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에서 빼놓으면 아쉬운 공간이 있다. 킷사텐(喫茶店), 끽다점이다. 한자를 풀어보면 먹을 끽, 차 다, 가게 점 자로 이루어져 뜻 그대로 차를 마시는 가게라는 의미. 모던한 카페와는 다르게 이곳에 들어서면 과거에서 시간이 멈춘 듯 레트로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카페, 다방, 경양식집 그 언저리가 떠오르는 이유.
킷사텐의 시작
변질된 카페 문화
통상적으로 일본 최초의 킷사텐은 메이지 21년인 1888년 도쿄, 우에노에 생긴 ‘가히사칸’으로 꼽는다.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만나 생각을 나누던 장소로 당시 커피의 가격은 소바의 약 2배에 달했다. 가히사칸의 문을 연 테이 에이케이가 커피를 매개로 이곳에 모여 문화를 교류하기를 원했던 것처럼 일반 서민이 방문하기에는 문턱이 높았던 것.
이후 1910년대 이후, 당시의 번화가였던 도쿄 긴자를 중심으로 카페 문화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앞서 언급했듯 살롱의 의미였지만, 1911년 긴자 라이언과 같은 카페가 생기며 그 의미가 변질된다. 식사와 음료를 서브하는 웨이트리스가 손님 옆에 앉아 접대를 하였고, 192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카페 문화는 더욱 퇴폐화되었다.
이런 카페와 거리를 두기 위해 1930년대 초 순수하게 음료만을 판매하는 준킷사(순끽다)가 생겨났다. 술과 성을 팔지 않는다는 선언적 개념인 셈. 이 문화를 계승해 1950년대부터 더욱 활성화되어 간단하게 차와 음료, 음식만을 제공하는 킷사텐의 명맥이 이어져오고 있다.
킷사텐에는 규칙이 있다?
시간에 대한 존중
킷사텐에서 판매하는 메뉴는 얼추 비슷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일본 경양식 대표 메뉴인 나폴리탄 스파게티, 버터 토스트, 햄과 달걀 등을 넣은 샌드위치, 색상부터 비주얼을 책임지는 크림소다와 파르페, 진한 계란 맛이 특징인 푸딩 아라모드 등이다. 각 집마다 다른 시그니처 커피를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침엔 모닝 세트 메뉴로 킷사텐을 더욱 풍성하게 즐겨보자.
역사가 오래된 만큼 공간을 공유하는 방식에 있어 지켜야 할 암묵적 규율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옆 사람과 시끄러운 대화, 내부 사진 촬영, 음악 청취가 메인 테마인 곳은 이어폰 착용이 금지되기도 한다. 매장 별로 특별히 강조하는 금기 사항이 있을 수 있으니 안내 문구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킷사텐을 온전히 느낄 방법은 대를 이어 공간을 지켜온 이들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킷사텐에 입장할 차례. 도쿄 레트로는 여기서 시작된다. 도쿄 여행 필수 코스 킷사텐 추천 리스트다.
도쿄 여행 필수 코스 킷사텐 추천 7

현존하는 도쿄의 카페 중 가장 오래된 곳.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다. 아쉽지만 현재 건물은 1970년에 지어진 것으로 여러 번 리모델링을 거친 상태. 작년 일본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아오야마 미치코의 소설 <인어가 도망쳤다(人魚が逃げた)>에 등장하는 카페이기도 하다. 1970년대 존 레논과 오노 요코가 3일 연속 이 카페를 찾은 것으로도 유명해 파울리스타에 가면 그 흔적을 만나볼 수 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풍부한 브라질 커피의 맛을 일본에 전파한 킷사텐이다. 가장 인기 있는 커피는 카페 플로레스탈. 상파울루산 프리미엄 유기농 커피 원두를 사용해 은은한 단맛이 난다. 보다 묵직하고 진한 커피를 원한다면 파울리스타 올드를 추천. 대부분 세트 메뉴에는 커피 리필이 가능하니 참고할 것. 부드러운 몽블랑도 유명하지만 에디터의 픽은 키쉬다. 이곳은 1층과 긴자 대로가 보이는 2층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레트로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1층에 착석하기를 추천한다.
Information
- 주소 : 8-9 Ginza, Chuo-ku Tokyo 104-0061
- 시간 : 매일 9:00 ~ 20:00, 일요일 및 공휴일 11:30 – 19:00
- 흡연 : 불가
- 카드 사용 : 가능

