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캐럴이 흐르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당신은 무엇을 할 텐가. 혼자 라면을 안주 삼아 소주 한잔을 걸치거나, 혹은 같은 처지인 시커먼 친구와 소주를 기울이거나, 여기에 몇 명 더 합류해 삼삼오오 모여 소주를 붓겠지. 만약 코웃음을 치며 승자의 미소를 띄고 있다면, ‘뜨밤’을 위해 이 플레이리스트가 필요할지 모른다. 음악을 틀고 박력 넘치게 혹은 영국 신사처럼 부드럽게 그녀와 리듬 속을 유영해보자.

에디터 알렌의 추천곡

Track 01. Silk Sonic – Leave the Door Open

브루노 마스, 앤더슨 팩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실력자 둘이 뭉쳐서 만든 프로젝트 그룹이다. 그리고 그들이 고집한 사운드는 바로 필라델피아 소울. 어딘지 모르게 섹시하면서 레트로 감성 충만한 이 곡은 음악적으로 풍성한 사운드와 실력을 보여주지만 가벼우면서도 익살스러운 가사를 잘 녹여냈다. 지금은 많이 듣지 않는 70년대 사운드이지만 올해 가장 핫한 곡으로 뽑힐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도 얻은 것을 보면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

Track 02. Alina Baraz – Between Us

국내 팬들에게는 약간 생소할 수 있는 아티스트이지만 본인만의 음색과 뚜렷한 색으로 확고판 팬층을 형성한 알리나 바라즈. 그 중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숨은 진주 같은 이 곡은 R&B 장르에 속해 있지만, 알리나 바라즈만의 장르를 개척하는 느낌이다. 속삭이는 듯한 보컬과 공간감을 남다르게 활용하며 본인의 경험과 감성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이 곡은 특히 듣는이의 마음을 간지럽히는 듯하다.


에디터 해원의 추천곡

Track 03. 박재범 – Welcome

‘몸매’ 하나로 수많은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박재범. 2013년 발매한 그의 첫 번째 디지털 싱글 앨범 ‘JOAH’에 수록된‘Welcome’은 성인 인증을 거쳐야 노래를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저돌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끈적끈적한 멜로디와 오늘 밤 자신의 침대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밑도 끝도 없는 허세 가득한 자신감이 왠지 모르게 2000년대 팝 아티스트 어셔(Usher)를 떠올리게 한다.  혹시라도 아직 수줍은 마음에 상대방에게 뜨밤의 시그널이 전달되지 않았다면 박재범의 목소리를 통해 당신의 열정을 넌지시 전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Track 04. 백예린 – Square 

2017년 당시 미발매 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음악 페스티벌에서 부른 직캠 조회 수가 1,000만이 넘어가며 백예린의 대표곡이 된 ‘Square’.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가 영어로 되어있기에 애써 내용은 외면하며 백예린의 몽환적인 보컬과 해맑은 멜로디에만 집중해 왔는데 좀 더 알고 보니 이 노래, 꽤 도발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바로 앞서 소개한 박재범의 ‘Welcome’처럼 첫 소절부터 대뜸 음담패설을 쏟아내는 방식은 아니지만, 침대로 상대방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며 함께 지내고자 하는 마음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있다. 


에디터 형규의 추천곡

Track 05. 제인팝 – 오션뷰 모텔룸

‘오션뷰’가 선사하는 낭만적인 뉘앙스, 그리고 ‘모텔’에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고급진 것과는 거리가 먼 통속적 분위기. 이 두 가지를 붙여서 제목으로 박제하고, 이 단어만 봐도 특유의 그 나른하면서 몽환적인 이미지를 자동으로 떠올리게 만드는 제인팝의 센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1절만 보면 꽤 낭만적인 노랫말이 배치되어 있지만, 2절에 와서는 ‘꽤 낡은 에어컨과 작은 냉장고 속 캔 커피 그날을 떠올리네’, ‘이 고요를 채우는 의미 없는 위성방송 너와 난 말이 없네’ 같은 뻔한 풍경을 담아내는 작사 감각 또한 일품. 지난해 말 발표된 제인팝의 싱글로, 이런 끈적한 무드의 시티팝에 으레 따라붙는 교과서적인 색소폰 섹션을 삽입해 그라데이션처럼 분위기를 점층적으로 진하게 이끈다.

Track 06. Pitbull – Hotel Room Service

20대 중반, 그러니깐 2010년 언저리였을 것이다. 국방의 의무까지 모두 해치운 대학생이라는 신분은 왜 그리도 혈기 넘치고 즐거웠는지. 금요일 밤만 되면 2호선 지하철에 몸을 싣고 설레는 마음으로 홍대를 향하던 그 시절,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Poker Face’, 제이지(Jay Z)의 ‘Empire State of Mind’와 함께 클럽 브금 삼대장으로 군림했던 핏불의 이 곡은 지금도 나에게 클럽 바닥의 끈적한 질감, 뿌연 담배 연기와 진한 알코올 향기를 한 움큼 안겨다 주는 추억의 트랙이다. 더불어 이 노래가 나올 때면 ‘We at the hotel, motel, Holiday Inn’의 가사를 ‘We at the hotel, motel, 가고 싶다’로 바꿔가며 떼창하던 클러버들의 생생한 표정까지도.

