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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 편집샵, 비티샵 사람들은 뭘 입을까? (+ 영상)
2025-09-26T14:23:01+09:00
바이크 패션

이들이 바이크를 입는 법.

패션은 옷에 대한 것이 아닌 삶에 관한 것. 어떤 옷을 입는다는 건, 결국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옷, 즐겨 입는 색, 선호하는 디자인. 그 안에는 단순한 취향을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와 움직이는 방식, 시간을 보내는 습관 등 한 사람의 일상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번에 만난 비티샵 구성원들 역시 다르지 않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비티샵은 라이더 용품을 판매하는 바이크 편집 매장. 라이더를 위한 헬멧과 장갑, 재킷에는 저마다의 일상이 스며들었고, 이는 스타일로 이어졌다. 바이크라는 이동 수단과 패션 스타일, 삶의 방식이 연결돼 있음이 실감났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바이크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을까?  그리고 그 스타일은 삶과 어떻게 닮아 있을까?

이두원

오늘 함께한 바이크는?
야마하 세로우 225. 아마 2006년식일 거다. 엔진이랑 바퀴를 제외하곤 모두 올 커스텀. 커스텀 빌더 게러지94와 함께 만들었다. 주로 산이나 들로 떠날 때 함께하고, 험한 길을 달리는 만큼 이 친구도 여기저기 많이 다쳤다. 나도 그렇고. 서로 동병상련이라고 위로하며 달리고 있다.

오늘 입은 옷은 산에 갈 때 입는 스타일인가?
그렇다. 바이크와 옷을 매칭하는 걸 즐긴다. 온/오프로드 모두 가능한 이 바이크를 탈 땐 레이싱 룩을 입고, 베스파 스쿠터나 로얄 엔필드 같은 클래식 바이크 탈 땐 캐주얼하게 입는다. 바이크는 단순한 탈 것이 아니라 스타일의 일부같다.

바이크는 당신의 스타일을 어떻게 바꿔놨나
바이크를 타면서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확장됐다. 가죽 재킷, 워크웨어 같은 게 점점 익숙해졌고, 그런 옷을 입으면서 스스로 스타일을 즐기게 됐다. 바이크는 나의 옷장을 넓혀준 것뿐만 아니라, 나를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만들어준 셈이다. 

스타일에 영향을 준 인물이 있다면?
스티브 맥퀸. 과장되지 않은 클래식. 그 시대의 멋을 그대로 입고 있는 사람이다. 바이크를 탄다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인물이다. 요즘 사람으로는 브래드 피트를 좋아한다. 멋을 위해 애쓰는 느낌이 아니라, 라이딩이라는 행위가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느낌. 

스타일과 기능성. 바이크 탈 때 무엇이 더 중요할까?
기본적으로 스타일을 더 중시한다. 다만 험한 환경에서 라이딩하다 보니 기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일상적인 주행에선 스타일을 중점에 두지만, 산이나 오지로 갈 땐 보호 장비나 풀페이스 헬멧을 꼭 챙긴다. 어떤 라이딩이냐에 따라 스타일과 기능의 균형을 조절한다.

산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많은가
아무 일도 없는 날엔 완전히 단절된 공간을 찾아간다. 평소에는 책임질 게 많아 긴장을 놓을 수가 없으니까. 바이크 타고 산속 깊이, 핸드폰도 안 터지는 곳까지 간다. 불편한 환경이지만, 오히려 그런 불편함 속에서 현실과 거리를 둘 수 있다.

불편함을 즐기는 편인가
불편해야만 마음 안에 진짜 공간이 생기는 느낌이 든다. 몽골과 유라시아를 횡단하면서 느꼈다. 인간성이라는 건 자연 속에서 회복되는 거라고. 바이크를 타야만 갈 수 있는 곳이 있다. 걸어서는 닿을 수 없는 깊은 산속, 오지 같은 곳. 그런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진짜 휴식이다. 자연은 편안해서는 안 된다.


박장훈

오늘 함께한 바이크는?
1996년식 할리데이비슨 소프테일 커스텀이다. 올해 서른 살 됐다. 거의 순정에 가깝게 튜닝했는데, 위법 요소가 없도록 머플러도 순정 그대로다. 덕분에 소리가 정말 좋다. 말발굽 소리처럼 경쾌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이 있다. 

주행거리는 2만km도 안 된 상태라 컨디션도 좋다. 얼마 전엔 살짝 아파서 정비소에 다녀왔는데, 마침 어제 돌아왔다. 나와 시간과 감정을 함께한 동반자 같은 존재다.