도쿄 올림픽 개최를 1년 앞두고 1963년 문을 연 코조. 고성이라는 뜻처럼 입구부터 앤틱한 분위기가 압권이다. 내부도 그 모습이 사뭇 비장하다. 스테인드글라스의 고풍스러운 미감이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 즐거운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호화롭게 보이는 장식품들 사이로 바닥, 벽, 샹들리에, 소품 등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내려앉아 고즈넉한 풍경을 만드는 이곳은 영화나 TV 드라마의 로케지로도 줄곧 등장한다.
이곳의 매력은 자리별 특색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차처럼 나란히 앞을 보고 앉는 일명 ‘로맨스 시트’는 과거 커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고. 이는 쇼와 초기 무렵부터 유행하고 있던 좌석 스타일이다. 창업 시기부터 쭉 함께한 메뉴는 밀크 쉐이크와 크림소다, 햄과 계란이 들어간 믹스 샌드다. 밀크 쉐이크, 핫케익, 파르페 등도 인기가 높다. 아울러 그 시기 70엔 하던 커피 시세와 달리 이곳은 150엔 블루마운틴 커피를 제공했던 뚝심 있는 킷사텐이 바로 코조. 여성에겐 빨간색, 남성에게는 파란 컵에 커피를 담아주는 문화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Information
- 주소 : 東上野3-39-10 光和ビル B1F, Taito-ku, Tokyo 110-0015
- 시간: 매일 9:00 ~ 20:00 / 일요일, 공휴일 휴무
- 흡연 : 가능
- 카드 사용 : 불가

여행 중 잠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여독을 달래고 싶다면 ‘Meikyoku Kissa Lion’으로 가자. 바로크 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이 공간은 카페보다는 음악 감상실에 더 가깝다. 정면에는 3미터 높이의 맞춤 제작 스피커가 자리해 있는데 1950년 당시 주인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지역 목수들이 수작업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오케스트라 공연장처럼 스피커 방향으로 전 좌석이 향해있는 모습도 흥미롭다.
스피커 아래 선반에는 1만 장이 넘는 레코드와 CD가 자리한다. 고객은 매장 음반 컬렉션에서 듣고 싶은 클래식 곡을 요청할 수도 있다. 메뉴에는 커피, 레몬팝, 밀크셰이크, 크림소다 등과 같은 음료와 아이스크림만 제공된다.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의 라이언 베이커리에서 커피 드리핑을 배워 온 설립자의 정체성을 이어 정통 영국 커피를 제공하는 점도 훌륭하다. 모두에게 쾌적한 청취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대화는 금지되어 있고, 사진 촬영을 원할 때는 관계자의 허락을 구하도록.
Information
- 주소 : 2 Chome-19-13 Dogenzaka, Shibuya, Tokyo 150-0043
- 시간 : 매일 13:00 ~ 20:00 / 연말연시, 오본 기간 예외
- 흡연 : 불가
- 카드 사용 : 불가

책의 거리, 진보초 역 A7 출구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로 근접해 있다. 입구는 마치 산장을 연상케 해 무심코 지나가는 사람도 발걸음을 사로잡을 만하다. 이곳은 음료와 음식을 파는 매장이 구분되어 있는데 식사를 하고 싶다면 ‘사보우루 2’에 방문해야 한다. 매장 두 개가 나란히 붙어 있다. 두 번째 매장 주력 메뉴는 바로 샐러드가 곁들여 나오는 나폴리탄이다.
거의 모든 테이블 위에 이 스파게티가 올려져 있는데 그만큼 맛도 좋고 무엇보다 양이 많다. 대식가라면 이곳이 적격이지만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을 각오해야 한다. 인기 음료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곁들여진 크림소다와 당도 적당한 딸기주스. 무더운 도쿄의 여름도 가뿐히 날려줄 만한 청량함을 느껴보자.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얼음은 얼음 전문점에서 공수한 것으로 쉽게 녹지 않는다고. 사소한 디테일까지 마음에 든다. 아늑한 은신처 같은 사보우르다.
Information
- 주소 : 1-11 Kanda Jimbocho, Chiyoda-ku, Tokyo 101-0051
- 시간 : 매일 11:00~20:00 / 일요일 및 공휴일 (변동) 휴무
- 흡연 : 불가
- 카드 사용 : 불가

