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플라이트 슈팅 게임의 지존, 에이스 컴뱃(Ace Combat)의 신작이 발매되었다. 부제는 ‘스카이즈 언노운(Skies Unknown)’. 게임성이 바뀌어 원성이 자자했던 외전 작을 딛고, 옛날 에이스 컴뱃 본연의 모습으로 회귀하여 팬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는 중. 독특한 세계관과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OST, 특히 전투 중 처절한 무전 대화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은 우리가 기억하는 에이스 컴뱃 그 모습 그대로라 반갑기 그지없다.
에이스 컴뱃 시리즈에서는 XR-900 지오펠리아(Geopelia), X-02 와이번(Wyvern) 같은 가상의 전투기들도 나오지만, 대다수 현실에서 사용되는 전투기들이 출연한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전투기들이 현실에서는 어떤 물건들인지 살펴보자.
왕년의 슈퍼스타 F-14D Super Tomcat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전투기가 아닐까 싶다. 사나이 가슴에 불을 지른 영화, ‘탑건(Top Gun)’의 주역 기체로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떨친 전적이 있다. F-14는 미국의 그루먼 사에서 개발한 고양이 전투기 시리즈이며, 1970년대에 배치되어 미 해군 함대를 지키는 임무를 맡았다.
이 전투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미사일은 그 유명한 ‘AIM-54 피닉스(Phoenix)’이다. 미 해군 함대에게 위협적인 존재인 소련의 폭격기를 원거리에서 요격하기 위해 최대 150km의 사거리를 자랑했다. 미려한 외관과 ‘탑건’ 덕분에 팬이 많지만, 지금은 모두 퇴역하여 안타까움만 더해질 뿐. 게임에 등장하는 ‘F-14D’는 개량형으로 오래된 전투기인 만큼 성능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탑건의 낭만을 떠올리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사람은 필자뿐만이 아닐 것 같다.
현대 항공 병기의 정점 F-22A Raptor
이것이 정녕 현대 인간의 기술로 만든 것이 맞는가. 미국 록히드 마틴 사의 스컹크 웍스(Skunk Works) 개발 부서에서 제작한 ‘F-22’는 말 그대로 최강이다. 뉴스에도 많이 나오다시피 스텔스 기술이 적용되어 레이더로도 탐지가 쉽지 않다. 상대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저 혼돈만이 가득할 뿐이다. 기본 성능 또한 매우 흉악하다.
초음속의 속도로 장시간 운행할 수 있는 연비도 인상적이지만, 미친 듯한 엔진 성능에 힘입어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것 같은 기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낸다. 관심 있는 이들은 유튜브 등에서 영상을 찾아보자. 2005년에 배치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그 위엄을 넘어설 기체가 없는, 현대 항공 병기의 정점이다. 명성답게 게임 안에서도 가상 기체를 제외하면 그야말로 최고라 말할 수 있다.
대한민국 공군의 핵심이 될 F-35C Lightning Ⅱ
‘F-22’와 형제뻘 되는 스텔스 전투기이지만 공룡이 아닌 2차 세계 대전에 활약했던 미 육군 전투기, ‘P-38 라이트닝’의 이름을 물려받았다. 개발사는 당연히 록히드 마틴. 형님인 ‘F-22’가 최고의 성능을 가진 하늘의 포식자라면 동생 ’F-35’는 좀 더 다양한 임무에 투입할 수 있는 올라운더의 개념이다. 물론 ‘F-22’ 정도는 아니지만, 세계 최강급 성능을 가졌다.
특이한 점은 3군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통합 전투기로 개발된 것. A형은 지상 기지, B형은 수직 이착륙을 할 수 있는 상륙함, C형은 해군 항공모함에서 운용이 가능하다. ‘F-35A’가 대한민국 공군의 차기 주력 전투기로 선정되어, 현재 우리 공군 조종사들이 미국에서 기종 전환 훈련을 받고 있다. 전력화될 날을 기다리며 아카데미 모형에서 나온 ‘F-35’ 키트라도 조립해보자.
