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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캐주얼은 한 끗 디테일 차이
2025-05-09T10:46:07+09:00

알고 나면 그것만 보인다.

클래식 수트 세계는 오묘하다. 슬쩍 보면 차이가 있나 싶을 정도로 비슷하지만,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묘하게 다른 결을 발견할 수 있다. 겉보기엔 똑같이 포멀한데, 어떤 수트는 훨씬 더 격식을 갖춘 듯 보이고, 어떤 수트는 은근히 캐주얼한 뉘앙스를 풍긴다. 이유를 모르겠다면, 그럴 만하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사소한 곳에서 비롯되니까. 

클래식 수트는 디테일의 향연이다. 바지 허리선의 높이, 셔츠 칼라의 각도, 구두 앞코의 곡선처럼, 언급하지 않으면 생각지도 못했을 그런 작은 요소. 어떤 디테일이 클래식함을 완성하고, 무엇이 캐주얼함을 만든 걸까?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을 자아내는, 클래식 수트의 디테일을 들여다본다.

이너 그 이상, 셔츠

얼굴 바로 아래에서

칼라

셔츠의 칼라는 작지만 결정적이다. 시선이 가장 먼저 닿는 위치이자, 얼굴과 가장 가까운 디테일이니까. 먼저 살펴볼 요소는 칼라의 높이다. 칼라가 높을수록 수트 재킷 위로 또렷하게 드러나며, 넥타이 매듭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클래식 수트에 적합한 셔츠 구조라 할 수 있다. 반대로 칼라가 낮으면 가볍고 편안한 느낌을 담을 수 있다.

칼라의 모양도 인상에 영향을 준다. 일반적으로 뾰족한 팁은 포멀한 무드를, 둥근 팁은 빈티지한 감성을 더한다. 심지의 유무 역시 셔츠의 성격을 바꾼다. 과거엔 뻣뻣하고 큰 칼라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기에, 그런 옷을 입는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여유와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단단한 심지가 들어간 칼라는 구조적으로 반듯하게 서며 클래식한 느낌을 주고, 심지가 없거나 부드러우면 자연스럽고 캐주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좌) 스프레드 칼라 (우) 버튼다운 칼라

대표적인 두 칼라를 비교해 보자. 칼라 팁이 넓게 벌어진 스프레드 칼라는 포멀 셔츠의 전형으로, 넥타이와 재킷에 최적화된 설계다. 반면 버튼다운 칼라는 칼라 끝을 단추로 셔츠에 고정하고,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심지로 안정감을 준다. 타이를 매면 비즈니스 캐주얼 이상의 포멀한 룩에도 무리 없이 어울리지만, 보다 정제된 클래식 무드를 연출하고 싶다면 스프레드 칼라 쪽이 낫다.

커프스

셔츠의 소매에도 디테일은 존재한다. 모양부터 살펴보자. 주로 쓰이는 형태로는 둥글게 처리된 라운드 커프스, 직각으로 떨어지는 스퀘어 커프스, 사선으로 마감된 앵글드 커프스가 있다. 이중에서는 스퀘어가 가장 단정한 인상을 줄 수 있고, 앵글드가 중간, 라운드가 가장 부드럽고 캐주얼한 느낌이다.

(좌) 앵글드 커프스 (우) 라운드 커프스

버튼 개수는 어떨까? 싱글 버튼이 기본형이라면, 2버튼 커프스는 손목을 더 단단하게 감싸며 격식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보다 더 클래식한 버튼 개수는 0. 무슨 소리냐 싶겠지만, 프렌치 커프스는 단추 대신 커프 링크스(Cuff links)라는 별도 액세서리로 고정하기 때문에 아예 달 필요가 없는 것.

커프 링크스로 고정하는 프렌치 커프스

소매 방식 중 가장 클래식한 프렌치 커프스는 소매를 두 번 접고 커프 링크스로 고정해 연출한다. 덕분에 일반적인 커프스보다 손목 라인이 더 도톰하면서 균형 있게 떨어져, 실루엣이 보다 고급스럽고 클래식하다. 커프 링크스로 개성을 표현함은 물론, ‘신경 좀 썼다’는 인상까지 줄 수 있다.

