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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던, 그녀의 섹스 판타지
2024-05-23T16:02:17+09:00

여자들은 이런 남자랑 이렇게 자고 싶다.

‘그놈이 그놈’이란 말은 적어도 섹스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물건, 그리고 경험을 통해 길러진 재량이 지구에 있는 남자의 머릿수만큼 다르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자의 몸도 마찬가지. 고로 이곳저곳에 분포된 그녀의 성감대를 찾고, 기분까지 살피며 능숙하게 잠자리를 갖는, 한마디로 ‘잘’하는 놈 축에 들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오늘 밤도 열과 성을 다했지만, 그녀에게 만족을 주지 못했다는 동물적 촉이 강하게 왔다면, 이 글을 읽어보길. 그녀는 이곳에서, 이렇게 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부드럽거나 야릇하거나

“샤워기가 아닌 욕조를 앞세우는, 청결보다 분위기에 포커스를 맞춘 거품 목욕을 해보고 싶다. 왜냐면 로맨틱의 절정과 에로틱의 극한, 이 상반되는 모드를 어색하지 않게 그러니까 아주 물 흐르듯 넘어갈 수 있을 거 같아서다. 부드럽게 서로를 만지는 그 감촉은 건조한 살과 살이 닿았을 때 느껴지는 것과는 다른 정서를 전해 주기도 할 거고, 향기까지 좋을 테니까. 오랜 시간 서로의 몸에서 미끄러지며 전희 과정 충실히 이행하고, 그다음 자연스럽게 일어서서 바로 격렬한 섹스를 시작하는 거지. 해본 사람은 알 거다. 화장실이라는 공간, 그 특유 울림이 우리가 내뱉는 소리를 더욱 야하게 들리게 한다는 거.”

키이라 나이틀리 (29, 마케터) 


반전을 원해

“지금까지 만난 남자들은 모두 낮과 밤 성향이 같았다. 낮에 이겼던 남자는 밤에도 자기주장 강하게 나를 리드했고, 배려의 아이콘 같았던 그 녀석은 저녁 회진 돌러 왔나 얼마나 시시콜콜 물어보던지. 존중받는 기분도 나쁘지 않지만, 매사 너무 조심스러우면 짜증이 살짝 치밀더라고. 반전매력이 시대를 관통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낮과 밤까지 관통할 줄은 몰랐다. 문 앞까지는 선비, 현관문을 열면 격렬하게 나를 밀어붙이는 그런 ‘낮져밤이’ 스타일과 통(通) 해보고 싶다는 얘기다. 평소엔 눈웃음 지으며 배시시 웃지만, 이불 속에서만큼은 적당히 강압적이고, 야한 말도 서슴없이 하는 남자 어디 없나. 그 남자의 낮과 밤, 이 간극을 보는 것이 손으로 만져주는 행위보다 더 짜릿한 자극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엠마 스톤 (33, 파티셰)


여행, 첫, 낯선

“매사 생각이 많고 방어적인 성격 탓, 만나고 있는 남자 혹은 알아가고 있는 사람에게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지 못한다. 솔직하지 못하다고 해야 하나, 솔직할 수 없다고 해야 하나. 고로 상대에게 완전한 친밀감을 느끼기 전까지는 잠자리에서도 조심스러워지는 편. 여행지에서 만난 그 남자와는 어차피 오늘 밤이 지나면 헤어질 테니 부담도 없고, 짧은 시간 서로에게 ‘진심’이었다는 그 사실이 가끔은 오히려 정신과 몸 건강에 이로울 거 같다는 생각이다. 낯선 사람과 내일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하룻밤을 보낼 장소는 기왕이면 바닷가가 좋겠다. 밤바다를 앞에 두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테라스에서 하는 섹스는 너무 낭만적일 거 같거든. 한 걸음 더 나아가자면, 나는 바다를 마주 보고 그가 내 뒤에서.”

메간 폭스 (27, 웹디자이너)


비와 당신

“우천 시 폐장이 아닌, 개장을 하고 싶다. ‘우천 시 카섹스’가 내 판타지. 차체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처럼 매력적인 BGM이 또 있을까. 게다가 공적인 대지 한편에 잠시 신세를 지고, 아주 사적이고 발칙한 행위를 하면 ‘내면 변태’가 된 듯 되게 묘한 기분이 들 거 같다. 그리고 카섹스 경험자로서 겪은 바 거친 들숨과 날숨 덕, 습기가 가득 차 영화 <타이타닉> 속 장면처럼 창문에 김이 꽤 서리더라고. 비 오는 날은 이 습기까지 은폐해 주니까 더욱 제격인 거다. 자리는 뒷좌석이 좋을 거 같다. 앞자리는 클랙슨을 울릴 위험도 있고, 지난 기억을 반추한 결과 좁아서 목이 아팠기 때문. 다양한 체위도 물론 불가능하고. 시간대는 그 사람의 취향도 고려해야겠지만, 난 밤에 할래. 모든 것이 더욱 은밀해지는.” 

앤 해서웨이 (32, 영양사)


참, 잘했어요

“무언가를 능숙하게 잘 해내는 사람들을 그 바닥 프로 혹은 장인이라고 부르던가. 그렇다면 난 ‘섹스 장인’과 태초의 순수한 모습으로 대면하고 싶다. 여성의 대다수가 살면서 오르가슴을 느껴보지 못한다고 하는데 한 번 사는 인생, 이렇게 요단강 건너면 너무 아쉬울 거 같다. 인생 마디마디에도 신념이란 말뚝을 박으며 그 잣대에 준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지 않던가. 섹스에도 어떤 기준점을 세우고 싶고, 이왕이면 ‘절대 반지’ 같은 ‘절대 섹스’가 그 기준이 되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다면 내 인생 남은 잠자리 라이프의 상향 평준화를 이룰 수 있을 거 같으니까. 그때를 추억하며 지금의 상대에게 늘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뒷일 따윈 차치하고 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인 그 사람과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잊을 수 없는 한 때를 보내보고 싶다.”

줄리아 로버츠 (34,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