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과 정장 사이, 두 지점을 자유롭게 드나들기 좋은 신발인 처카 부츠. 봄부터 겨울까지 일 년 내내 신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한 시즌만 고르라면 역시 가을이다. 브라운, 체스트넛, 카키 등 기본 컬러가 모두 이 계절을 향하고 있는 데다 단골 소재인 ‘스웨이드 가죽’은 짙은 무드와 따뜻한 텍스처가 매력이니까.
코튼 팬츠는 기본. 진, 슬랙스, 정장 가릴 것 없이 스타일리시하게 받아내는 마성의 가을 슈즈, 처카 부츠와 함께라면 매일 아침 적어도 ‘오늘은 뭐 신지’라는 고민은 거둘 수 있겠지. 부츠와 천생연분, 조금 달라진 넥타이 패션이 궁금하다면 이 글을 참고하자.
한 켤레는 필수 두 켤레는 선택, 처카 부츠 추천 7

다니엘 크레이그가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 선택한 그 처카 부츠. 프리미엄 스웨이드 어퍼와 튼튼한 고무 크레페 밑창으로 제작됐다. 쓰리 아일렛 실루엣에 모카신 스타일 스티칭(Moc-Toe)로 포인트를 가미했다. 데님, 니트웨어, 세미 수트 등 다양한 아웃핏에 부드럽게 녹아드는 멀티테이너다.

이탈리아 슈즈 브랜드 아스토플렉스의 ‘처카 스타일’ 데저트 부츠다. 드레익스와 다르게 발목을 좀 더 여유롭게 덮으면서 스티치 없이 더 심플한 실루엣을 지니고 있다. 스웨이드 어퍼와 고무나무에서 채취한 크레페 솔을 사용해 친환경적으로 제작됐다. 착화감도 운동화 못지않다는 등 평이 꽤 좋은 편이다. 아무래도 서양인 발에 맞추다 보니 볼이 슬림하게 나왔는데, 발볼이 넓다면 반업해서 주문하시길.

태풍 동반한 가을비와 눈이 녹아 질퍽이는 길을 꿋꿋이 걷기 위해선 방수 부츠 하나쯤은 필요하다. 프리미엄 방수 가죽으로 제작된 어퍼가 특징인 팀버랜드의 처카 부츠는 솔기 밀봉 구조를 통해 양말이 젖는 대참사로부터 자유를 선사한다. 안정적인 마찰력의 고무 러그 아웃솔, 편안한 착화감을 선물하는 패딩 칼라까지 장점 투성이다.

로크는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에 구두를 납품한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전쟁통에 신어도 될 만큼 튼튼하고 안정적이라는 말로 치환해도 되겠다. 쫀득한 색감의 스웨이드가 매력적인 사하라는 스티치 다운 구조로 제작돼 가볍고 유연하다. 다소 크게 나오는 편이니 사이즈 선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대표 제화 브랜드로 알려진 샌더스 표 처카 부츠. 스티브 맥퀸이 착용했다는 후문은 사실 확인이 필요하겠다만, 어쨌든 그가 신었다는 말이 돌 정도로 아이코닉한 모델임은 분명하다. 딥 사이드 처리된 크레페 아웃솔과 풀 레더 라이닝이 특징이다. 라스트가 다소 좁은 편이라 발 볼에 자신 있는 편이라면 사이즈 업을 추천한다.

찍어먹으면 달콤쌉싸름한 맛이 날 것만 같은 초콜릿 컬러의 스웨이드가 시선을 사로잡는 버윅의 처카 부츠다. 접지력과 내구성이 좋은 다이나이트 아웃솔을 적용해 뛰어난 안정감을 경험할 수 있다. 구두 앞부분이 길고 날렵하게 빠져 다른 신발보다 포멀한 코디에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왕발로 보일 수 있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대체할 자 없는 구두계의 권위자, 알든. 나날이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완벽히 올라탄 사악한 가격은 밉지만, 그럼에도 단 하나의 부츠만 사야 한다면 알든을 선택할 것. 이유는? 온갖 옷에 갖다붙여도 찰떡같이 소화하니까. 안감을 대지 않은 언라인드 구조를 적용한 뱀프 부분 덕분에 착화감 또한 발을 감싸듯 부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