긴자 유명 화과자 집에서 오랜 시간 근무한 창업자는 그 당시 흔치 않았던 유럽 스타일 과자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곳을 열였다. 1966년에부터 한결같은 레시피를 유지해 온 과자점의 시그니처는 바로 스완슈. 백조의 우아함 안에 숨겨진 향기로운 생크림, 바닐라 빈을 듬뿍 사용한 커스터드 크림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다. 생크림과 커스터드는 손수 만든다.
쇼케이스에 진열된 큼직한 딸기 쇼트케이크, 식감 좋은 밀피유, 찐득한 치즈케이크, 계절 한정 케이크 등 빵지순례 코스로도 제격. 벨벳 그린 소파와 타일이 매혹적으로 자리하는 2층에서 커피 혹은 차와 함께 천천히 달콤한 시간을 즐겨보자. 토스트, 샌드, 카레라이스 등 식사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Information
- 주소 : 31-15 Yayoicho, Itabashi City, Tokyo 173-0021
- 시간 : 매일 10:00~20:00 / 수요일 휴무
- 흡연 : 불가
- 카드 사용 : 불가

원조라는 타이틀을 가졌다. 바로 피자 토스트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오픈 당시에는 이탈리아 요리점이 드물어 피자의 맛을 간편하게 재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 바로 피자 토스트다. 변해가는 히비야 거리에서 60년 이상 자리를 지켜 온 가게. 3.5cm 두툼한 식빵 위에 토핑을 넣어 바삭하고 고소한 풍미를 선사한다.
당 충천이 필요하다면 팬케이크, 스트로베리 파이도 추천한다. 모든 메뉴가 만족할 만한 수준. 커피 메뉴도 충실한 편이다. 산지별 클래식한 원두부터 개성을 더한 커피까지 약 30종류가 포진해 있다. 생크림에 직접 커피를 부어 먹는 크림 드 모카도 이색적이다. 일본 퓨전 트렌드를 이끈 이곳에서 원조의 품격을 느껴보시길.
Information
- 주소 : 1-6-8 1F Matsui Bldg., Yurakucho, Chiyoda Tokyo 100-0006
- 시간 : 월~금 11:00 ~ 23:00, 토・일 10:00 ~ 23:00
- 흡연 : 일부 좌석 전자 담배 가능 (주말 전석 금연)
- 카드 사용 : 불가

나선형 계단을 돌아 내려간 곳에 재즈 킷사텐이 있다. 재즈와 음악을 사랑한다면 나만 알고 싶을 만큼 보물 같은 공간. 1967년 소피아 대학교 바로 옆 요츠야에 문을 열어 직장인과 대학생들의 오랜 시간 아지트가 되어 주었다. 이곳의 주인장은 재즈 평론가 고토 마사히로. 재즈 관련해 여러 권의 책을 쓰기도 한 작가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재즈에 진심인 사람이 선정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호사만으로도 충분한 곳.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을 음미할 수 있도록 오후 6시까지는 대화 금지라는 전통적인 규칙도 있다. 이어폰 착용도 금한다. 하지만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사용하는 건 무관하다. 커피와 쇼콜라의 조합도 훌륭하고, 위스키, 와인 한 잔을 천천히 음악과 함께 즐긴다면 더할 나위 없을 시간이 완성된다.
Information
- 주소 : 1-8 Horinaka Bldg. B1F, Yotsuya, Shinjuku Tokyo 160-0004
- 시간 : 월~금 11:30 ~ 23:20, 토 12:00~23:20 / 일요일 및 공휴일 휴무
- 흡연 : 불가
- 카드 사용 :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