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여러 번 재건된 프랑스 콜마르(Colmar)는 여러 가지 풍경을 담아낸 도시다. 한때는 나치 깃발이 펄럭였고 현재는 어느 동화 속에서 볼법한 평온한 마을의 모습이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가진 듯한 이 이 도시의 역사는 9세기에 시작된다.
1632년에는 스웨덴, 1673년에는 프랑스에 정복당했고, 둘 사이에서 자치권을 누렸다. 이 지난한 과거에 그치지 않고 1871년에 독일로 합병되고, 1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에 다시 환수되었다가 또다시 독일에 넘어가면서 1940년에는 히틀러의 치하에 놓인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날 콜마르는 프랑스령이 되었다.
한때는 나치 깃발이 펄럭였고 현재는 어느 동화 속에서 볼법한 평온한 마을의 모습이다.
복잡 다산한 지난날을 뒤로하고 운하를 따라 늘어선 형형색색의 목조 건물들, 기찻길과 집마다 울타리, 창가에는 포도나무 덩굴과 꽃들이 뒤덮고 있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걷다 보면 그곳의 사람들과 귀여운 가게, 카페가 즐비한 광장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마냥 길을 잃어도 좋을 곳이 바로 콜마르다. ‘미녀와 야수’ 속 벨의 동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당신도 이곳을 마주한다면 왜 디즈니가 콜마르의 모습을 담아 두고 싶어 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알자스 와인의 수도이자 사진가들에게는 꿈의 도시라 불리는 이곳, 평생을 보내도 좋을 마을이지만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단 48시간뿐이라면 서둘러야 한다. 절대 놓칠 수 없는 궁극의 장소들을 소개할 테니 당신은 이 도시의 운치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숙소예약
로맨틱한 여행을 꿈꾼다면, 르 마레샬(Le Mar chal)을 예약하자. 1565년에 지어진 이 호텔은 부드러운 천으로 덮인 가구들이 호화롭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침에는 운하를 지그시 바라보며 조식을 맛보는 것도 잊지 말 것.
르 콜롬비에르(Le Colombier)는 시내 중심에 자리한 4성급 호텔이다. 콜마르에서 제일 모던한 시설과 최고급 어메니티는 물론 16세기 르네상스풍의 나선형 계단까지 있어 당신에게 잊지 못할 인상 깊은 하룻밤을 선사할 것이다.
이왕 여행 온 김에 사치를 부리고 싶다면, 라 메종 데 테트(La Maison des Tetes)의 4가지 스타일로 꾸며진 21개의 룸 중 한 곳에서 묵기를 추천한다. 낡은 분위기와 현대적인 인테리어가 묘하게 혼합된 인테리어도 매력적이지만,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106개의 머리와 얼굴이 새겨진 호텔의 파사드다. 또한 호평 일색인 호텔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된 알자스 지방의 식사 한 끼도 놓치지 말자.
맛집
유기농 음식을 판매하는 북카페 ‘La Libellule’에서 책과 함께 커피 한 잔을 즐겨보자. ‘Bistrot Gourmand’에서 맛보게 될 브런치는 독일에서 영감을 받은 소시지 플래터, 프렌치 갈레뜨, 이탈리안 브루스게타와 피자, 미국식 어린이 메뉴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세계인의 입맛을 모두 만족시킨다. 물론 알자스의 햇살을 만끽하려면 야외 테이블은 선택이 아닌 필수.
소박한 ‘La Table du Brocanteur’은 시골풍으로 장식된 실내에서 프렌치 클래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메뉴는 가리비 카르파치오, 야채 키쉬(타트), 부드러운 스위트 브레드와 알자스의 시그니처인 푸아그라 등이 준비되어 있다.
메뉴는 계절별로 바뀌지만, 언제나 우리의 감각을 만족시키는 아름다운 플레이팅과 뻔하지 않은 미각 체험을 선사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미슐랭 별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L’atelier du Peintre’를 추천한다. 세련되고 시크한 외관만큼이나 이곳의 음식은 진보적이지만 알자스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메뉴는 계절별로 바뀌지만, 언제나 우리의 감각을 만족시키는 아름다운 플레이팅과 뻔하지 않은 미각 체험을 선사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하루의 마무리는 괜찮은 술과 라이브 음악이 있는 편안한 펍, ‘Chez Moi’에서 칵테일로 마무리하자. 또는 ‘L’un des sens’의 와인 리스트 중에서 하나를 골라도 좋다.
