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라는 이 상투적인 표현은 어느덧 선입견에 갇혀 있는 사람으로 판단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적어도 헬스장에서만큼은 아직까지 유효한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는 자기관리의 일환으로 남성은 물론이고, 피트니스 시장에 대한 여성들의 참여도도 대폭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늘어난 피트니스 인구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SNS를 통해 ‘#운동하는여자’, ‘#운동하는남자’같은 해시태그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 간에 통하는 심쿵 포인트가 있다는 것, 혹시 알고 있는가? 특히 운동하는 여자들이 운동하는 남자들의 어떤 모습에 반하는지 궁금한 이들을 위해, 필자가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그 ‘심쿵 포인트’에 대해 직접 물었다.
남자는 하체, 그리고 레깅스
헬스장에서 레깅스를 입고 운동하는 여자들을 흔히 볼 수 있지만, 남자는 드물다. 물론 민망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운동하는 여자들의 관점은 확실히 다른 듯하다.
남자들이 하체 운동을 할 때 둔근부터 대퇴사두, 그리고 대퇴이두까지 선명한 세퍼레이션과 데피니션을 보면 한번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부러운 부분이다.
-김미리내(30세/ 회사원)
많은 남성분이 하체보다는 눈에 더 잘 들어오는 어깨나 가슴, 상체 위주의 운동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사실상 하체가 잘 받쳐줘야 상체운동도 잘 해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레깅스 실루엣을 따라 크고 탄탄한 하체를 소유한 남자야말로 정말 멋있다고 생각한다.
-이예린(31세/ 비키니선수)
넓은 어깨와 가슴은 남자의 로망
영화 ‘캡틴 아메리카’ 덕분에 크리스 에반스와 같은 어깨 깡패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의 탄탄한 어깨라인, 그리고 여기에 조화를 이루는 듬직한 가슴을 보면 지구의 평화는 굳이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남자친구의 넓은 어깨와 가슴을 보면 세상 듬직해서 마음이 편해질 정도다.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할 때 땀 흘리는 모습은 안쓰럽기도 하면서 동시에 섹시해 보이는 미묘한 감정이 스치기도 한다.
-박효원(31세/ 요가강사)
구릿빛 피부에 수염 있는 남자가 거울을 보며 사이드 레터럴 레이즈를 할 때 가장 멋있어 보인다. 해외 헬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지만, 한국에선 다소 드문 광경이라 아쉬울 때도 있다(웃음).
-오수나(29세/ 영어강사)
상대성 이론
남성과 여성이 서로 운동 보조를 하며 트레이닝하는 파트너 운동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이득이 되는 부분인데, 바로 신체 사이즈의 차이 때문이다.
운동하는 여자 중에서도 근육량도 많고 골격 자체가 큰 편이다. 그래서 왜소한 남자보다 덩치 있는 남자를 볼 때 확실히 더 눈이 가는 편이다. (파트너 운동을 할 때) 딱 벌어진 상체와 큰 하체로 보조를 잡아주면 아무리 무거운 무게여도 자신감이 생기는 심리적 요소까지 플러스가 된다.
-김보현(26세/ 체육교사)
대학 시절까지 펜싱을 하며 남자들 사이에서 운동하다 보니 그들이 주는 에너지와 응원은 또 다른 차원의 힘이 되는 것 같다. ‘한 개만 더, 한 세트만 더’ 이런 식으로 옆에서 잡아주면 없던 힘이 생겨날 때도 있다.
-조설윤(26세/ 트레이너)
기-승-전-안전이 최고
신체적인 부분도 좋지만 의외의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는 여성도 있다. 어쩌면 운동하는 남자들이 가장 명심해야 하는 부분일 수도 있다.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중량을 훨씬 더 많이 다룰 수 있는 점이 부럽다. 하지만 과도한 고중량을 치다가 깔리고 난 후 머쓱하게 웃으며 원판을 빼는 모습을 보면 말 그대로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기분이다. 무조건 무게 욕심을 내기보다는, 부상 당하는 순간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스마트하게 운동하는 남자들이 멋있다고 생각한다.
-장소연(32세/ 카피라이터)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 욕구는 좋은 몸이 될 수도 있고, 타고난 비율일 수도 있고, 운동 퍼포먼스나 실력 등 다양하다. 각 개인의 성격이 다르듯, 운동에서도 추구하는 이상과 기준 역시 다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타인의 인정을 위한 운동은 심리적으로 많은 괴로움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헬스장 몸짱들을 보며 스스로 주눅들 필요는 없다. 오로지 자신만의 목표,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여정을 묵묵하게 걷길. 그렇게 그 길을 꾸준히 걷다 보면 당신도 언젠가 운동하는 여자들을 심쿵하게 만드는 진짜 운동하는 남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