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분야마다 검은색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대사회 이르러 더욱 커졌다. 복잡한 것이 싫다 라는 게으름과 단순함의 미, 그리고 검은색 특유의 미스테리함을 필두로 발전한 검은색의 미(美). 패션산업에서는 계절에 따라, 혹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블랙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기도 하지만 건축에 있어서 블랙은 위험하다라는 인식이 많다. 그것도 블랙 하나로 건축물 외형을 모두 지었을 때는 더하다. 그러나 이 위험함은 정확한 컨셉과 스토리 그리고 주변 환경에 따라 그 어떤 색도 따라올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변화한다. 사실 1000년 전의 시대에서도 블랙 모노톤의 건축들이 이미 암암리에 퍼져 있었다. 다만, 이 때에는 나라와 지역에 따라 검정색 건축물 자체로 악마의 이미지를 주어 큰일을 치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블랙 모노톤이 가지고 있는 강한 끌림이 존재했었다. 여기 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블랙 모노톤의 다양한 건축물들을 한 권으로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책 ‘Black: Architecture in Monochrome’이 있다.
이 책은 컨셉에 맞게 블랙의 하드 책 표지를 감각적으로 디자인 했고 그 안에 블랙 색상 하나로 대담하게 지어진 150개의 건축물들이 시선을 끈다. 한 장 한 장의 사진은 그 건축물이 가진 느낌을 그대로 살려내 사실적이다. 주택, 교회, 도서관, 고층빌딩 같은 일반 건축물에서부터 Mies van der Rohe, Philip Johnson, Eero Saarinen, David Adjaye, Jean Nouvel, Peter Marino, Steven Holl과 같은 세계적인 건축가의 마치 작품과도 같은 건축물들도 포함되어 있다. 책 이라는 특성상 읽는 즐거움을 빼면 안되기에 각각의 건축물에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문구들은 사진 속 건축물들이 마치 내 앞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예술과 건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책장 한 켠에 모셔 놓고 이 묘한 기분을 느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