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무엇보다 따뜻함이 최고. 하지만 추위 따위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한파 경보가 닥친 한남동은 더욱더. 그래서 직접 물어봤다. 칼바람에 굴복하지 않는 이들은 대체 누구이며 무엇을 입었는지.
진정한 고수는 패딩을 입지 않았다. 캐시미어 니트부터 가죽 재킷, 울 코트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즐기는 이들은 ‘패딩’이란 단어 앞에서 여유가 넘쳤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 “제가 입고 싶은 대로 입구요.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좋거든요.”
손재훈 @envysohn
오늘 입은 옷을 소개하자면?
코트와 니트는 포터리, 바지는 코스에서 샀다. 가방은 타이가 타카하시, 일본 브랜드다. 구두는 에코. 매우 편해서 일할 때나 활동이 많을 때 잘 신고 있다.
요즘 눈여겨 보고 있는 브랜드는
일본 브랜드에 관심이 많다. 지금 매고 있는 가방의 타이가 타카하시도 좋고. 가방은 면과 가죽 소재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 가죽이 아니라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일본 브랜드에 대한 정보는 어디서 얻나
아무래도 국내 플랫폼에서는 정보의 한계가 있다. 브랜드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는 건 기본이고. 유튜브도 참고한다. 착장을 소개하는 일본 유튜버가 많은데, 이를 통해 알게 되는 브랜드가 꽤 있다. 직접 일본에 가서 브랜드를 경험하기도 한다.
스타일에 영감을 주는 인물이 있다면
모델 김원중. 알려진 인물 중에서 가장 옷을 잘 입는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스타일과 가깝지는 않지만, 종종 새로운 영감을 받곤 한다.
추운 날씨에 코트를 입었다. 이유가 있을까?
돈을 쓴다면 패딩보단 다른 아이템에 투자하게 된다. 니트도 캐시미어가 많이 들어있다면 두꺼운 아우터 없이도 충분히 따뜻하니까. 보온성 좋은 아이템으로 얼마든지 겨울을 날 수 있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 아니기도 하고.
롱패딩도 안 입나?
하나 있는데 잘 안 입는다. 경솔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멋이 없는 것 같아서. 사실 그보다는 추위를 잘 안 타는 게 크다.
김가온 @gaonkiiim
오늘 입은 옷을 소개하자면?
아우터 안에 가죽 재킷을 입었다. 아버지 옷장에서 가져온 빈티지다. 후드 집업은 머듈, 안에 입은 티셔츠는 옛날에 패션쇼 스태프로 도우면서 선물로 받았다. 바지는 리바이스 빈티지. 신발은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 온 컬래버다.
빈티지 옷 좋아하나?
대중화된 브랜드도 좋아한다. 하지만 빈티지 중에서 괜찮은 게 꽤 많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새 옷 사는 게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고.
빈티지 옷의 매력이 있다면?
몸에 조금 더 감기는 느낌이 있다. 이전에 누군가 입었던 거라 그럴 거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데서 느껴지는 매력이 크다.
언제부터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됐나
어릴 적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디자인 일을 하며, 자기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분이셨다. 아버지는 빈티지에도 관심이 많았다. 가끔 옷장을 열어 훔쳐 입었을 만큼. 패션 디자인을 선택한 건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자주 가는 빈티지 숍을 추천하자면?
대구에 리디 선이라는 빈티지 샵이 있다. 아메리칸 캐쥬얼 스타일 바잉을 많이 한다. 상경한 지 얼마 안되서 서울 쪽은 잘 모른다.
추운 날씨에 재킷을 입었다. 이유가 있을까?
패딩을 잘 안 입는다. 하나 있긴 하다. 이스트로그 모터사이클 패딩을 오 년째 입고 있다. 롱패딩은 하나도 없다. 조금 둔해 보이기도 하고. 입었을 때 크게 꾸민 느낌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패딩보다는 아우터 여러 겹을 레이어드 해 입는 걸 좋아한다.
