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바람이 무섭다고들 한다. Audio-Technica는 원래 유선 헤드폰으로 널리 알려진 회사로, 블루투스 제품이 뜨기 시작했을 때도 유선 제품의 음질 하나로 시장에서 버티던 회사였다. 그랬던 A-T가 ATH-DSR5BT 와이어리스 인이어 헤드폰으로 남들보다 조금 늦게 무선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그 퀄리티가 심상치 않다. ATH-DSR5BT라니. 이름은 부르기도 힘들고, 외우기도 힘들고, 도대체 어디서 유래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디자인은 나쁘지 않지만 특별하지도 않은 수준이고, 무엇보다 이런 형태의 블루투스 제품은 이미 소비자가 익히 봐 오던 것들이다. 가격 또한 $400 정도로 상당히 비싸다. 8시간을 가는 배터리도 결코 이 제품의 매력 포인트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귀에 꽂는 순간 의구심은 사르르 녹아 사라진다. 음질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나머지 모델명이나 디자인에 신경 쓰는 게 귀찮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퀄컴의 최신 aptX HD technology를 채택한 ATH-DSR5BT 와이어리스 인이어 헤드폰은 같은 기술이 내장된 60여 개의 제품을 포함, 시장의 모든 블루투스 헤드폰 중 단연 최고의 음질을 자랑한다. 블루투스는 편리하지만 무선기기의 특성상 음질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 제품은 좀 다르다. A-T사의 Pure Digital Drive system은 음질을 저하하는 디지털 신호를 오디오로 변환하는 과정을 생략해 한 번 들어보면 얼마 전까지 유선 제품만을 고집하던 회사가 맞나 싶다. 두 번 들어보면 어떻게 A-T가 무선 제품들이 주목받는 시장에서 음질 하나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비로소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