이 곡이 나온 지도 어느덧 12년이 흘렀고, 이제 MZ세대로부터는 콜라텍 취급마저 받는 소위 ‘틀딱’ 레퍼토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이 곡을 배경음악으로 깔아만 준다면 그 누구보다 가장 천박하게 뜨밤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에디터 푸네스의 추천곡

Track 07. The xx – Intro

그 시간, 당신과 나 사이 알량한 활자는 필요치 않다. 시간이라는 공백을 거친 호흡, 격양된 몸짓으로 물들이면 그만이니까. 데뷔 앨범 발표와 동시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선정한 2009년 음반 1위를 차지한 브리티시 인디 팝 밴드 더 엑스엑스(The xx) 음악은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할 말만 하겠다는 듯 절제된 가사와 신비로운 사운드를 선보인다. 고로 눈에 뵈는 것은 오직 당신, 말 따위는 거세하고 정신과 육체의 아름다운 넘나듦만이 충실히 행해지는 ‘뜨밤’에 이질감 없이 젖어 들기 제격. 그런 밤이 지나고 수줍은 새벽이 온 후에도 그들의 음악이 귓전에 맴돌면 이 밴드의 내한을 함께 기다려보는 거로.

Track 08. 송창식 – 가나다라

1980년 7월 발표한 <80 가나다라 송창식> 앨범 수록곡 ‘가나다라’는 경쾌한 꽹과리와 태평소 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는 국악 느낌 물씬 가미된 가요다. 재일교포 3세들이 한국어 발음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상황을 인식하고, 교육을 목적으로 만든 것으로 ‘가나다라마바사’, ‘하늘천따지 검을 현 누를 황’, ‘태정태세문단세’ 등 애매한 맥락들이 교차하는 곡. 진취적인 송창식의 목소리와 흥을 돋우는 ‘으헤으헤으허허’ 추임새, 국악 정취를 벗 삼아 헛간은 아니지만 돌쇠의 기운을 품고 아주 클래식한 ‘뜨밤’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는지. 


에디터 서연의 추천곡

Track 09. Sabrina Claudio – Belong to You

미국의 싱어송라이터로, 밤과 새벽 사이의 감성을 노래하는 사브리나 클라우디오. 그의 데뷔 앨범 <About Time>의 수록곡 중 하나인 ‘Belong to You’는 ‘난 네 거야’를 노래하는 사브리나의 무섭도록 끈적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곡이다. 몽환적이고 고혹적인 음색과 곡의 분위기는 귀르가즘 느끼기에 충분하며 괜스레 후방마저 살피게 만드는 기교를 경험할 수 있으니, 성공적인 뜨밤을 위해 잔잔하게 브금으로 깔아두면 모든 것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울 것.

Track 10. 태민 – Move

몸짓, 가사, 음색까지 음란마귀 제대로 씐 듯한 태민의 ‘Move’. 쩐득쩐득한 멜로디에 흐느적거리는 몸놀림, 퇴폐미마저 느껴지는 표정을 보고 있자면 단전부터 스멀스멀 솟구치는 뜨거운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갈 곳 잃은 시선 거두고 두서없는 대화 멈추고 잠시 그가 읊어주는 그대로 몸을 맡겨보자. 뜨거움 저 너머 후끈함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에디터 성민의 추천곡

Track 11. Danger Danger – Horny S.O.B

에디터 형규의 최애 밴드 중 하나인 데인저 데인저의 곡으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진득하고 농염한 야스보다 ‘ㅍㅍㅅㅅ’를 위한 배경음악으로 좋다. 보컬 테드 폴리(Ted Poley)의 공격적이고 리드미컬한 보이스와 전설적 기타리스트 앤디 티몬스(Andy Timmons)의 화려한 리프 그리고 특별히 힘주어 내뱉는‘I got sex on the brain(내 머릿 속에는 야스 생각 뿐)’이라는 가사로 여러분의 아드레날린을 한껏 끌어올려 줄 것이다. 참고로 이 곡이 수록된 앨범 ‘Screw It!’은 한국에서 ‘LA 메탈’, ‘팝 메탈’ 등으로 불리는 장르의 명반으로 꼽히기도 하니(필자 피셜), 이 계통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도록 하자.

Track 12. Latroit – Nice (Twice As Nice – ft. B4NG B4NG & Loomis)

애플 아이폰 광고로 유명한 곡. 라트로이트는 그래미 수상에 빛나는 일렉트로닉 음악 프로듀서이자  작곡가 데니스 화이트(Dennis White)의 활동명으로서, 마돈나를 비롯한 여러 유명 뮤지션의 곡을 리믹스하여 빌보드 클럽 차트에서 여러 번 1위를 차지하기도 하였다. 나른한 전개에 부담스럽지 않은 일렉트로닉 사운드 자체만으로 므흣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지만, 이 곡의 압권은 곡 중간 중간 삽입된 느끼한 목소리의 내레이션 ‘우~ 나이스~’이다. 전희가 이루어지거나 절정에 달했을 시 때마침 이 내레이션이 함께해준다면, 더욱 녹진한 몸의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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