바이크가 옷 입는 스타일에 영향을 줬나
옷이 태도를 만든다는 걸 느낀다. 록 밴드에서 노래하는데, 무대에서 입는 스타일이나 무드가 일상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더라. 바이크도 이와 어울리는 걸 선택했다. 할리는 러프한 스타일을 잘 받아줘서 좋다. 주말엔 웨딩 관련 일을 한다. 양복을 입으니 내 행동도 달라지고. 그땐 베스파가 어울린다.

하는 일이 다양한데, 바이크는 어떤 의미인가?
바이크는 탈 것 이상의 의미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계속 프리랜서로 살아왔는데, 프리랜서의 삶이 다 그렇지 않나.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이 명확히 나눠지지 않는 삶. 전화 한 통이면 바로 업무가 시작되고, 늘 긴장 상태로 살아가게 되는.

그런데 라이딩 할 때만큼은 완전히 단절된다. 그 순간엔 오직 나에게만 집중하게 되고, 바이크와 나만 존재한다. 그 시간이 쌓이다 보니 오히려 업무 집중도도 높아지고, 삶의 리듬도 회복되더라. 일과 쉼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생겼다.

스타일과 기능성. 바이크 탈 때 무엇이 더 중요할까?
스타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바이크에 맞춰서 옷을 입는 것이 라이딩의 출발점이다. 물론 기능성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능성이 필요하면 애초에 바이크를 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덜 덥고 싶고, 덜 춥고 싶다면 그냥 차를 타야지. 바이크를 탄다면, 그 불편함과 리스크도 받아들이는 게 맞다.

스타일에 영향을 준 인물, 문화는?
딱히 없다. 누군가에게 영향받기보다는 내 몸과 움직임에 맞게 스스로 조율해 가는 게 좋다. 패션은 단점을 가리고, 나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일이다. 직접 입어보고 느끼고, 탐색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스타일이 만들어진다. 

자주 찾는 쇼핑 스팟이 궁금하다
압구정 웍스아웃 자주 간다. 직접 입어보며 내 몸에 맞는 옷을 찾기 좋다. 브랜드의 서브라인이나, 비슷한 패턴을 가진 다른 브랜드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고. 


양정일

오늘 함께한 바이크는?
2008년식 할리 데이비슨 다이나 스트리트 밥이다. 2017년에 단종된 모델인데, 내가 가진 건 그보다 더 이전 버전이라 올드 바이크 특유의 감성이 살아 있다. 사실 할리는 정말 무겁다. 말 그대로 고철 덩어리다. 하지만 그 무게만큼 떨림과 고동감이 몸에 전해져서 재밌다. 탈 때마다 그 진동이 몸으로 밀려오는 느낌이다. 

할리 탈 땐 스타일도 달라지나?
확실히. 바이크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지는데, 할리는 특히 더 그렇다. 옷이 태도를 만든다고 해야 하나. 입는 옷이 도로 위의 움직임 운전까지 바꾼다. 할리를 탈 때는 더 깔끔하고 단정하게 입게 된다. 워낙 무게감 있는 바이크니까. 나도 도로 위에서 더 신중해지고 젠틀하게 운전 하게 된다.

반대로 베스파를 탈 땐 더 가볍고 자유로운 스타일이 어울린다. 옷차림이 편해지면 운전도 자연스럽게 유연해지고. 바이크와 옷, 태도는 서로 맞물려 있다.

평소엔 어떤 스타일을 자주 입는지
빈티지 옷 좋아한다. 그 시절 봉제 기법을 그대로 재현한 복각 브랜드도 관심이 많다. 옛날 옷에는 정성과 디테일, 그리고 그 시대 분위기가 녹아 있다. 이를 복원한다는 점이 멋지다. 그런 면에서 일본 패션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일본 패션 문화의 어떤 점에 매료됐나
그들은 단순히 멋있다는 것보다, 그 옷이 왜 그렇게 생겼는지에 집중한다. 옷이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고, 누구를 위해 디자인됐는지를 알고 입는 태도. 히스토리와 의미를 중요하게 여기며 디테일하게 복각하는 태도가 감명 깊었다. 이는 내 작업에도 큰 기준이 됐고.

자주 가는 빈티지 샵이 있다면
군자역에 있는 다운타운 81. 1920년대 제품부터 2000년대 전 제품까지 전부 다 있다.

