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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를 경험해보지 못 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질문들은 몇 개로 압축된다. 헬스 트레이너들의 말에 따르면, 어떤 이들은 자신의 질문이 너무 ‘멍청하게’ 들릴까 봐 혼자 고민하고, 어떤 이들은 말 그대로 ‘철판을 깔고’ 정말 황당한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뭐가 됐든, 입문자에게 멍청한 질문이란 없다.
조금이라도 궁금한 점은 해결이 되어야 제대로 운동할 수 있고, 이는 곧 건강·시간·돈과 직결된 문제이다. 질문은 무조건 하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TI상 ‘I’성향을 가진 이들에게 이는 쉽지 않은 미션일 것이다. 수줍음과 낯가림이 심한 당신이라면, 아래 정리한 헬스 입문자들의 흔한 Q&A를 참고해 조금이나마 찝찝한 구석을 해결해 보자.
유산소와 무산소, 어느 것을 먼저?
의견이 분분한 이슈이다. 운동 목적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개인의 신체적 조건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개인이 운용할 수 있는 시간 등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문제이다. 그래도 선택을 해야 한다면 무산소-유산소 순서로 운동을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체내에 흡수된 탄수화물은 소화기관을 거쳐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이는 주요 에너지원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신체에서 일차적으로 필요한 에너지 이외 잉여 포도당은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이라는 형태로 저장된다. 이 글리코겐은 포도당이 고갈됐을 때 꺼내 쓸 수 있는 비축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간은 에너지가 필요할 때 이러한 탄수화물 대사를 가장 먼저 사용하는데, 탄수화물이 고갈되어야 그 후 지방 연소가 시작된다.
이러한 과정 때문에, 무산소 운동을 먼저 진행해 충분히 탄수화물 에너지를 소진하고, 이후 유산소 운동을 통해 더 빠르게 지방을 연소하는 것이 경우 권장된다. 또한, 헬스의 목적이 근성장이 아닌 다이어트라도 이러한 루틴은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다이어트에 더 유리할 수 있다.
아울러 무산소 운동이 지속되면 에너지 합성을 위해 젖산을 활용하게 되는데, 체내에 축적된 젖산은 근육의 피로와 통증을 유발한다. 일반적으로 유산소 운동은 젖산 분해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무산소 운동 후 유산소를 10-20분 정도 병행하게 된다면 지방분해 효과에 더해 젖산 분해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PT를 꼭 해야 할까요?
최소 2-3개월은 반드시 하기를 권장한다. 요즘은 인식이 많이 변했지만, 요즘도 헬스를 한다고 하면 단순히 아령 좀 들고 러닝머신 좀 뛰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헬스가 그렇게 단순한 운동이라면, 왜 트레이너들이 막대한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공부를 하고, 학위를 따고, 자격증을 수료하겠는가.
‘헬스를 해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에서도 설명했지만, 헬스는 근본적으로 근육과 근육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그것을 활용하기 위한 훈련을 병행하는 일종의 ‘학습’이다. 제대로 된 동작과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작정 아령을 들고 러닝머신을 뛴다면, 당신의 신체는 수일에서 수개월 내로 고장 날 것이다. 선수 생활을 포함해 20년 가까이 복싱을 해 온 나도 처음 헬스를 배울 때 얼마나 내가 알고 있던 근력운동 지식이 잘못되었는지 뼈저리게 느꼈었다.
물론 PT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비교적 저렴한 자유이용권을 끊더라도 트레이너가 어느 정도는 운동하는 방법을 알려주지만, 이는 헬스장마다 그리고 트레이너마다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조금 부담이 되더라도 최소 2-3개월은 PT를 받기를 권장한다. 다만, 주 2회 PT를 한다면, 최소 다른 3일은 자율운동으로 배운 동작들을 복습해야 효과가 있다. 단순히 PT만 받는다면 1년을 해도 실력이 늘지 않을 것이다.
헬스를 하면 어깨가 넓어질까?
어깨는 넓어질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넓어 보이게 만들 수 있다. 물론 타고난 신체적 조건에 따라 한계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광배근과 어깨 전반 근육의 근비대를 통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다만, 매우 오랜 기간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한때 온라인에서 개그맨 이승윤 씨를 두고 한때 조롱하는 글들이 떠돌았다. 헬스를 해서 근육의 모양은 예쁜데, 어깨가 좁아 보인다는 이유로 타고난 몸은 바꿀 수 없다는 식의 조롱이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난 후 이승윤 씨가 공개한 사진에서는 눈에 띄게 달라진 어깨너비를 볼 수 있어 과거의 조롱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신체는 많이 사용하는 부위의 근육과 관절을 더욱 많은 힘과 움직임을 낼 수 있도록 일정 정도 변화를 거친다. 하지만 이승윤 씨와 같이 아주 오랜 시간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명심해야 한다.
헬스 하면 승모근 생기지 않아요?
여러분이 아무리 열심히 알바한다고 삼성 회장 될 리는 없다. 유명 헬스 유튜버가 남긴 명언이다. 전업으로, 그것도 일류급으로 운동하지 않는 이상 특정 신체 부위가 과도하게 발달할 일은 없다. 몇 개월을 미친 듯 운동하고 수도승급으로 식단 관리를 하면서도 0.5cm의 근육 둘레가 커지지 않아 숨죽여 우는 ‘헬창’들이 수두룩하다.
