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들의 플레이리스트: 가뜩이나 외로워지는 가을, 짝사랑 노래 추천 12곡 - 임볼든(IMBOLDN)

하늘은 왜 높아지나, 그녀 앞에서 난 이렇게 납작해져 버렸는데. 말은 왜 살찌나, 내 마음은 계속 허기진대. 가뜩이나 싱숭생숭해지는 가을, 바바리코트 자락으로 낙엽 쓸며 계절 타기도 바쁜데, 짝사랑을 시작해버린 당신. 쌍방 말고 일방은 넌덜머리가 난다며 다시는 이런 앓이 하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언제나 시작은 이유 없이, 예고 없이 찾아들었다. 떨쳐낼 수 없다면, 당신의 황폐해진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이 노래에 숨어 위로라도 받아보심이.

에디터 알렌의 추천곡

Track 01. Michael Bublé – You Don’t Know Me

누군가를 사랑하지만 그 누군가는 그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다면 나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기는 한 것일까? 수없이 불려진 이 곡은 레이 찰스 원곡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만 사실은 신디 워커의 1955년 곡이 먼저다. 하지만 마이클 부블레의 버전은 그의 음색과 편곡을 통해 더 애절하게 다가오기에 선택했다. 쓸쓸하면서도 간절한 톤으로 이 곡의 호소력은 더욱 더 짙어진 느낌이다. 

Track 02. Patti Austin – Say You Love Me

이 곡의 원곡을 잘 아는 분들은 드물지만 필리핀 어쿠스틱 그룹 MYMP가 리메이크 한 버전은 많은 분들위 귀에 익을 것이다. 아이유가 라이브로 부르기도 했으니까. 원곡의 느낌은 많이 다르지만 패티 오스틴의 데뷔 앨범 ‘End of a Rainbow’에 실렸던 곡이지만 크게 사랑을 받지는 못 했다. 리메이크들이 더 잘 살린 탓일까? 지금 들으면 이 곡은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소울이라는 유행했던 당시 감성을 알고 들으면 너무 간드러지는 리메이크들보다 듣기 편하다는 생각도 든다.


에디터 해원의 추천곡

Track 03. 소란(SORAN) – 너를 보네 (Feat. 권정열 of 10cm)

짝사랑의 묘미는 역시 ‘행복한 망상’이 아닐까 한다. 상대방의 마음은 차치하고서라도 짝사랑 기간 동안 내 머릿속에서 나와 상대방은 그 누구보다 뜨거운 사랑을 하고, 차갑게 돌아섰다가도, 다시금 애절한 재회를 하며 혼자 대하소설을 써 내려가곤 한다. (망상이 끝난 뒤 찾아오는 현타는 잠시 모른 척 해두자)

2016년에 발표된 ‘너를 보네’는 연애의 세밀한 감정선을 편안하게 전달하는 밴드 소란과 끈적끈적한 음악의 대명사 10cm의 권정렬이 함께 은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곡으로, 짝사랑하는 상대방을 바라만 보며 느끼는 희망과 절망 사이의 무한 루프를 그리고 있다. 아무래도 노래 주인이 소란이다 보니 가사에 10cm 특유의 끈적끈적함이 묻어나진 않았지만, 소란의 편안한 멜로디에  권정렬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적당한 질척임이 모든 짝사랑러들의 마음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Track 04. 스탠딩 에그 – 그래, 너

머릿속에서만 행복할뿐, 몸과 마음은 고통스럽기 그지 없는 짝사랑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고백’이다. 물론 결과가 항상 좋지만은 않다. 누가 봐도 명백한 고백스타일링을 하고선 동네 연탄구이집에서 친구들에게 둘러쌓여 밤새 조롱과 위로를 받게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상대방이 나의 마음을 받아줄지도 모른다는 희망 하나로 하루에도 몇 번씩 오글거리는 멘트를 다듬고 또 다듬게 되는데, 다들 알다시피 성공적인 고백을 위해서는 멘트 뿐만 아니라 옷차림, 분위기, 메뉴 등, 정말 신경써야 할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스탠딩 에그의 ‘그래, 너’는 이러한 전투 직전의 비장한 장수와 같은 마음가짐을 잘 그려주는 노래로, 주인공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듯이 노래가 시작되지만 노래 중반부터 갑자기 그 고백의 대상이 바로 너라며 냅다 변화구를 꽂아버리는, 꽤나 공격적인 노래다. 