품위는 재킷으로부터

생각보다 섬세한 재킷 디테일

라펠

재킷의 아랫깃을 뜻하는 라펠은 윗깃인 칼라보다 훨씬 중요하다. 면적을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시각적 중심이 되기 때문. 전통적인 재킷을 원한다면, 칼라와 라펠이 만나는 지점인 고지(Gorge)의 위치를 체크하자. 일반적으로 고지는 어깨선과 쇄골 사이에 자리하는데, 이보다 낮다면 클래식에 가까운 라펠이다. 반대로 위로 올라갈수록 트렌디한 실루엣으로 보인다.

라펠의 너비는 체형과 얼굴형에 따라 조절하는 추세지만, 기본적으로는 너비가 넓을수록 정통 수트에 가깝다. 레귤러 라펠이 3~3.5인치 정도인데, 그보다 넓은 와이드 라펠은 클래식한 인상을 준다. 반대로 슬림 라펠은 젊은 감각의 수트 브랜드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좌) 피크드 라펠 (우) 노치드 라펠

사실 라펠은 피크드 라펠, 노치드 라펠 두 종류만 기억해도 충분하다. 라펠 끝이 날카롭게 솟은 피크드 라펠은 격식을 차리기에 좋다. 노치드 라펠은 칼라와 라펠이 75도에서 90도가량의 각을 이루며 만나는 형태로, 포멀에도 캐주얼에도 적합해 실용적인 선택이다.

포켓

재킷을 고를 때는 주머니의 형태도 놓쳐선 안 된다. 핵심은 구조와 플랩 유무다. 포켓이 재킷 내부에 삽입된 구조라면, 겉으로 드러나는 선이 적어 실루엣이 깔끔하게 유지된다. 반대로 원단을 겉에 덧대 만든 외부 부착형 포켓은 캐주얼한 만큼 정제된 인상은 다소 떨어진다. 

플랩은 말 그대로 주머니 입구를 덮는 덮개다. 원형에 가까운 클래식 수트는 플랩 없이 시작했다. 이후 야외 활동 중 주머니 속에 흙이나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플랩이 추가된 것이다. 따라서 근본을 따진다면 플랩이 없는 구조가 더 전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순서대로 제티드 포켓, 플랩 포켓, 패치 포켓

제티드 포켓과 플랩 포켓, 패치 포켓을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제티드와 플랩 포켓의 주머니가 내부 삽입형 구조라면, 패치는 주머니를 붙여낸 외부 부착형이다. 또한 제티드와 패치는 주머니 덮개가 없지만, 플랩 포켓은 이름처럼 플랩이 있다. 자연스럽게 두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교집합, 제티드 포켓이 가장 클래식한 포켓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바지의 기본은 다림질

칼각이 생명

주름

클래식 팬츠의 디테일은 착용감과 직결된다. 이를 대표하는 요소가 바로 플리츠(Pleats), 흔히 ‘턱(Tuck)’이라 불리는 주름이다. 허리 아래에 접혀 내려오는 이 디테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움직임의 여유와 형태의 흐름을 고려한 설계다. 턱이 있는 바지는 앉거나 걸을 때 편안할 뿐 아니라, 허벅지에 볼륨을 더해 바지 전체에 풍부한 드레이프를 만들어낸다.

턱은 보통 1개 또는 2개가 들어가며, 아예 없기도 하다. 개수에 따라 바지의 인상이 달라지는데, 원턱은 절제된 고전미를, 투턱은 보다 전통적인 품격을 풍긴다. 반면 턱이 없는 바지는 실루엣이 깔끔하고 간결해, 현대적인 수트나 캐주얼 팬츠에 자주 쓰인다.

