 크리스틴은 다른 차도 만나게 됐다. 그는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1989년식 토요타 코롤라를 구입했고, 스바루 임프레자 GC8을 레이싱카로 개조하기도 했다. 19세의 나이에 카레이싱을 시작한 크리스틴에게는 후원자도, 지원도, 정식 훈련도 없었다. 대신 스스로 꿈을 향한 길을 개척해 나가며 다른 이들과 경쟁했다. 그 꿈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본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는데, 당연히 연습할 시간도 매번 부족했다. 하루 중 얼마 되지 않는 몇 시간은 거의 투쟁의 연속이 되었다.
2012년에 크리스틴은 부모의 뜻에 따라 경제학을 공부하기 위해 스페인을 떠나 영국으로 갔다. 하지만 그는 단 열흘 만에 이 전공이 자신과 맞지 않는 옷임을 깨달았다. 대신 모터스포츠 엔지니어링에 관심을 가진 그는 부모에게 일언반구 없이 무작정 전공을 바꾸었고, 그렇게 레이싱카를 만들고 관리하는 법을 배웠다.
2015년에 졸업한 크리스틴 GZ는 스페인으로 귀국해 정비소의 파트오너가 되었고, 견인차를 구매해 건실한 사업체를 운영해 나갔다. 보통 사람이라면 여기서 만족하고 정착했겠지만, 크리스틴은 여전히 마음속에 레이싱의 꿈을 품고 있었다. 이를 향한 그의 마음은 집착을 넘어선 소명에 가까웠다.
보통 사람이라면 여기서 만족하고 정착했겠지만, 크리스틴은 여전히 마음속에 레이싱의 꿈을 품고 있었다.
2015년, 운명이 기회와 함께 찾아왔다. 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푸조 공식 팀으로 경기에 출전하고, 말라가에서 열리는 내셔널 랠리의 결승전에 참가할 기회를 제안받았다. 크리스틴 GZ는 대회를 2등으로 마무리했고, 전 세계에 자신의 성과를 증명해 보이며 레이싱에 대한 포부를 확인시켜줬다. 크리스틴은 승리를 거둔 후 카테고리를 2WD에서 4WD로 전환했고, 그의 스바루 임프레자를 타고 더 자주 경기에 출전했다.
2016년쯤이 되자, 한때 무명이었던 레이서는 이제 레이싱 팀에 고용되어 경기를 뛰는 프로 드라이버가 되었다. 후원자를 찾기 위해 본업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크리스틴에게 모든 경기는 기술을 연마할 기회였다. 마침 푸조(Peugeot)가 이때 훨씬 더 좋은 기회를 갖고 돌아왔다. 바로 카탈루냐에서 열리는 월드랠리챔피언십(이하 WRC)에서 뛸 최초의 여성팀 멤버가 되는 것이었다. 크리스틴에게 있어 WRC 출전은 오랜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 엄청난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돈도 투자할 수 있어야 했다. 크리스틴은 주저하지 않고 자신 몫의 사업체와 견인차, 레이싱카를 비롯해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전부 매각했다. 그는 새로운 팀을 만나기 위해 짐을 싸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떠났다. 빠듯한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첫 며칠 밤은 차고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하지만 레이싱은 크리스틴에게 경영, 마케팅, 대외관계에 있어 그 어떤 대학 교육보다 훌륭한 가르침을 주었다. 최초의 여성 랠리팀에 합류한 것은 큰 화제가 되었고, 이는 북미의 사막을 겁 없이 가로지를 수 있는 드라이버를 찾던 오프로드 레이싱 팀의 관심을 끌었다.
2017년, 오프로트 레이싱 팀인 다이나믹 레이싱은 기회의 땅 LA에서 크리스틴 GZ과 계약을 맺었다. 크리스틴은 랠리 드라이버였고, 오프로드 레이싱은 이와 완전히 다른 영역의 모터스포츠였다. 하지만 크리스틴은 이것을 ‘레이싱을 지속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였고, 이후 캔암 UTV에 올라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훈련을 받았다.
다이나믹 레이싱 팀의 날개 아래에서, 크리스틴은 오프로드 레이스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그는 첫 경기였던 UTV 월드 챔피언십에서 종합 10위를 차지했다. 완전히 새로운 레이싱 영역에서 승리를 거듭하며 크리스틴은 빠르게 오프로드 레이싱이 자신에게 딱 들어맞는다는 것을 느꼈다.
다이나믹 레이싱에 합류한 이후 크리스틴 GZ는 북미의 거의 모든 오프로드 레이스에 출전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바하 1000에도 출전했고, 해당 경기에서는 멕시코 사막을 가로지르며 1000마일 레이싱에서 6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둔다. 그 외에도 크리스틴은 바하 100, 500, 민트 400, 소노라 랠리에 참가한다. 특히 소노라에서는 손 골절상을 입고도 이틀간의 고된 랠리를 마쳤고, 브레이크도 없이 전속력으로 달렸다. 레이싱을 향한 그의 사랑은 주저 없는 야망과 절대 포기 않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북미에서 오프로드 경기를 하지 않을 때면 크리스틴은 랠리 경기를 위해 스페인으로 귀국한다. 불과 6년 만에 크리스틴 GZ는 국제적으로 이름난 오프로드/랠리 레이서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크리스틴은 멕시코에서 여성과 어린이들이 학대받는 집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돕고, 그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는 ‘Mi Casa Esperanza’라는 자선사업도 함께 펼치고 있다.
꿈을 좇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크리스틴 GZ는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스페인과 북미를 오가며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한다. 그는 레이싱을 하기 위해 친구, 가족과의 관계를 포기해야 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한 사람에게는 큰 타격이 된다. 이렇듯 꿈을 좇는 것은 수많은 장애물과 실패, 회의감이 밀려오는 순간들, 야망에 끌려다니는 듯한 부담감과의 끝없는 투쟁이다.
꿈을 좇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크리스틴 GZ는 레이싱을 하기 위해 친구, 가족과의 관계를 포기해야 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동기부여를 위한 여러 격언의 메시지는 항상 똑같다. 시간과 노력을 꿈에 투자하고 치열하게 그를 좇아 나간다면 언젠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리라는 것을. 크리스틴 GZ은 여전히 다카르 랠리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지평선을 바라보며 꿈꾸고 있다. 다카르 랠리는 그가 쌓아온 레이싱 커리어의 정점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에 도달하는 일은 크리스틴의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굳건한 목표다. 물론 이는 GZ에게 있어서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는 충분히 전설의 반열에 오를만한 그릇을 가진 인물이다.
크리스틴의 모터스포츠 커리어는 아무 후원자도 없이 직접 만든 자동차로 출전했던 19세에 뒤늦게 시작됐지만, 5년 만에 바하 1000의 상위 10위 안에 드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는 모두가 주목할 만한 위대한 업적이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우리는 크리스틴의 이야기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가 걸어온 삶은 꿈을 따라가도 절대 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이나, 다이나믹 레이싱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크리스틴 GZ의 위대한 레이싱 여정에 함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