에디터 형규의 추천곡

Track 05. Terra Nova – Lovesick

아마 멜로딕 록 신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밴드가 아닐까 싶은 네덜란드 밴드 테라노바(Terra Nova)의 세 번째 정규작 <Make my Day>에 수록된 킥오프 트랙. 헨드릭스 형제의 가공할만한 멜로디 메이킹 능력과 레코딩 톤을 앞세워 귀에 쏙쏙 박히는 곡들을 다수 뽑아냈다.

오늘 함께 소개한 글렌체크의 곡이 그야말로 찌질과 궁상의 결정체였다면, 테라노바의 ‘Lovesick’은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짝사랑남의 산뜻하면서도 털털한 고백이다. 특히 두 번째 벌스 직후 파워풀한 필인으로 포문을 여는 드럼 파트, 뒤이어지는 키보드와 기타 솔로도 AOR의 장르적 공식과는 다르게 상당히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바통을 이어받는다. 그래, 응당 남자라면 이래야 제맛이지.

Track 06. 오르부아 미쉘 – 님은 먼곳에

신중현과 김추자가 낳은 불후의 명곡 ‘님은 먼곳에’는 수많은 아티스트에 의해 새롭게 재생산되곤 했다. 하지만 락덕후의 가슴을 후벼 판 최고의 커버는 바로 오르부아 미쉘 버전의 ‘님은 먼곳에’다. 언뜻 들으면 원곡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전혀 다른 새로운 곡처럼 들리는 것이 포인트.

이는 밴드가 전개하는 사운드 특성에 기인하는데, 일본의 전통 5음계 방식에 한국 남도지방 민요의 리듬 패턴을 얹은 독특한 구성과 드라마틱하게 반전되는 극적인 악곡 덕분이다. 원곡이 말 한마디 붙여보지 못하고 슬프게 읊조리는 여성 화자의 목소리라면, 이들의 버전은 끓어오르는 격한 감정을 꾹 억누르다 결국 참지 못하고 거칠게 토해내는 남자의 사자후에 가깝다.


에디터 푸네스의 추천곡

Track 07. 윤종신 – Annie

‘좋니’ 전에 ‘애니’ 있었다. 조심스러운 존대로 ‘이제 마음을 털어놓겠다고’ 발설한 뒤, 갑작스럽게 ‘야 이 바보야’라고 소리치는 찌질한 사랑의 무뢰한. 애써 삼켜왔던 마음에 잔금이 가고, 그 틈으로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내리는 감정을 표현한 이 노래를 듣노라면 머뭇거리고, 수줍고, 언저리에서 머물기만 하는 당신에게 어떤 대리만족을 선사할 거다.

간직하거나 표현하거나 그건 당신의 선택이겠지만 이런 카타르시스를 대리로만 느끼기엔, 아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뼈 아픈 진리에 여러 번 구타를 당한 적이 있으니 일단 이 노래 따라 부르며 잠자코 있어 보는 거로. 참고로 노래 속 주인공 ‘애니’는 항간에 이영애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윤종신 피셜 실제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Track 08. 심수봉 – 비나리

절절함을 굳이 활자로 적어 내려가지 않아도 된다. 심수봉의 목소리가 있다면. 이 노래는 짝사랑한 남편을 향한 곡으로 싱어송라이터로서 그 빛나는 감성을 구슬픈 음색과 멜로디, 가사로 가슴 저릿하게 표현했다. ‘우리 사랑 연습도 없이 벌써 무대로 올려졌네’라는 노랫말이 흘러나오면 주인공 없이 빈 무대에 허허로운 내 마음 하나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에디터 서연의 추천곡

