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숨을 들이켜보면 싱그러운 풀향기가 날만큼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그러나 코로나의 여파로 집에만 있다 보니 ‘확찐자’가 되어 올해 여름은 그리 반갑지 않을 것 같다. 피티(PT, Personal Training)는 비싸서 감히 엄두도 못 내겠고, 그렇다고 계속 혼자 운동해야 할까, 막막하기만 하다.
복잡한 생각에 휩싸인 채 길을 걷다 보니 한 블럭 단위로 마침 헬스장이 눈에 띈다. 같은 블록 안에는 복싱 체육관이나 필라테스도 많이 보인다. 마치 내 마음을 읽어내듯, 각종 다이어트 광고문구도 즐비하다. 그 사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드는 당신. 비싼 피티를 받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업계의 흐름 파악 먼저
헬스장뿐 아니라 피트니스 업계의 다양한 운동이 각자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씁쓸하게도 본질보다는 회원모집을 위한 마케팅이 더욱 부각되는 추세다. 예컨대, 격투기가 목적인 복싱, MMA 체육관들은 다이어트 광고를 전면에 걸고, 본질은 잊은 채 그저 미트를 치면서 살만 빼려는 사람들이 방문하는 실정이다.
요가와 필라테스는 정신 수양이라는 독특한 특성보다 ‘여성스러운 운동’, ‘여성의 라인’ 같은 슬로건이 더 익숙하다. 크로스핏은 10가지 영역의 육체 능력을 기르는 데 목적을 둔 운동이지만, 어느 박스를 가더라도 다이어트 클래스가 따로 개설되어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다이어트를 원하는 대중의 니즈, 그리고 그에 맞춰 다이어트 문화를 가속화시키는 업계의 교집합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결국 이렇게 마케팅에 이끌려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특정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하다 보니 본인의 적성에도 맞고 재미를 느껴 꾸준히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회원모집을 위한 다이어트 마케팅이 나쁘기만 한 것일까?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다이어트를 원하는 대중의 니즈, 그리고 그에 맞춰 다이어트 문화를 가속화시키는 업계의 교집합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여러 방면으로 봤을 때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각 운동 종목의 목적이 흐려지는 리스크는 어쩔 수가 없다. 결국엔 대중이 변해야 이 업계도 변화할 수 있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혼운족이 말하는 가치
하지만 대중은 빠른 결과를 원한다.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꾸준히 운동하다 보면 언젠가는 몸도 따라오겠지만, 이 꾸준함으로 따라오는 결과는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이 걸린다. 설령 그렇게 결과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운동 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지하는 것 또한 어렵다. 피티 없이 혼자서 운동하며 좋은 몸을 만들고, 365일 유지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드물다. 그만큼 이 부류의 사람들은 희소성이라는 가치 또한 매우 높다.
자신의 신체와 정신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결국 본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간절함과 열정만 있다면, 오래 걸려도 스스로 깨우치는 것에 더 의미를 두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알아가는 과정을 단순한 시간 낭비로 치부해버리곤 한다. 그래서 이러한 필요성에 맞춰 트레이너라는 직업이 탄생한 것일지도 모른다. 대중이 ‘시간낭비’ 하지 않도록 미리 경험한 노하우와 공부한 지식을 알려주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은 이렇게 돌고 돈다.
피티족이 말하는 가치
그렇다면 빠른 결과를 원한다고 해서 꼭 나쁜 것일까? 그건 또 아니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피티도 꾸준함의 시작이 되거나 혹은 그 과정의 일부분이 될 수도 있다. 잘 배운 기본기는 롱런을 위한 발판이 된다. 무작정 혼자 시작하는 것보다 부상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유익한 습관도 들일 수 있는 만큼, 좋은 트레이너를 만난다면 피티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에 덜컥 피티 계약을 하기보단, 지식과 실력을 겸비한 트레이너를 찾는 것에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피티가 비싼 이유는 일대일 집중 케어라는 특징 외에도 ‘혼자 운동을 해도 확신을 갖고 제대로 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피티는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는 기나긴 여정에 지름길을 내는 것과 같다. 이는 ‘시간은 돈’이라는 클리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실력 있는 트레이너를 찾아 신중히 선택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잘 배운 기본기는 롱런을 위한 발판이 된다.
본인이 할 수 있는 강도 이상의 운동량을 뽑을 수 있다는 점은 피티의 장점이다. 그리고 이를 올바르게 이끌어주는 것이 트레이너의 역할이다. 건강이면 건강, 좋은 몸이면 좋은 몸처럼 피티를 받으려는 목적과 우선순위 또한 명확히 해야 한다. 단순히 ‘돈 내고 받는 건데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살 빠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축하한다. 바로 ‘호갱님’ 1순위 되시겠다.
회원님은 좋은데, 호갱님은 싫어
호갱님이 되고 싶지 않다면 피티를 최소 10회에서 최대 30회까지 받아보기를 추천한다. 매번 피티에 의존하다 보면 운동 세션이 모두 끝난 후 스스로 혼자 운동할 때 어려움이 많다. 물론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다면 평생 피티를 받으면 될 테지만, 대부분은 불가능한 현실이다. 대신 계약한 횟수 내에서 트레이너가 알려주는 지식을 최대한으로 흡수, 비용을 투자한 만큼의 값어치를 뽑아낼 줄 아는 철저함도 필요하다.
단, 트레이너는 운동을 지도해주고 지식을 알려주며 응원해주는 서포터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결국 운동 시작부터 끝까지 해내야 하는 것은 본인이기 때문에, 피티에 너무 의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결론이 뭔데?
다이어트의 본질은 식습관 개선을 통한 건강이다. 체지방 감소는 그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크로스핏은 육체 능력을 기르는 것이 목적이고, 근육질의 몸은 그 이후의 이야기다. 복싱과 MMA의 목적은 격투이며, 이 또한 꾸준히 하면 보기 좋은 몸이 나온다.
요가와 필라테스 같이 정적인 운동은 정신수양이 기본이며, 이 기본에 충실하다 보면 자연히 몸의 라인이 잡힌다. 웨이트트레이닝은 근육발달을 통해 강한 체력을 기르기 위한 저항 훈련인 만큼, 좋은 몸을 만드는 대표적인 운동이기도 하다. 이렇게 어느 운동이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운동의 스킬은 물론, 좋은 몸은 옵션으로 ‘언젠가’ 따라온다. 그러니 급하게 마음먹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사실은 어느 방식이건 간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피티는 오랜 시간 혼자 운동하다 한계점에 부딪혔을 때 트레이닝을 받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피티 수업으로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했다가 본인의 것으로 만들어 롱런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좋은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으면 혼자 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빠르게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단, 중요한 사실은 어느 방식이건 간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여러 방면의 장단점을 비교해보고 본인의 기준과 목적에 맞는 판단을 내릴 줄 아는 분별력 또한 필수다. 이 사실을 기억하고 본인에게 최적화된 현명한 선택을 내리기 바란다.
Edited by 조형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