일본은 바이크 문화가 발달했다. 라이더로서 영향받는 부분이 있을까?
정말 많은 영감을 주는 나라다. 개인의 취향을 그대로 존중해주는 분위기. 어떤 바이크를 타든, 어떻게 꾸미든 그 사람답다고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다. 브랜드도 단순히 로고나 이미지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철학이 있는지를 이해하고 존중해서 선택한다. 

바이크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떻게 꾸미고 커스터마이징하는지를 하나의 취향과 개성으로 존중해준다. 반면에 한국은 제약이 많다. 정석대로 타야 한다는 시선이 많아서, 내 취향이 제약받는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스타일과 기능성. 바이크 탈 때 무엇이 더 중요할까?
할리라는 클래식 바이크를 탄다는 것 자체가 이미 스타일을 선택한 거다. 성능이나 효율, 실용성 면에서 보면 할리는 절대 합리적인 바이크가 아니다. 무겁고, 불편하고, 관리도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이걸 타는 이유는 멋 때문이다.

할리를 편해서 탄다는 말은 솔직히 거짓말이다. 나는 스타일을 위해 불편함까지 감수하는 걸 즐기는 거고, 그게 클래식 바이크를 타는 진짜 이유다. 클래식 바이크는 기능보다 태도와 스타일이다.


김종일

오늘 함께한 바이크는?
로얄 엔필드 게릴라 450이다. 25년식. 지금까지 두대의 로얄 엔필드를 탔는데, 새로운 걸 한번 타보고 싶어서 지인한테 빌렸다. 

많은 바이크 브랜드 중 로얄 엔필드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클래식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속도를 내기엔 부족할 수 있지만, 클래식 바이크만의 고유한 감성과 분위기가 있다. 디자인이 예뻐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들고. 가격도 괜찮다. 지금까지 두 대를 타봤는데, 모두 만족스러웠다.

클래식 바이크를 타면 옷도 맞춰 입어야 할 것 같다
나는 오히려 그 반대다. 일상에서 입는 옷을 그대로 입고, 그 옷 그대로 바이크를 탄다. 바이크에 스타일을 맞추다 보면 끝이 없고, 자칫 과하고 어색해진다. 바이크가 오히려 액세서리가 되는 거다. 그래서 옷은 캐주얼한 스타일을 좋아하고, 바이크도 너무 묵직한 것보다는 가볍고 일상적인 분위기를 선호한다.

바이크는 당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놨나?
처음엔 바이크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있었다. 위험하고 시끄럽고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다. 하지만 막상 타보니 전혀 달랐다. 바이크는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더라. 나만의 교통수단이 생겼고, 하고 있던 일에도 새로운 확장이 생겼다. 원래 디자인 일을 하고 있었는데, 바이크라는 취미가 만나면서 내가 좋아하는 걸 직접 만들어보게 됐다. 자연스럽게 나만의 브랜드도 구상하게 되고. 바이크는 나의 취향과 직업, 삶의 방향까지 바꿔놓은 셈이다.

바이크를 타게 된 계기는?
시작은 여행 때문이었다. 기억만 남는 여행이 아니라 손에 남는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고, 그게 바이크였다. 바이크를 타고 전국을 누볐다. 지도 속 스팟을 하나씩 찍어가는 재미가 좋았다.

요즘에도 자주 돌아다니나
가까운 곳 위주로 다닌다. 지금 타고 있는 슈퍼 커브는 가볍고 귀엽지만, 내 체형과는 맞지 않아 장거리엔 무리가 있다. 쉬는 날엔 카페 투어를 한다. 일부러 검색해서 한 번도 안 가본 카페를 찾아가기도 한다.

카페 고르는 기준은?
편안한 분위기 위주로 고른다. 최근 다녀온 곳 중에서는 상봉에 있는 허밍버드가 가장 좋았다. 아늑하고 빈티지한 분위기가 아늑했다. 라이더 카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잘 안 가게 된다. 편안한 곳에서 조용히 커피 마시는 게 더 좋다. 나중에 바이크를 새로 하나 들인다면 멀리까지 가봐야지.

기추 생각이 있나
최근에 나온 로얄 엔필드 650 스크램블러 스타일이 자꾸 눈에 밟힌다. 디자인도 예쁘고, 로얄 엔필드 자체를 좋아하기도 해서. 예전에 650을 잠깐 탄 적 있는데, 이번 모델은 훨씬 스타일리시해서 계속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