또한, ‘헬스를 해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에서 설명했듯, 요즘 많은 헬스장은 보디빌딩, 웨이트 트레이닝, 컨디셔닝, 파워리프팅, 스트렝스 훈련, 펑셔널 트레이닝 등 다양한 목적에 맞는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자신이 목적이 아름다운 몸이든, 다이어트든, 건강한 몸이든, 혹은 단순한 재미를 위한 것이든 좋은 트레이너를 만난다면 걱정할 필요 없다.
몇 분할이 가장 좋을까?
자신의 운동 수준이나 일정에 따라 다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회복 시간이다. 매일 신체의 모든 부위를 탈탈 털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를 하루 만에 회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좋다. 다만, 이는 중급자 이상, 근육에 충분한 자극과 부하를 줄 수 있는 사람의 얘기이다. 초보자라면, 저중량으로 동작을 몸에 익게 만들고 고립과 자극을 연습하는 것을 체력이 허용하는 한에서 되도록 자주 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현실적인 조건도 매우 중요하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많은 경우 일주일 내내 운동할 시간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중급자 이상의 경우 무분할로 운동을 하는 것을 추천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아무리 시간을 내도 일주일에 두 번밖에 시간이 나지 않는 사람은 무분할로라도 운동을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낫다.
하지만, 좀 더 가능할 법한 조건을 제시하자면 상체와 하체 2분할로 각 부위를 일주일 2회 훈련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상체-하체-휴식-상체-하체-휴식-휴식 혹은 상체-휴식-하체-휴식-상체-휴식-하체 루틴으로 운동하는 것이다. 아울러 1RM 최대치를 목표로 하는 파워리프팅 같은 경우 더 장시간의 회복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런 2분할 루틴을 택한다면 ‘국룰’과도 같은 1세트 8~12회, 1~2분 휴식 사이클을 택할 것을 추천한다.
이런 2분할을 수행하기에는 체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한 주당 운동할 수 있는 날이 더 많은 사람에게는 3분할을 추천한다. 무리해서 가슴-삼두, 등-이두, 하체-어깨로 나누어 일주일에 6일을 하는 루틴인데, 좀 더 좀 더 세분화된 부위별 공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머신 운동? 프리웨이트?
헬스장에 처음 간 사람들이 선뜻 발 들이기 어려운 장소가 프리웨이트 존이다. 누가 가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지만, 프리웨이트 존을 점령한 우람한 근육의 헬창 형님들을 보면 망설임이 앞선다. 또한, 일부 헬부심 넘치는 이들은 머신 운동은 초보자들이나 하는 것이라며 깔보기도 해서 그런지, 프리웨이트가 더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십상이다. 그러나 운동의 목적이나 본인의 몸 상태에 따라 머신 운동과 프리웨이트의 장단점이 나뉠 수 있다.
보통의 경우 머신 운동은 고정된 자세에서 특정 부위를 집중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정해진 궤도로 동작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동작을 몸에 익히는 데도 좋다. 반면, 사람마다 신체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머신과 본인의 신체의 궁합이 맞지 않을 경우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며, 일부 머신(예: 스미스 머신)의 경우 위치를 잘못 잡을 경우 부상의 위험도 따른다. 또한, 고정된 자세에서 특정 부위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근육 간 협응력과 신체 전반의 기능성 발달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 프리웨이트의 경우 관절을 더 넓은 범위로 움직일 수 있어 자기 신체에 최적화된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여러 근육의 협응력을 기르는 데도 적합하며, 여러 머신을 옮겨 다닐 필요 없이 한 자리에서 다양한 훈련이 가능하다. 다만 특정 부위의 집중된 자극을 목표로 한다면 머신이 더 적합할 수 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프리웨이트 운동이 탄탄한 코어와 관절의 가동범위를 확보해주는 유연성이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이런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부상의 위험이 따를 수 있다.
헬스를 하면 싸움을 잘할까?
도대체 누가 이런 질문을 할까 싶지만, 트레이너들이 실제로 많이 듣는 질문이라고 한다. 대부분은 중고등학생이 이런 질문을 하지만, 종종 일부 성인들도 이런 질문을 한다고 한다. 물론 ‘체급이 깡패’라는 말처럼 근비대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근력을 키운다면 운동을 안 해본 사람을 제압하기 유리해 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목적이라면 운동을 안 하는 것을 권유한다. 첫째로, 세상에 태어나 인지능력이 생기는 순간부터 학습 받겠지만, 물리적인 싸움은 하면 안 된다. 그리고 근육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싸움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순간적인 근력과 지구력 모두 뛰어난 프로 보디빌더들이 아닌 이상, 대부분 근비대 위주로 몸을 키운 사람들은 주먹질 몇 번에 쉽게 체력이 동난다. 지구력·순발력·유연성과 같은 체력적 요소들이 없다면, 격투에서 절대우위를 점할 수는 없다.
격투기를 수련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격투기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근력이 좋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쉽게 제압하거나 주먹 한 방에 기절시킬 일은 거의 없다. 싸움을 잘하고 싶다면, 일단 격투기 체육관에 등록할 것을 권한다. 왜소하고 수줍은 많아 보이는 회원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나면, 좀 더 건전하고 올바른 사고가 저절로 탑재될 것이다. 다만, 싸움을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크고 건강한 몸을 만들어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는 목적이라면 적극적으로 헬스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