스타일에 영감을 주는 인물이 있다면
실재 인물이나 영화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는다. 헤어스타일을 따라 하기도 하고, 한 인물의 과거 모습도 좋은 영감이 된다. 영화 캐릭터도 참고하기 좋다. 영화 속 캐릭터가 어디에서 영감받아 어떤 옷을 입었는지 찾아보면 많은 도움이 된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캐릭터는 누군가
<파이트 클럽>의 브래드 피트. 영화 속에서 빈티지하고 히피 같은 옷을 많이 입었다. 그가 입은 가죽 재킷도 매력적이고. 영화 속 모습을 보고 더 빈티지에 빠졌다.
Tony @tonybboii
한국은 무슨 일로 왔는지
호주에서 친구들과 함께 휴가 왔다. 미술도 보고 맛있는 거 먹고. 도시를 탐방하며 한국 문화를 경험하려 한다. 서울에서 눈도 봤고!
오늘 입은 옷을 소개하자면?
자켓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모터사이클 기어 브랜드다. 비니는 페레그린(Peregrine). 모든 울 제품을 영국에서 만드는 브랜드다. 바지는 베트남의 셀비지 데님 브랜드 코퍼 데님(Copper Denim). 일본 원단으로 베트남에서 만든다. 무게는 11온스 정도로 가볍고. 부츠는 팀버랜드 x 비 라인(bee line). 머플러는 버버리. 모두 오래 입은 옷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진다.
오래된 옷을 좋아하는가
빈티지의 조금 낡은 듯한 느낌이 좋다. 면, 울과 같은 자연 소재도 좋고. 워크웨어의 두껍고 묵직한 느낌도 좋다. 커다란 부츠, 오래된 셀비지 데님 같은 것들. 요즘 나오는 옷들은 다 소비품 같다고 생각한다. 결국 언젠가는 다 버려지는 것 같달까. 하지만 옛날 옷은 더 튼튼해 오래 입을 수 있다. 나만의 방식으로 길들이는 거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진다.
한국 추위 어떤가?
얼어 죽을 것 같다. 바로 직전까지 호주 바닷가에 있었는데, 매일 40도를 넘었다. 셔츠 없이 쇼츠만 입고 있었다니까.
한국에선 너무 추운 날 롱패딩을 입는다. 호주는 어떤가.
호주에도 비슷한 게 있다. 롱패딩보다는 조금 짧다.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오직 실용성만을 위한 옷 같아서. 모두가 똑같이 검정 재킷 입고 다니는 거 영혼 없어 보이지 않나. 핸드메이드 제품을 좋아하는 것도 이와 같다. 어떤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다.
롱패딩을 안 입는다면, 너무 추울 땐 어떻게 입어야 할까
울이 가장 좋은 것 같다. 몇천 년 동안 사람들이 울을 입어왔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자연 원단은 환경 친화적이고, 가공 방법도 훌륭하니까. 여러 겹을 껴입는다면 두꺼운 청바지에 울 스웨터, 왁스 코튼 재킷 정도로 추위를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양털로 된 어그부츠도 좋고.
스타일에 영감을 주는 브랜드가 있다면
영국의 트리커즈(Trickers) 부츠를 아낀다. CNES라는 싱가포르 구두 브랜드도 훌륭하고. 미국의 셀비지 데님 브랜드 거스틴(Gustin)도 좋다. 주문 제작 방식이라 낭비가 없다. 이런데 관심이 있다면 @almostvintagestyle 인스타그램 계정을 참고해라. 핸드메이드 가죽 부츠, 빈티지 가죽 재킷 등 40년대 스타일에서 영감받은 옷들이 아주 멋지다.
최승훈
오늘 입은 옷을 소개하자면?
코트는 유나이티드 애로우, 옛날에 산 거다. 스카프는 드레익스. 신발은 옛날에 영국에서 산 호레이시오. 바지는 제이크루, 가방은 유니클로 제품으로 일본에서 샀다.
옛날에 산 아이템들이 많다. 요즘도 쇼핑 자주 하나?
옛날보다는 많이 안 사지만, 예쁘거나 필요한 아이템이 있으면 한두 개 정도 산다.