마더 러시아의 다목적기 Su-30SM Flanker-H
목도하라! 남심을 자극하는 저 숨 막히는 디자인을. 파리 에어쇼에서 보여준, 통칭 ‘코브라 기동’으로 항덕들을 설레게 만든 ‘Su-27 플랭커’를 갈고 닦아 성능도 개선했다. 이것이 바로 ‘Su-30SM’이 되시겠다. 현재 러시아와 인도 등지에서 일부 운영 중인 전투기로,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서방 전투기로는 미국의 ‘F-15E’가 있다. 공중 전투는 물론 대지 공격력까지 두루 섭렵한 점과 넓은 작전 반경을 가진 것이 형제처럼 닮았다.
작중에서는 적 세력의 에이스 파일럿 ‘미하이 A. 실러지’가 탑승하여, 기상천외한 비행을 선보이며 플레이어와 아군 편대를 농락한다. 고로 혈압 상승은 덤. 정면에서 스쳐 지나간 뒤 급선회하여 미사일을 난사하는 에이스 컴뱃 시리즈 진리의 전투 기술을 사용해보자. 운 좋으면 한발이라도 맞겠지 뭐.
멧돼지는 전차 부대의 천적 A-10C Thunderbolt Ⅱ
오직 근접 항공 지원만을 위해 태어난 공격기가 ‘A-10’이다. ‘GAU-8’이라는 30mm 기관포가 트레이드마크로 최신 전차는 버겁겠지만, 장갑차와 구세대 전차의 상부를 사정없이 깨버리는 무력을 소유했다. 물론 최신 전차는 탑재된 미사일을 통해 지상에서 영원으로 보낼 수 있으니 딱히 문제 될 것은 없다. 속도가 느리고 지상에 근접해야 하는 임무가 많은 만큼, 비행기치고는 꽤나 터프해서 어지간한 대공포화는 버텨내는 상남자다.
이름의 유래는 미 육군 항공기인 ‘P-47 썬더볼트’. 하지만 혹멧돼지(Warthog)라는 별명으로 자주 불린다. 끝으로 한 가지만 목놓아 호소하겠다. 미션6 이전에 ‘A-10C’를 꼭 구매해놓자. 그렇지 않으면 조기 경보 통제사, 밴독의 구수한 욕을 먹으며 당신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릴 수도 있으니.
비운의 명작 YF-23 Black Widow Ⅱ
우리 모두가 ‘블랙 위도우’라는 단어에서 배우 ‘스칼렛 요한슨’을 떠올린다. 하지만 항덕들은 비운의 전투기 ‘YF-23’을 떠올리며 시야가 흐려진다. 방위 산업체인 노스롭 사가 미 공군의 고등 전술 전투기 사업에 제안했지만, 앞서 언급한 ‘F-22’에 밀려 탈락한 가슴 시린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항공 역학적 설계로 최고 속도와 스텔스 성능은 ‘F-22’보다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비싼 가격과 격투전 성능에서 뭔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아, 자본주의의 희생양이여.
시험기로 제작된 기체는 박물관 전시물이 된 신세지만 최강 전투기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그래서인지 게임에서는 꽤나 자주 등장한다. 위에서 봤을 때 광어나 넙치같이 생긴 귀여운 외모가 상당히 매력적이기도 하고.
바이킹의 후예 JAS-39 Gripen E
‘JAS-39 그리펜’은 바이킹의 후예, 스웨덴에서 개발한 전투기로 크기는 작지만 매우 효율적인 물건이다. 활주로가 아니더라도 짧은 비포장도로만 있으면 이착륙에 문제가 없다. 정비성도 좋아서 소수의 인원으로 출격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유지 보수 비용까지 저렴하다.
이는 외세의 침입이 있을 경우 항공 전력을 전국에 분산시킨 후 지속해서 적에게 기습을 가하려는 스웨덴의 방위 전략에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겠다. 편대 간의 데이터 링크를 통해 적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전투 임무 또한 대단히 효율적이다. 이만하면 중세 시대 유럽에서 맹위를 떨치던 바이킹의 후예라고 부르기에 부끄럼이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