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가 요물은 요물인가보다. 999살의 연세에 비해 동안이어도 너무 동안인 탓에 99년생 인간과 동거 아닌 동거에다 로맨스까지 이어나가는 막장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 사실 간 떨어지는 건 시청자다. 뻔한 스토리임에도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보는 데는 신우여(장기용)가 큰 역할하기 때문. 부지런히 물오른 미모 자랑하는 탓에 나대는 심장은 속절없지만 이 정도로 여심 흔들어 놓는 구미호의 패션이라면 무조건 따라 하자. 우리는 긁지 않은 복권이다.
간동거 3회에서 어르신의 핏발 잘 살려준 산드로의 스트라이프 카디건이다. 실제 모델 출신의 그에게 사실 어떤 옷을 가져다준들 어울리지 않는 게 있으랴마는, 이 카디건은 신우여의 단정한 성격에 딱 떨어지는 룩이었다. 특히 블랙 톤에 대조적으로 배색된 화이트 스트라이프가 어르신의 뽀얀 피부와 조막만 한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고, 패션의 완성은 결국 얼굴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줬다. 단, 아무리 잘 생겼어도 몹시 긴 얼굴형을 가졌다면 V넥은 지양하자. V넥과 얼굴이 이어져 보일 확률이 높다.
더 니트 컴퍼니에서 만든 이 제품은 일단 누적 판매 5만 장이라는 대목에서 어떤 확신 하나를 얻고 시작한다. 이를 방증하듯 니트의 생명은 보드라움이라는 덕목을 지켜 이너를 따로 챙겨 입지 않아도 보들한 기본기를 갖췄다. 그 어떤 유명 브랜드 제품이라도 까칠하면 뒷방 신세 아닌가. 또한 니트 봉제에서 최고급으로 치는 사시 봉제 공정을 거쳐 어깨 라인이 뜨지 않는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연출한다. 마지막 화룡점정은 바로 소매를 걷어 안감색으로 포인트를 줄 수 있다는 점. 그러니까 이민기, 김준수 등 연예인들을 차례로 거쳐 갔지.
폭 안기고 싶은 포근한 무드를 주는 부클 니트. 자칫하다가는 곰돌이 되기에 십상이지만 유행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아크릴, 울, 나일론, 스판 혼용 소재로 편안하고 보온력도 높다. 품이 넉넉해 레이어드 룩으로 연출하거나 단품으로 모델 핏처럼 착용해도 좋다. 편안한 라운드 넥에 엉덩이를 덮는 기장으로 이런저런 코디 신경 쓰지 않고 무난하게 걸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신우여가 담이 엄마와 첫 대면하는 씬에서 착용했던 제품. 장기용을 비롯 BTS 뷔와 배우 송강이 착용하여 유명세를 끌었다. 자칫하면 아저씨 같아 보일 수 있는 카라 니트를 오버핏 스타일로 제작하고 핀턱 라인 디테일을 더해 고급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연출하였다. 따뜻한 인상을 주는 초콜릿 색상도 루즈한 핏과 훌륭한 조화를 이뤄낸다. 울 소재로 제작되었지만, 실리콘 유연제 처리를 하여 피부에 닿았을 때 느껴지는 따가움을 최소화하였다. 셔츠, 터틀넥 등을 레이어드 해서 입으면 진정한 남친룩 완성.
터틀넥은 뭔가 답답해 보이고 라운드 스웨터는 심심해 보인다면, 정답은 모크넥이다. 깔끔하고 심플한 인상을 주는 모크넥 만큼 여심을 흔드는 아이템도 없다. 촤르르 떨어지는 핏감에 최상급 캐시미어까지 혼방되어 멋과 편안함을 동시에 잡아낸 제이리움 시미어 블렌디드 모크넥 니트. 수트나 코트와 함께 코디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블랙 단일 컬러로 날씬하고 훤칠해 보이는 효과까지 더해준다. 다만 드라마 속 장기용의 핏을 기대하는 과욕은 부리지 말 것.
영화를 보고 심드렁하게 나오는 혜리(feat.장기용)의 착장에 눈길이 갔던 건, 같은 일행 모두가 무채색의 옷으로 휘감은 가운데 유일하게 밝은 라이트블루 톤의 데님을 입었기 때문일 것이다. 던스트의 시그니처 진으로, 특히 롤업을 하면 깔끔하게 떨어지는 라인이 군더더기 없는 예쁜 비주얼을 끌어낸다. 말끔한 데일리룩으로, 또 데이트룩으로도 손색없는 아이템.
시작부터 999살의 남자 구미호라는 생경한 포지션으로 등장하지만, 장기용이 쓰고 나온 안경은 그 어색한 이미지를 대폭 중화시켜줬다. 프로젝트프로덕트의 AU12-S CBKPG로, 클래식한 라운드형 디자인에 티타늄 소재가 적용됐다. 이러한 소재의 감각은 단지 중량에만 그치지 않고, 외형에서도 상당히 포멀하고 깔끔한 레이아웃으로 충실하게 반영됐다. 색상은 핑크, 골드, 그레이의 단색 3종과 함께 블랙을 베이스로 이 3종의 색깔을 섞은 투톤까지 총 6가지로 다양한 컬러 바리에이션이 있어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