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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 꿈나무를 위한 ‘영화력’ 키우는 법
2025-04-24T18:58:07+09:00

차세대 이동진은 나야 나.

시네필, 쉽게 말해 영화 애호가. 왠지 그럴싸해 보이는 호칭과 그들이 풍기는 지적 아우라는 몰래 동경의 마음을 품게 만든다. 그렇다면 시네필은 어떻게 될 수 있는 걸까?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오늘부터 나도 시네필!’이라고 다짐한다고 되는 건 아닐 테니. 해답은 간단하다. 영화 자체를 각별히 사랑한다면 누구라도 시네필이라는 칭호를 받아 마땅하다.

좋아는 하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는 과한 단계라면? 영화와 조금 더 가까워지는 훈련이 필요하다.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냐는 노랫말이 떠오르겠지만,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니까. 어쩌면 우리는 아직 영화의 단면만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가 품은, 보다 다채로운 면면을 발견하는 9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시선에 깊이를 더하다

영화에 한 발짝 가까워지는 법

영화에 대한 기록 남기기

아무리 즐겁게 영화를 봤더라도 ‘좋았다’, ‘재밌었다’는 식의 뭉뚱그린 감상만 떠오른다면? 장면과 함께 흩어져버린 기억의 문제일 수 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마음에 남은 찰나를 메모로 붙잡아보자. 스토리, 연기, 시각적 요소, 카메라 구도, 무엇을 적든 상관없다. 단, 영화관 반딧불이는 금물이다.

이를 토대로 간단하게나마 감상을 남기면 더욱 좋다. 별점도 매겨보고, 한 줄 평도 써보자. 가장 접근성이 좋은 어플로는 왓챠피디아가 있다. 평론가에 빙의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이왕이면 진지하게 적어보는 걸 추천한다. 본인의 감각을 진득히 들여다보는 시간은 ‘이게 왜 좋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해 줄 것이다. 나중에는 추억이 될 아카이빙 자료는 보너스.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 팔로잉하기

영화를 꾸준히 접하다 보면 나와 감각이 닿는 감독이나 배우를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된다. 그들의 출연작이나 연출작을 감상하는 건 기본, 그들이 사랑한 작품을 찾아보면 좋다. 안목과 취향은 다르면서도 궤를 같이하니까. 

영화 평론 사이트 레터박스(Letterboxd)를 활용하면 내로라하는 유명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올해 아카데미를 휩쓴 <아노라>의 감독 션 베이커가 어떤 영화를 즐겨봤는지, Brat 열풍의 주역인 찰리 XCX가 남긴 리뷰를 어떤지. 심지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어떤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으니 참고해보자.

적극적으로 비평 찾아보기

작품성을 인정 받는 예술영화 중에서는 일반인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흐름으로 진행되는 것도 더러 있다.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어, 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평단의 호평에는 이유가 있을 테니. 일종의 해설지를 본다는 마음으로 여러 비평을 찾아보자. 영화를 바라보는 방법론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GV(관객과의 대화) 참석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특히 감독이나 출연 배우가 직접 방문하는 자리라면 더더욱. 창작자의 입장에서 직접 전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영화 속 궁금증도 해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실시간으로 온라인 생중계를 진행하거나 영상을 업로드하기도 하니 방구석에 편하게 즐길 수도 있다.

익숙함 너머의 감상법

스펙트럼을 확장하다

싫어하는 장르의 영화 일부러 보기

특정 장르 영화에 한 번 데이고 나면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다. 선입견이 생기면 이를 해소하기 쉽지 않기 마련. 대표적으로 공포 영화가 그렇다. 하지만 그렇게 하나의 스펙트럼을 포기하는 건 아무래도 아쉽지 않나. 어쩌면 그 장르가 싫은 게 아니라 그 작품이 싫었던 것일 수도 있으니까.

하나의 장르로 묶인다고 해서 작품이 비슷하진 않다. 주제도, 방식도, 퀄리티도 천차만별. 어떤 장르에도 명작은 있으니, 굳이 도전해 보자. 전쟁 영화라면 쳐다도 보지 않았던 에디터에게도 <1917>의 영화적 체험은 경이로웠다.

같은 영화 두 번 이상 보기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영화도 그렇다. 단번에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가 있는 반면, 나태주의 시구처럼 곱씹을수록 진가를 발휘하는 작품도 분명히 있다. 이를테면 복선이 촘촘히 흩뿌려진 미스터리 장르나, 디테일이 살아 있는 이미지 중심의 영화처럼.

다 아는 내용을 다시 보는 게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의식적으로 다른 관점에서의 감상을 시도해 보자. 처음에는 스토리의 흐름에 집중했다면, 두 번째는 형식에 초점을 맞추는 식으로. 분명 똑같은 영화를 보는 데도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생경한 국가의 영화 접해보기

국내 극장가는 한국 영화가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미국이나 일본 정도. 환경 자체가 이렇게 조성돼 있다 보니, 일부러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이상 그 외 국가의 작품은 접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문화는 어디에서도 피어나는 법. 이름조차 생소한 국가에서도 영화는 만들어진다.

이란 영화라고 하면 낯설겠지만, <천국의 아이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세계 평론가와 시네필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아피찻퐁 위라세타꾼은 태국 감독이다. 루마니아 영화는 현대 영화 흐름에서 중요한 축을 맡고 있는 나라다. 매일 같이 쓰던 OTT에도 낯선 나라의 영화들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으니, 이번 주말은 익숙함을 내려놓고 생경함 속으로 들어가 보는 건 어떨는지.

영화는 행동이다

능동적 관객으로 거듭나기

여럿이서 함께 영화 보기

영화에 애정이 깊은 이들 중에는 강경 혼영파가 많다. 아무래도 온전히 작품에 집중하고 몰입하고 싶기 때문일 테다. 당연히 훌륭한 감상법이지만, 가끔은 여러 사람과 함께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를 보면서, 영화가 끝나고 즉각적으로 감상을 나누는 시간은 아예 다른 경험이 될 것.

누구와 보는지도 중요하겠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도 좋지만 이왕이면 영화 토크를 찐하게 나눌 상대가 이상적이다. 요즘은 문토, 넷플연가, 하다못해 당근에서도 영화 정기 소모임은 물론 일회성 동행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니 적극 활용하자.

독립영화관 방문하기

브로드웨이와 소극장이 다르듯, 멀티플렉스와 독립영화관은 완전히 다른 매력을 가진다. 개봉관이 한정적인 단편영화나 자체적으로 큐레이션한 작품, 재개봉작, 다채로운 오프라인 행사에 이르기까지 문화 경험의 폭을 한층 높여줄 것.

독립영화관은 의외로 서울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서대문 서울아트시네마, 연희동 라이카시네마, 노원 더숲 아트시네마, 성수동 무비랜드 등. 아무리 공간이 좋아도 거리가 너무 멀면 선뜻 발길이 가지 않을 테니, 가장 가까운 곳을 시발점으로 삼으면 좋다.

간단하게 영화 만들어 보기

자고로 백문이 불여일견. 백 편의 영화 감상보다 한 번의 영화 제작이 감독의 의중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든다. 내가 무슨 영화냐 싶겠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영화제까지 열리는 시대. 휴대폰 기본 카메라만으로도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다.

단 몇 분짜리 초단편일지라도, 제작은 고난의 여정을 동반한다. 짧게나마 시나리오를 쓰고, 장면에 맞는 앵글로 촬영하고, 흐름에 따라 영상을 엮어내고. 사소해 보이던 모든 장면마다 연출자의 고민과 의도가 얼마나 깊이 담겨 있는지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