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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탐 플랫폼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싸이월드. ‘염탐’이라는 두 글자에 음흉함만 좀 빼주면 그토록 수줍었던 짝사랑에 대한 풋풋한 감상이 남는다. 작은 미니홈피 속에 방을 꾸리고, 몇 줄의 글귀로 현재 심경을 토로하고, 다이어리에 더 은밀한 마음을 드러내다 BGM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던 기억. 그래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가 아닌 노래를 싸이월드 재개장 시기에 맞춰 준비했으나 7월로 미뤄졌다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일단 노래로 예열 가자.
에디터 알렌의 추천곡
Track 01. m-flo loves melody. & Ryohei – Miss You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들어가면 이 곡의 도입부에 나오는 ‘뒤 줴이~’는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MP3 파일 다운로드 순위를 지배했던 m-flo의 대표곡인 ‘Miss You’는 일렉트로닉, 힙합, 그리고 팝을 교묘하게 잘 섞어서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다.
일본의 외국인 학교에서 만난 듀오는 재일교포 출신의 Verbal의 귀에 박히는 랩과 DJ Taku Takahashi의 신선한 비트, 그리고 잠시 자리를 비운 멤버 Lisa의 공백을 메꾸기 위한 객원 보컬들의 목소리로 완성도를 높여 주었다. 지금의 트렌드와는 다른 느낌이기는 하지만 다시 들어도 촌스럽지 않고 신선함을 유지하는 이 곡은 싸이월드의 시대를 대변하기 충분하지 않나 생각된다.
Track 02. 마이티 마우스 – 사랑해
어쩌면 위의 곡과 느낌이 비슷할 수도 있으나, 가사에서 미니홈피를 언급하지 이 리스트에 추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90년대 듀스로 이름을 알렸던 이현도가 작곡한 이 곡은 이현도 특유의 힙합적인 비트를 유지하면서 객원 보컬 윤은혜의 목소리를 피쳐링하며 상큼함을 더한 마이티 마우스의 데뷔곡이다. 당시 방송 출연 2주 만에 1위 후보에 오를 만큼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당시 마이티 마우스의 입지를 굳혀준 곡이기도 하다.
에디터 해원의 추천곡
Track 03. 바이브 – 그 남자 그 여자 (Feat. 장혜진)
우는 건지 노래를 하는 건지 구별이 되지 않는 그룹 바이브. 그들이 2006년 발표한 노래 ‘그 남자 그 여자’는 헤어진 연인의 애절한 마음을 그린 노래로, 당시 데뷔 15년 차 베테랑 장혜진이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던 곡이다.
담백한 중저음이 가장 큰 매력인 장혜진과 노래만 하면 대성통곡을 해대는 바이브가 대체 어떻게 하모니를 이룰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헤어진 남자와 여자의 마음을 이렇게 각자 잘 표현해준 노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호흡을 느낄 수 있었던 곡이다. 이별 후, 쓸데없이 밝은 척 지내면서도 내심 떠나간 그 사람이 내 홈피에 몰래 와서 이 노래를 듣고 마음 돌리길 바랬던 적이 있다에 도토리 5개 걸겠다.
Track 04. 모세 – 사랑인걸
홍해도 쉽게 가를 것 같은 포스의 이름을 가졌지만 실제로는 불교 신자인 가수 모세가 2005년 선보인 ‘사랑인걸’은 왠지 모를 질척거림, 구차함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던 그때 그 시절 싸이월드 bgm에 딱 어울리는 노래다. 소울풀한 목소리로 애절한 러브스토리를 그리던 다른 노래들과는 달리, 반듯한 모범생이 오랜 기간 키워오던 짝사랑을 고백도 못해보고 조용히 마무리 짓는 듯한 느낌의 곡으로, 부담 없는 목소리에 담겨있는 적절한 찌질함이 노래의 매력을 한층 더 깊게 만들어준다.
에디터 형규의 추천곡
Track 05. 클래지콰이 프로젝트 – 내게로 와
대학 시절 나의 모교는 산 중턱이라는 기가 막힌 위치 선정의 학교였고, 덕분에 강의실까지 가는 길은 항상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산비탈을 오르던 등굣길 중턱에는 작은 카페가 하나 있었는데, 외부 스피커로 흘러나오던 그 가게의 BGM은 항상 클래지콰이의 ‘내게로 와’였다.
그래서였을까. 배경음악처럼 귀에 익은 이 노래는 의외로 많은 대학 선후배와 동기들의 미니홈피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고, 메탈 키드였던 나에게도 대단히 소중한 음악이 되었다. 2000년 이후 출시된 음악 중에서 대한민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린 몇 안 되는 앨범인 만큼, 음악이야 의심의 여지가 없다.
Track 06. Muse – Time is Running Out
물론 뮤즈의 음악은 그 자체도 훌륭했지만, 열심히 싸이월드를 들락날락하던 그 시절 감성을 떠올려 본다면 거의 중2병 맛의 끝판왕 같은 맛이 있었다. 특히 그들을 현재 위치에 있게 해준 3집 <Absolution>의 대성공은 록 음악에 단 1g의 관심도 없던 친구들마저 도토리를 결제해가며 ‘Time is Running Out’, ‘Hysteria’ 같은 곡을 미니홈피 BGM으로 설정하게 만들었을 정도였으니.