관광지
모든 곳이 엽서 속 풍경 같은 이곳에서 Petit Venice는 죽 늘어선 알록달록한 파스텔톤 나무 집과 배가 둥둥 떠다니는 운하로 그 아름다움을 한층 끌어올린다. 현지인의 말에 따르면, 이 알록달록한 집들의 색깔은 현지 상인들을 표시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한다. 예를 들자면 생선장수는 파란색, 제빵사는 노란색과 같은 식이다. 어찌됐건 사랑스러운 이야기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걷기에도 좋은 동네이니 낭만을 충분히 만끽하며 돌아다녀보자.
전시된 공예품들과 함께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건축물인 Unterlinden Museum에서는 알자스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또는 당신의 인스타그램 피드에 Pfister House에서 찍은 사진으로 중세의 영광을 자랑해 봐도 좋다.
물론 와인도 빼놓을 수 없다. 콜마르는 알자스 와인의 수도로, Ophorus나 Alsace Original Experiences 등을 통해 잘 짜인 와인 트립을 떠나거나 혼자서 유명 와이너리를 직접 찾아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다만 몇 곳은 예약이 필요하기도 하고, 빡빡한 테이스팅 시간을 지켜야하기도 하니 미리 전화로 문의를 하고 방문하는 편이 좋다. 콜마르에서 몇몇 와이너리를 꼽아보자면, Domaine Robert Karcher et Fils와 Domaine Zind-Humbrecht, Domaine du Bouxhof, 그리고 Jean-Marc Simonis가 있다
쇼핑
콜마르에 갈 때는 여분의 캐리어를 들고 가야한다. 이곳은 모든 소품 가게 주인들의 로망이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Avenue d’Alsace에서는 엉뚱한 매력이 있는 수제 텍스타일을 판매하는데, 엄마를 위한 선물로 제격이다. 또한 콜마르에서 가장 오래된 집에 자리한 Au Vieux Pignon 역시 선물을 고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유럽피언 남성 패션 브랜드인 Jules에서 쇼핑을 해도 좋다. 쇼핑이라면 콜마르에서는 오히려 갈 곳이 많아 문제일 정도다.
식료품을 사려 한다면 윌리 웡카도 군침을 흘릴 만한 Chocolaterie Ganache에 들러 초콜릿 쇼핑을 해보는 건 어떨까. 아니면 Au Brin de Paille에서 콜마르 지역 특산품 몇 가지를 골라보는 것도 괜찮다. 이곳에서는 알자스 와인, 푸아그라, 수제맥주, 샤큐트리, 쿠키, 사탕, 고급 레모네이드, 귀여운 병에 든 머스타드와 잼 등을 구매할 수 있다.
떠나기 전 알아둬야 할 것
- 오는방법: 스트라스부르-엔츠하임 공항은 콜마르에서 기차로 50분이 걸리고, 유로공항은 차로 45분이 걸린다. 미국에서 들어올 때는 프랑크푸르트처럼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 한 번 경유를 해야 한다. 파리에서 콜마르로 오는 기차는 꽤 자주 있으며, 약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 여행 최적 시기: 부활절 마켓을 보려면 봄 즈음에 가는 것이 좋고, 그림 같은 마을이 반짝반짝 빛나는 동화 속 마을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가자. 추수기인 9월 말에서 10월 말도 나쁘지 않다.
- 현지통화: 유로
- 언어: 프랑스어, 독일어, 알자스 지방 사투리
- 교통수단: 콜마르는 버스와 기차가 잘 갖춰져 있으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가능할 때면 걸어보자. 자전거 역시 좋은 선택인데, 고속철과 붐비는 시간을 제외하면 기차에도 자전거를 실을 수 있다.
- 해봐야 할 것: 일단 먹자. 소시지에서 초콜릿, 치즈, 패스츄리까지 콜마르는 맛으로 가득한 도시이다. 인생은 “oui”말고 다른 대답을 하기에는 너무나 짧다.
- 여행 팁: 알자스 사투리가 가장 익숙한 나이든 현지인에게 “güete morge”이라고 아침 인사를 건네거나, “Wo isch ‘s Kabinee?”라고 공손히 화장실의 위치를 물어보면 사랑받는 여행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