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화이트 와인은 유명한 포도품종인 샤도네이, 피노 그리지오, 리슬링, 그리고 소비뇽 블랑 정도로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조용히 눈에 띌 날만 기다리고 있는 화이트 와인이 여럿 있다. 비오니에 역시 그중 하나다.
비오니에는 프랑스 북부 론 계곡에 있는 와인 산지인 콩드리유 지방에서 유일하게 그 재배가 법적으로 허용된 포도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레 그 지역과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이외의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미국,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칠레, 그리고 저 밑에 있는 호주와 뉴질랜드는 물론, 과소평가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이스라엘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포도원에서도 말이다.
론에서 비오니에는 시라와 같은 배럴을 사용하는 것이 흔하다. 하지만 그 혼자만으로도 매우 맛있다.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와인의 놀라운 아로마 향에서 찾을 수 있다. 황홀함으로 가득한 이 포도는 핵과일, 보라색 꽃, 허니석클, 그리고 돌이 섞인 향에 오크 숙성으로 인한 약간의 바닐라와 토스트 향을 띈다. 거기에 추가로 살짝 느껴지는 따뜻한 베이킹 스파이스도 있다.
비오니에는 여러 버전으로 색다르게 즐길 수도 있다. 어떤 버전은 가볍고 아크로바틱한 느낌을 혀에 전달하지만, 반대로 무겁고 크리미한 한입을 진하게 선사하는 버전도 있다. 실제로 블라인드테스트를 했을 때 비오니에를 가장 잘 맞추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 이유는 혀에 항상 남는 비오니에만의 오일리한 끝 맛에서 찾을 수 있다.
주의: Viognier 발음을 어떻게 하면 될까? 보기보다 어렵다. Viognier는 프랑스 단어이기 때문에 중간의 “g”가 발음이 되지 않으므로 발음할 때 vee-own-yay, 즉 비오니에라고 들린다.
이 와인이 마음에 든다면…
비오니에를 처음 도전해보고 싶은 당신, 언제 마셔도 맛있는 클래식한 비오니에를 찾는가? 그렇다면 바로 이 와인을 추천한다. Georges Vernay와 그의 아버지 Francis는 꽁드리우의 초창기부터 있었다. 1940년대에 이르러서야 이름을 알리게 된 이 와인 산지에서 Vernay 일가는 비오니에의 시대를 여는 데 기여했다. 그들은 로컬 테루아르에 알맞은 포도품종을 생산했고, 그 어디와도 견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뉘앙스를 갖고 있었다.
그 똑같은 기준은 Georges의 딸인 Christine의 관리 아래 오늘날까지 훌륭하게 계승되고 있다. 이 와인의 제조사는 Les Chaillees de L’Enfer를 ‘호화롭다’고 표현하는데,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국적인 핵과일 향의 파도가 혀를 쓸고 지나가면 그 뒤로 풀과 시트러스의 만남인 버베나와 황금빛 허니석클 꽃의 향연이 따른다.
가성비 좋은 대안들…
Georges Vernay 도메인이 꽁드리우에서 갖는 의미는 Chapoutier가 거의 북부 론 전체에서 가지는 의미와 비슷하다. Marius Chapoutier는 양조과정의 선구자로, 다른 곳에서 포도를 들여오는 것보다 직접 포도를 재배하는 것을 선호했다. 새로운 soil-to-shelf 와인메이킹은 이렇게 시작됐다.
Chapoutier는 여전히 와인 제조산업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생물역학적인 제조에 전념하는 것은 물론, 론 와인만의 맛에 정점을 찍는 최고품질의 와인을 내놓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La Combe Pilate은 맛도 훌륭한데 가격까지 합리적이다. 100% 비오니에로 되어 있고, 익은 복숭아와 살구, 허니석클, 오렌지 블로섬의 파티 속에서 약간의 풀 향도 느낄 수 있다. 비오니에 품종에서 기대하는 모든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지만, 과도하게 무거운 느낌을 피하고자 가미된 산미도 돋보인다.
Gary Eberle은 자신만의 와이너리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Paso Robles 아펠라시옹 전체의 공동창립자다. 비록 그의 대학 생활은 미식축구 장학금으로 시작해서 생물학 학사와 세포 유전학 석사로 마쳤지만, Eberle는 곧 와인에 대한 열정이 다른 모든 것을 넘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많은 공부와 훈련을 거쳐 온 그가 진판델, 바르베라, 산지오베제, 시라, 샤도네이, 론 스타일 블렌드, 그리고 비오니에를 포함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성공시킨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Eberle의 Mill Road 포도원에서 생산하는 이 와인은 클래식한 비오니에에 약간의 변화를 줬다. 복숭아와 살구? 체크. 허니석클? 체크. 시트러스와 미네랄이 자연스레 어울리는가? 체크, 그리고 또 체크. 가장 큰 차이는 레몬 껍질 한 조각과 상쾌한 피니시다. 이 차이는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비오니에보다 조금 더 밝고 당돌한 느낌을 준다. 만약 당신이 매번 샤도네이, 리슬링, 소비뇽 블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와인에 도전해보는 것 또한 추천한다.
비오니에와 같이 구세계 와인의 클래식들은 신세계 와인에서는 찾기 힘든 전통이 담겨 있다. 하지만 여기서 Yalumba만큼은 예외다. 이 와이너리는 1849년까지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Hill-Smith 일가는 진보적인 기술을 받아들이면서도, 와인이 그 포도가 자란 땅의 자연적인 특성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테루아르’는 그냥 관심을 끌기 위해 하는 유행어가 아니다. 그것은 Yalumba에서 생산되는 모든 와인에 담겨 있는 본질이다. 여기에 백 년도 넘은 포도나무와 지속가능한 제조방식이 합쳐져 나오는 것이 바로 그 지역 특유의 느낌이 선명히 담긴 아주 특별한 와인이다.
이 와인 역시 다른 비오니에와 마찬가지로 복숭아와 살구 맛을 수반한다. 하지만 매끄러운 꿀과 오렌지 블로섬은 가벼운 화이트 꽃과 스파이스에게 길을 비켜준다. 허나 혼동하지 말 것. Jessica Rabbit과 같은 레벨의 섹시함은 아닐지라도, 이 와인은 그에 못지않게 감미롭고 풍미도 진하다. 매콤한 껍질의 오리고기와 살구 소스, 혹은 코코넛 커리와 함께 마시고 싶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