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의 포문을 연 폭설. 갑작스레 쏟아진 눈에 곤란한 상황을 겪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겠다. 아무리 애써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야 없겠지만,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돌발 상황에 대한 대비는 우리의 몫이다. 겨울철 차량 한편에는 항상 스노우 체인이 구비돼 있어야 하는 건 이러한 이유에서다.
스노우 체인은 응급 키트처럼 비상용에 가깝다. 눈이 많이 내려도 일상생활에서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는 것처럼. 험지를 가거나 특수한 상황에서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그렇다고 ‘설마 그런 일이 생기겠어’는 금물. 원래 설마가 사람 잡는 법이다. 종류부터 선택 요령, 스노우 체인 추천까지 준비했으니 차근차근 정독하자.
스노우 체인 종류
기능도 방식도 천차만별
스노우 체인은 생각 이상으로 종류가 다양하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슬형부터 양말 신기듯 씌우는 직물형, 파스처럼 붙이는 패치형까지. 그중 주로 쓰이는 종류의 장단점을 소개한다.
사슬형
말 그대로 쇠사슬을 타이어에 감는 방식이다. 스노우 체인이라 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를 만큼 기본적인 형태.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살아남았다는 건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수많은 체인이 개발되었지만 구동력과 제동력에 있어 가장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내구성도 비교적 좋은 편. 그 무엇보다 기능을 우선순위에 둔다면 고민 없이 선택하면 된다.
다만 그에 따른 단점도 여럿 존재한다. 설치가 다소 어려운 편이라 처음 써보는 사람은 추운 겨울날 밖에서 한참을 낑낑댈 확률이 높다. 쇠 자체를 바퀴에 두르는 만큼 소음이 심하고, 승차감도 영 좋지 않다. 눈길이나 빙판에는 강하지만, 눈길이 아닌 곳에서 사용할 경우 차체에 손상이 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스프레이형
스프레이를 바퀴에 직접적으로 뿌리는 방식이다. 칙칙 뿌리면 끝이니 이보다 간편할 수 없다. 탈부착하는 과정 자체가 없다 보니 한시가 시급한 상황에 쓰기에 가장 적합하다. 공간을 따로 마련할 필요도 없으니, 비상용이라는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형태라 할 수 있겠다.
편의성을 챙긴 만큼 기능은 아쉬운 편. 눈이 적게 온 상황에서는 그나마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도로가 이미 결빙 상태이거나 눈이 많이 왔을 경우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지속력도 몇 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응급 중의 응급용인 셈. 뿌릴 때 바퀴가 아닌 차체에 묻을 경우 닦아내기도 쉽지 않다.
케이블 타이형
타이어에 케이블 타이를 두르는 방식이다. 이름만 케이블 타이인 게 아니라, 일반적으로 쓰이는 케이블 타이와 동일한 소재로 제작된다. 사실상 일회용. 대신 개당 몇백 원 정도 선에서 구매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한 편이다. 장착도 케이블 타이와 똑같이 넣고 당기기만 하면 완료. 가벼운 무게 덕에 휴대하기도 용이하니, 여행처럼 특수한 이벤트가 있을 때 여러 개 구비해두면 좋다.
케이블 타이가 차체를 지탱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스멀스멀 생길 수 있다. 사실 타 스노우 체인에 비해 타이어를 커버하는 표면적이 좁은 게 사실이다. 때문에 대단할 만큼의 제동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회용으로 나오긴 했지만, 그럼에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금방 끊어져 버리기도 하는 내구성도 서운하다.
우레탄형
우레탄 소재로 제작하는 스노우 체인. 금속제 제품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나온 나름 최신식 체인으로, 보통 타이어 표면을 넓게 덮는 형식으로 출시되고 있다. 눈길에서의 성능도 준수하고, 사슬형과 비교하면 소음도 거진 없는 수준이다. 장착과 탈착도 쉬워 스노우 체인 초심자가 쓰기에도 적합하다.
가격이 비싸다고 기능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둘 사이에 어느 정도 연관성은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 다방면의 장점을 가진 만큼 가격대가 약간 높게 형성돼 있다. 만족스러운 접지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직 사슬형에는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내구성도 제품에 따라 편차가 크기 때문에 리뷰를 꼼꼼하게 체크하도록 하자.
스노우 체인 고려 사항
잘못 사면 끼우지도 못해요
차종 및 타이어 체크
가장 기본적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이다. 어떤 차를 타는지, 타이어 사이즈가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제품군이 달라지기 때문. 확실하게 체크하고 적확한 제품을 구매하면 절반은 성공한 것과 다름없다.
예를 들어 타이어와 휠 하우스 간격이 좁은 차량은 사슬형 스노우 체인을 착용하기 어렵다. 우레탄형은 휠의 모양에 따라 아예 사용하지 못할 수 있다. 무리해서 체결했다간 안전상에도 문제가 될뿐더러 소중한 차체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수리비로 눈물 흘리기 싫으면 유념하자. 사이즈는 차량 등록증이나 타이어 측면을 확인하면 알 수 있다.
이왕이면 쉽고 빠르게
간과해선 안 될 게 있다. 스노우 체인이 필요할 때는 폭설이 내리거나 험지를 오가는 등 한시가 급한 상황일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설치에 소모되는 시간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조건이 비슷하다면 장착 및 탈착이 쉬운 쪽으로 고르자.
