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탓일까. 올해는 유난히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결제 방법 문제로 시끄럽다. 당장 게임 ‘포트나이트’를 만드는 에픽게임즈가 애플과 구글의 앱 마켓 정책에 반발해 법정 싸움까지 갔다. 페이스북은 애플과 페이스북 앱 내에서 사용되는 결제 방법에 대한 수수료 문제를 두고 부딪혀서, 일정 기간 유예를 받아냈다. 스포티파이, 에픽게임즈 등은 최근 데이트앱 틴더를 개발하는 매칭그룹과 함께 앱스토어 정책을 반대하는 비영리 단체 ‘앱 공정성을 위한 연합(Coalition for APP FAIRNESS)’을 만들기도 했다.
사실 갑자기 불거진 문제는 아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는 이미 작년부터 애플 앱스토어 정책에 반발, 앱스토어 결제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도 앱스토어 결제 정책에 대한 논란은 여러 번 있었다. 한국 스토어인데 달러로 결제를 해야 하는 것과 세금 문제가 주였다. 인앱 결제 논란에 대해선 지켜보는 처지이었는데, 구글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이 불을 붙였다. 그동안 애플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여온 구글이, 갑자기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받은 앱에서 이뤄지는 결제는 모두 구글의 인 앱 결제를 이용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마트폰 앱에서 게임 아이템 구매나 서비스 이용료 결제를 할 때(이걸 인앱 결제라고 부른다),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수수료를 받는다. 이건 신용카드나 카카오 페이 같은 페이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다만 애플과 구글이 떼어가는 몫은 좀 크다. 결제 금액의 30%다. 10000원을 결제한다면 3000원이 애플과 구글이 가진다는 말이다. 왜 30% 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이폰에 처음 앱스토어가 도입될 때 애플이 그렇게 정했고, 그 관습이 계속 이어져 왔다. 보통 일반 상품 도매가가 소매가의 40%~60% 정도니, 그보다 10% 적게 받은 게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처음에는 다들 이런 정책을 환영했다. 30%를 떼가긴 하지만 오프라인 SW 판매 삽에 비교해 높은 것도 아니고, 앱 마켓이란 큰 시장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또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생겼다. 지속적인 매출을 만들기 위해 애플과 구글은 앱 개발사에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라고 권했다. 오케이, 여기까지는 괜찮다. 여기에 더해 동영상, 음악, 게임 같은 콘텐츠 소비도 스트리밍 서비스, 다시 말해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되고 있다. 여기서 수수료 정책과 현실이 부딪힌다.
콘텐츠 서비스 회사는 구조적으로 콘텐츠 수급 비용에 돈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음원의 경우 우리가 만 원을 내면 저작권자에게 65%가 돌아간다. 여기에 30%를 수수료로 떼면 회사에 남는 것은 없다. 결국 인앱 결제 정책이 유연했던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선 자체 결제 방식을 적용하고, 애플 앱스토어에선 수수료만큼 높은 금액에 책정된 비용을 내야 한다.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크게 달랐던 이유다. 이번 구글의 정책 변경은, 그걸 못하게 하겠다는 말이다.
일단 구글의 입장은 이렇다. 이번에 발표한 정책 변경은 그저 기존 정책을 명확히 했을 뿐이며, 다른 시스템을 이용한 이용자 불편도 막을 수 있고, 영향받는 앱도 매우 적다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구글 플레이의 개발자 중 3% 미만이 디지털 재화를 판매하고 있으며, 이 중 98%가 이미 구글 플레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뭐가 문제일까 싶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거꾸로 보면 구글 플레이 매출은 저 3%에서 나온다는 말이라서 그렇다. 특히 게임 비중이 높아서 약 80%~90%에 달한다. 게임은 구글 결제 시스템 이용이 의무사항이다. 98%가 구글 결제를 쓰는 이유다.
나머지 2%, 전체로 따지면 0.06%란 숫자도 함정이다. 여기에는 이용자가 많은 주요 서비스 앱이 들어가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톡 같은 플랫폼, 웨이브나 왓챠, 티빙 같은 동영상 서비스, 멜론 같은 음원 서비스다. 이용자를 합하면 몇천만 명 규모다. 구글은 유독 한국이 자체 결제 시스템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하지만, 애초에 한국만큼 구독 서비스가 빠르게 정착한 나라도 드물다. 이번 정책을 강행할 경우, 이용자 부담도 상당히 커질 거라 예상된다. 넷플릭스처럼 앱 안에서 아예 결제할 수 없게 되거나, 애플 앱스토어만큼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아니면 최근 인도에서 배달 앱 조마토와 스위기, 결제 앱 페이티엠을 내렸던 것처럼, 구글은 해당 앱을 앱 마켓에서 지워버릴 것이다.
물론 구글에서는 그게 억울하면 다른 앱 마켓을 설치하게 하라고 말한다. 열린 정책이 아니라 농담처럼 들리는 이유는, 구글 플레이가 독점에 가까운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당장 구글 서비스를 탑재하지 못하는 화웨이 스마트폰이 어떻게 됐는지를 똑똑히 보지 않았는가. 구글이 말하지 않은 것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앱 마켓 수익구조가 변하고 있다. 센서타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글로벌 앱 수익은 전년 대비 23.4% 증가했다. 특히 게임 내 직접 구매가 늘어나고, 구독 수익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앱 애니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비게임 앱 소비자 지출의 91%가 구독 서비스다. 광고 수입이 감소한 구글로서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열린 정책이 아니라 농담처럼 들리는 이유는, 구글 플레이가 독점에 가까운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구글 뜻대로 될 가능성도 있지만, 향방을 알기 어렵다. 구글이 얻을 이익이 그대로 이용자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독점 지위에 대한 문제 제기 및 그동안 간헐적으로 논의됐던 다른 문제들이 한꺼번에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구글은 1년이란 유예 기간을 두며 상황이 식기를 바라겠지만, 이번엔 회사의 밥줄을 움켜쥐는 꼴이라 쉽지 않다. 무엇보다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들은 대부분 구글이 꾸리고 있는 서비스의 잠재적 경쟁자다. 어쩌면 진짜 이용자의 대탈주가 일어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