(좌) 원턱 팬츠 (우) 노턱 팬츠

아무리 고급스러운 수트도 칼주름이 살아있지 않으면 그 맛이 확 떨어진다. 사실상 클래식 팬츠의 정체성과 다름없는 셈. 허리부터 바지 끝단까지 이어지는 주름선은 옷의 구조감을 선명히 드러내고, 세로선이 강조돼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까지 챙겨준다. 최근에는 영구적으로 바지 주름을 잡아주는 가공 서비스도 있으니, 매번 다림질이 번거롭다면 활용해 볼 만하다.

허리 라인

요즘에야 바지에 벨트를 차는 게 포멀의 정석이지만, 정통성을 좇아 보면 오히려 그 반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클래식한 팬츠는 허리를 가리기보다는 드러내는 쪽에 가깝다. 벨트 루프 대신 버클 타입이 주로 사용되며, 끈의 길이를 조절해 사이즈를 맞추는 사이드 어드저스터를 활용하기도 한다. 벨트가 빠지고 허리선이 단정하게 드러나는 덕분에 착장은 한결 간결해진다.

(좌) 사이드 어드저스터 (우) 벨트 루프

허리선의 높낮이도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하이 웨이스트는 클래식 테일러링의 대표적 설계로, 허리선이 배꼽 부근까지 올라오며 상하체 비율을 조절해 준다. 상의를 집어넣었을 때 자연스러운 비율이 완성되고, 바지의 드레이프도 더욱 풍부하게 떨어진다. 골반에 걸치듯 착용하는 로우 라이즈는 상대적으로 캐주얼하고 활동적인 무드를 연출할 수 있다.

완벽한 마무리는 구두로부터

미묘한 차이를 느껴보세요

끈 구조

영화 <킹스맨>에서 암호로 쓰인 ‘Oxfords, not brogues(브로그 없는 옥스퍼드)’라는 문장 속 옥스퍼드 구두는 모두에게 익숙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구두를 옥스퍼드라고 칭하는 걸까? 핵심은 끈 구조에 있다. 끈이 열려 있느냐, 닫혀 있느냐에 따라 그 인상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좌) 옥스퍼드 (우) 더비

옥스퍼드는 끈이 닫힌 형태다. 발등 위 가죽이 서로 맞닿아 있어 실루엣이 매끄럽고 단정하다. 드레스 슈즈의 정석과도 같으며, 그렇기에 신사들의 영화에서도 언급됐을 것. 끈이 바깥쪽으로 열려 있는 구조는 더비(Derby)다. 옥스퍼드의 구조가 주는 타이트한 착화감을 보완하기 위해, 윗가죽에 여유를 둔 구조다. 최근에는 두 종류 모두 정장에 매치되기도 하지만, 구조적으로 더 클래식한 구두는 분명히 옥스퍼드다.

라스트

라스트(Last)는 원래 구두를 만들 때 쓰이는 발 모양의 마네킹, 즉 ‘구두골’을 뜻한다. 실제로는 발 전체를 본떠 만든 틀이지만, 일상에서는 흔히 구두 앞코를 라스트라 칭하는 경우가 더 많다. 여기서 설명하고자 하는 것도 후자에서의 라스트다. 앞코의 형태와 길이에 따라, 구두는 정제된 수트에 어울리는 포멀함을 갖기도, 캐주얼한 룩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도 한다.

(좌) 아몬드 토 (우) 소프트 라운드 토

라스트의 형태가 길게 빼질수록 착장 전체의 비율도 더 세련돼 보인다. 그래서 드레시한 구두의 앞코는 길고 날렵하며 선이 매끄럽다. 가장 전형적인 형태는 아몬드 토(Almond Toe)로, 끝으로 갈수록 부드럽게 좁아지는 실루엣을 가진다. 덕분에 수트 팬츠의 좁은 밑단 아래에서 흐름을 끊지 않고 자연스럽게 선이 이어진다.

소프트 라운드 토(Soft Round Toe)는 보다 전통적이고 안정적인 인상이다. 둥글고 짧은 앞코는 과장되지 않고 보수적인 실루엣을 만들어, 20세기 초 영국식 클래식 슈즈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화려한 느낌보다는 부드러운 클래식한 무드를 자아내고 싶을 때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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