요즘 눈여겨 보고 있는 브랜드가 있는지
드레익스 관심 있게 보고 있다. 오라리 같은 일본 브랜드도 좋고. 최근에는 벅 메이슨이라는 미국 브랜드도 많이 본다.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한 아이비 스타일 브랜드다.
스타일에 영감을 주는 인물이 있다면
아론 르바인. 과거 클럽 모나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던 사람인데, 요즘 미국에서 많이 주목받고 있다. 클래식한 아이템과 빈티지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멋이 좋다.
추운 날씨에 코트를 입었다. 이유가 있을까?
패딩도 입는다. 하지만 롱패딩은 안 입는다. 롱패딩 입을 만큼 춥지도 않고. 정말 추운 날엔 무스탕을 입는다. 시어링 무스탕 같은 것도 아주 따뜻하다.
이서진
한남동엔 무슨 일로 왔나
편집샵 구경하려고 한다. 일단은 비이커, 토니웩, 러프사이드 정도. 나머지는 돌아다니면서 볼 거다.
오늘 입은 옷을 소개하자면?
머플러는 유니클로 x 안야힌드마치. 눈이 그려진 게 귀엽다. 코트는 노운. 합정 러드에서 보고 반해서 온라인 구매했다. 가방과 바지는 해칭룸. 바지는 예약 구매에 성공해서 샀다. 운동화는 아디다스 토바코.
전체적인 콘셉트는?
오늘은 코트가 메인이다. 너무 길지 않은 애매한 기장의 코트를 좋아하는데, 그러면 너무 짧아 보일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폭이 넓은 바지를 골랐고, 머플러로 포인트를 줬다.
패션 관련 정보는 어디서 얻나
주로 인스타그램을 참고한다. 부계정에 패션 관련 계정만 백 개 정도 팔로우 해놨다. 29cm, 무신사 같은 플랫폼에서 발매 정보도 확인하고.
스타일에 영감을 주는 인물이 있다면
유튜버 썅마이웨이.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과 가장 가깝다.
추운 날씨에 코트를 입었다. 이유가 있을까?
오늘은 서울에 놀러 온 날이라 코트를 입었다. 예쁘게 꾸미고 싶은 날이고, 입고 싶은 건 입어야 한다는 생각이라. 추위는 그닥 중요하지 않다.
롱패딩 가지고 있나
하나 있는데, 어릴 때 입던 거라 사이즈가 안 맞는다. 딱히 갖고 싶다는 생각도 안 했고. 롱패딩 살 돈으로 다른 패딩이나 니트 같은 걸 구매했다.
한파에는 옷을 어떻게 입나? 롱패딩이 없는데.
정말 추운 날엔 패딩 입는다. 오늘같이 놀러 나오는 날엔 히트텍 두세 겹씩 껴입고 코트를 입기도 한다.
송지범 @jibeom_song
오늘 입은 옷을 소개하자면?
코트는 무신사 스탠다드와 인플루언서 양갱의 컬래버. 바람막이는 나이키다. 니트는 유니클로, 바지는 인사일런스에서 구매했다. 신발은 푸마와 오픈 yy 컬래버다. 리셀로 구했다. 가방은 코스.
추운 날씨에 코트를 입었다. 이유가 있을까?
패딩은 많이 갖고 있다. 오늘은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오랜만에 코트를 입은 거고. 코트를 입고 싶은데 날씨가 너무 추워서 바람막이를 함께 입었다. 평소 무채색만 입어서 심심하기도 했다.
평소 좋아하는 스타일은?
어디에나 어울리는 스타일이 좋다. 출근할 때도 입을 수 있고, 주말 데이트할 때에도 입기 좋은 옷들. 유니클로 제품 많이 입는다. 겨울에는 머플러로 포인트 주는 걸 좋아한다.
신발을 리셀로 구한 이유가 있나
원래 푸마 스피드캣을 사고 싶었다. 그런데 마침 오픈 YY의 협업 모델이 나왔다. 옆 선의 광택이 맘에 들어 구매했다.
한 달에 패션으로 돈 얼마나 쓰나?
겨울에는 20~30만 원 정도. 여름에는 10만 원대 정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