Track 09. Miles Davis – Autumn Leaves

가을 하면 당연히 재즈다. 가을 재즈 입문자를 위해 재즈 스탠더드, 마일스 데이비스의 ‘어텀리브스’를 추천한다. 원곡은 헝가리 작곡가 조셉 코스마가 롤랑 프티의 발레 ‘만남’을 위해 만든 곡으로, 구슬프기 짝이 없는 멜로디가 특징. 이후 낙엽을 인간의 죽음에 비유한 제목으로 불리기도 했고, 많은 가수와 연주자에 의해 편곡되었다. 지금도 늦가을 단풍이 떨어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곡이다. 

아직 가을의 출발선에 서 있는 우리지만 혼자만의 짝사랑을 시작한 이들의 사정은 좀 다를 것. 이미 그 마음만은 늦가을의 추풍낙엽일 테니까. 그래서 이 곡을 선물한다. 이왕이면 구슬픈 원곡 버전으로 청승을 더하지 말고, 편안하고 로맨틱한 분위기의 마일스 데이비스 곡으로 공허한 마음을 달래보자.

Track 10. 글렌체크 – French Virgin Party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앨범이지만, 지금 들어봐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세련된 글렌체크의 데뷔작 <Haute Couture>는 한국 대중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명반이기도 하다. 특히 ‘Vogue Boys and Girl,’, ‘60’s Cardin’ 같은 곡이 큰 사랑을 받았고, ‘French Virgin Party’ 역시 지금까지 회자되는 곡이다.

산뜻한 업템포에 이국적이면서도 활기찬 멜로디,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글루미한 정서가 깔려있어 의아함을 자아내기도 하는데, 해답은 가사에 있다. 누가 봐도 한없이 찌질한, 짝사랑 하지만 한마디 말도 못 하는 소심한 남자의 심정을 굉장히 심플한 가사로 표현한 넘버원 궁상 트랙.


에디터 성민의 추천곡

Track 11. Matchbox Twenty – Disease

짝사랑이라고 다 순애보 같은 것만은 아니다. 때론 화도 내고 때론 절박해 하기도, 그 사람 아니면 절대 안 된다고 목을 매면서도 이내 잊겠다는 다짐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대부분 짝사랑의 얼굴 아닐까.

신나고 강렬한 비트에 보컬 롭 토마스의 걸쭉한 보컬과는 대조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 ‘너 내 모든 좋은 날들에 얼룩을 남겼어’, ‘아무도 널 거절하지 못했지만 난 널 떠나보낼 거야’ 같이 온갖 허세와 쿨한 척을 시전하다가도 ‘너 없인 살 수 없어’, ‘나 어떡해야 해’라며 조울증에 버금가는 심경의 변화를 토로하고 있다. 솔직히 짝사랑이 그렇지 않은가. 제목처럼 짝사랑도 하나의 ‘질병’이 아닐까.

Track 12. Ennio Morricone – Playing Love (The Legend of 1900 OST)

유럽과 미국을 오가는 여객선에서 태어나 평생 단 한 번도 땅에 발을 디뎌 본 적 없는 남자. 천재적인 피아노 실력으로 승객들을 현혹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여자의 마음만큼은 끝내 얻어내지 못했다.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원제: The Legend of 1900)’에서 주인공 나인틴 헌드레드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여성을 보자마자 즉흥적으로 연주한  ‘Playing Love’. 

가사가 없는 피아노곡이지만, 서정적인 멜로디와 영화의 차분한 영상미 그리고 독특한 스토리가 어우러져 과함 없이 담담하게 짝사랑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작년에 작고한 전설적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꼬네가 작곡하고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질다 부타(Gilda Buttà)가 연주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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