한 번만 들어도 뇌리에 각인되는 베이스라인이 포문을 열고, 점차 고조되어가는 멜로디와 함께 가성을 넘나드는 매튜 벨라미의 보컬이 강한 여운을 남긴다.
에디터 푸네스의 추천곡
Track 07. 박명호 – 사진 (Feat. 류주환, Sam Lee)
허니패밀리 전신, 허니 시절부터 팀을 이끈 ‘박교주’가 낸 2002년 솔로 앨범 타이틀 곡이다. 이별 후 감정 이입하기 딱 좋은 가사로 허세로 매도하기에는 너무나 진지한 그때 그 시절 남심을 저격했다. 이별 여부를 떠나 노래방 애창곡으로 주야장천 소환됐던 노래니까 미니홈피 브금 리스트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었던 건 당연한 일.
‘너를 만난 날 1,367일 만난 시간 32,808시간’ 이런 집착, 지금 보면 섬세보다는 섬뜩함이 느껴짐과 동시에 ‘니가 즐겨 먹던 리브샌드’라는 가사에서 지금은 판매하지 않는 그 맛을 다시 소환하고 싶어지는 이상한 감상의 전이를 겪게 되는 곡.
Track 08. 이루마 – Kiss The Rain
바이엘 간신히 뗀 실력으로,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이 곡 연습해본 사람 꽤 많을 거다. 악보 위에 계이름은 모두 적었지만, 한 마디 넘어가는 것이 너무나 지난한 여정이라서 결국 정성보단 물질로 계획을 수정했던 경험이 있다면 이루마 ‘Kiss The Rain’이 더욱 각별할 터. 감성을 어필하고 싶었던 일명 ‘토이남’들의 대표 브금, 낡지 않은 이 선율을 다시 느껴보시길.
에디터 서연의 추천곡
Track 09. Sweetbox – Don’t Push Me
클래식과 댄스를 섞어 노래를 만들던 GEO와 보컬 제이드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 스위트박스는 유독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싸이월드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특히 나쁜 여자 이미지의 초석을 다지는 데 한몫 했던 돈푸시미는 구속과 강요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연애관이 담겨 있다.
웬만큼 당당한 여자 코스프레하고 싶다 하면 응당 BGM은 돈푸시미가 제격이었다. 그 밖에도 ‘라이프이즈쿨’, ‘신데렐라’ 등이 클럽에서도 큰 인기를 얻으며 스위트박스의 음악은 선 굵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Track 10. T(윤미래) – Memories
당시 T로 활동한 윤미래의 메모리즈다. 이 노래를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써본 사람보다 안 써본 사람 찾는 게 더 쉬울 거다. 한창 싸이월드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어주고, 그를 가장 영민하게 활용했던 10대와 20대, 그 질풍노도 시기의 감성을 몹시 자극했다. 미래 언니의 힘들고 어려웠던 과거가 내 이야기처럼 느껴졌고, 상처에 소금 치듯 생경하게 건드려내는 힙합 특유의 방식이 마치 인생의 고단함을 아는 양 젠체하기 딱 좋았다. 그 중2병들이 싸이월드 감성 BGM으로 찬사를 보냈던 명곡, 싸이월드 재오픈에 맞춰 더듬어보자.
에디터 성민의 추천곡
Track 11. Harvard – Clean & Dirty
아이비리그 대학 이름 ‘하버드’ 아니고 ‘하바드’다. 어색하다 못해 다소 민망한 영어 가사 발음인데도 자꾸 따라 하고 싶어진다. 가수와 곡명을 몰라도 미니홈피 파도 타고 가다 보면 한 번쯤 들어봤을 하바드의 Clean & Dirty. 하바드는 소위 ‘시부야계(渋谷系)’라고 불리던 일본 인디 팝 장르 기반의 남성 듀오이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 초반 말랑말랑하고 달달하고 샤랄랄라(?) 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시부야계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일본 버블경제 끝자락에 서 있던 시부야 젊은이들이 주류 음악을 식상하고 촌스러운 것으로 치부하며 유행시킨 음악 장르여서 그런지, 남들과는 뭔가 다른 갬성을 어필하고 싶어 하던 사람들이 심심찮게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던 곡이다.
Track 12. 015B – 잠시 길을 잃다 (Feat. 신보경)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하던 무렵만 해도 ‘아주 오래된 인연’, ‘슬픈 인연’(cover)을 프로듀싱 그룹 015B 대표곡으로 뽑으면 아재 소리를 듣곤 했다. 당시 젊은 세대에게는 신보경이 객원 보컬로 참여한 ‘잠시 길을 잃다’가 015B 대표곡처럼 여겨졌는데, 이젠 이 노래마저 15년 전 노래가 됐다.
현재 ‘보니’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신보경은 지난 3월 너목보에 출연해 이 노래를 불러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였다. 이별 후 필수 싸이 브금 중 하나로, 이 노래에다가 이별의 아픔을 처절히 토로하는 다이어리까지 함께하면 천상의 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