물론 앞서 언급했듯 편의성이 좋을수록 기능이 유감스러운 경우가 많다. 아직은 클래식한 사슬형 스노우 체인이 눈길을 주파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상황.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체결 단계에서 애먹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모든 스노우 체인이 그렇겠지만, 특히 사슬형은 예행연습이 선택 아닌 필수다.
보관도 관리도 중요해
최근 들어 스노우 체인 대신 윈터 타이어를 선택하는 운전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가격도 만만찮을 뿐 아니라 부피도 많이 차지하니 소형차에는 그림의 떡인 셈. 그에 비하면 스노우 체인은 훨씬 컴팩트하지만, 그럼에도 어떻게 보관할지는 고려해야 한다. 내구성을 위해선 통풍이 원활한 곳에 두는 게 좋은 만큼, 공간을 여유롭게 확보하기를 권장하기 때문이다.
관리도 염두에 둘 문제. 일회성으로 쓰이는 스프레이나 케이블 타이는 해당 사항이 없지만, 사슬이나 우레탄은 쓰고 나면 세척 및 건조도 말끔하게 해야 한다. 사람에 따라 상당히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는 과정이다. 이렇듯 각자의 성향과 여건에 따라 보관이나 관리가 여의찮을 수 있으니, 종류별 특성을 참고해 적합한 제품을 고르도록 하자.
운전자 유의 사항
도구는 도구일 뿐 맹신하지 말자
안전 운전 필수
체인은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차량을 무적으로 만드는 건 아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체인이 순식간에 끊어질 수 있고, 이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최대한 조심히 운전하도록 하자. 급가속, 급제동, 급커브는 피하자.
속도 조절 필수
스노우 체인 착용 시에는 어떤 경우에도 속도를 내서는 안 된다. 제품별로 제한속도는 상이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30km/h 선에서 운행하기를 권장한다.
바른 장착 필수
스노우 체인이 브레이크 유압 호스를 절단했다며 논란이 된 시기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러 정황상 제품 자체의 하자보다는 체결 과정에서의 실수가 문제의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설명서에 따라 올바르게 장착이 됐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도로 체크 필수
스노우 체인은 엄연히 눈길이나 빙판을 다닐 때 쓰여야 하는 물건. 체인을 장착한 채로 일반 도로에서 운행했다간 도로도 차량도 체인도 파손을 면치 못한다. 도로 상황을 지속해서 확인하고, 더 이상 체인이 필요하지 않은 곳까지 도달했다면 즉시 탈착하도록 하자.
눈길 돌파! 스노우 체인 추천 5
50년 넘게 스노우 체인 전문 브랜드의 입지를 구축 중인 쾨니히(König)의 제품. 고품질 합금강으로 제작돼 짱짱한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휠과 접촉할 수 있는 구성품은 긁힘을 방지하는 복합 소재로 제작돼 타이어를 보호할 수 있다.
사슬형임에도 설치가 상당히 간편한데, 자동 텐션 조절 시스템이 적용돼 이리저리 차량을 움직이지 않아도 한 번에 설치가 가능하다. 온갖 장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가격대는 높은 편.
스노우 체인은 언제 끊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가지고 있다면 이 제품이다. 강화 합금 소재를 통해 타제품 대비 두드러지는 내구성을 자랑하기 때문. 급제동 시에도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차량의 제어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핵심은 래칫 커넥터. 주행 중에 자동으로 조일 뿐만 아니라 설치까지 간편하게 만들어 주는 만능 부품이다. 다만 타이어와 차량 사이 여유 공간이 여유로워야 하는데, 최소 14mm는 확보돼야 하니 반드시 참고하자.
차종에 따라 유독 타이어와 차체 사이 간격이 좁은 경우가 있다. 괜히 스노우 체인 썼다가 자식 같은 붕붕이에 상처 날까 걱정이었다면 이 제품이 딱. 대부분의 체인이 요하는 여유 간격보다 절반도 안 되는 수치인 6.3mm만 확보하면 노 프라블럼이다.
설치도 쉬운 편이고, 대각선 크로스 패턴 디자인으로 발군의 견인력을 보여준다. 다만 도로 주행용으로는 충분히 훌륭하지만 오프로드에서 쓰기에는 약간 부족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아무리 금속으로 만들어졌다 한들 소모품인 이상 교체가 필요한 시기를 언젠가는 직면할 수밖에 없다. 두세 번 사야 한다고 상정한다면 가격도 중요하게 따져야 하는 항목. 고맙게도 굿이어는 준수한 기능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한다.
유연한 케이블과 자동 잠금을 통해 장착은 빠르게. 최소화된 소음과 진동으로 주행은 편안하다. 형형색색의 컬러 PVC로 칠해진 케이블은 귀여움을 더하는 요소다.
페와그 특유의 체인 모양과 디자인은 표준보다 넓은 표면적을 통해 더 나아진 견인력을 제공한다. 충격 또한 분산시켜 제품 수명까지 연장해 준다고. 림의 손상을 방지하는 플라스틱 보호대까지 있으니 여러모로 안심되는 느낌.
체결도 간단한데 탈착은 퀵 릴리즈로 더 쉽게 할 수 있다. 전륜구동 차량에 최적화되어 있으니, 이왕이면 이에 해당하는 차주가 사용하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