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수 있는 재료가 많이 없던 고대 문명에서 처음 썼던 글 일부나 전체를 모두 지우고 다시 그 위에 새로운 글을 써 내려간 고대문서를 칭하는 ‘팰림프세스트(Palimpsest)’는 건축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통한다.
고대문서 속에 남아있는 처음 글의 흔적이 새로운 글의 바탕이 되듯, 오랜 역사를 지닌 터전 위에 지어진 Casa Zupe 역시 세월과 역사의 바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건축물이다.
칠레의 부촌으로 통하는 비타쿠라 지역에 위치한 이 집은 Ivan Bravo Arquitecto가 디자인했으며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목재 구조를 기본으로, 현재적인 건축자재와 기법 그리고 미니멀한 인테리어를 적용해 주변환경과도 완전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또한 경사면에 지어진 집을 둘러싸고 있는 오래된 버팀목 구조는 창밖의 훌륭한 전경을 감상하는데 왠지 거슬릴 것 같지만, 다행히도 집 안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