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드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체크 셔츠. 분명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스테디셀러인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오랜 시간 패션 테러리스트의 산물이라는 서러운 별칭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슬픔은 이제 안녕. 갖은 핍박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킨 덕분에 이제는 대세가 되고야 말았다. 체크 셔츠 트렌드 속 눈에 띄게 활약 중인 옴브레 체크 셔츠를 알아보자.
그래서 옴브레가 뭔데?
원단 아니죠, 체크 맞습니다
체크 셔츠라고 해서 다 같은 체크라고 생각했다면 곤란하다. 패션에 쓰이는 체크 패턴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에 이르기 때문. 그늘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Ombré에서 유래한 옴브레는 그림자가 생긴 것처럼 음영이 지는 그라데이션 체크 스타일을 의미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면, 어릴 적 학 종이에서 본 무늬와 기억 속에서 겹친 걸 지도.
구분 선을 그어놓은 듯 명확한 경계에 따라 색이 나뉘는 대부분의 체크와 비교하면, 옴브레가 확실히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울 때보다는 가을처럼 선선한 날 무심하게 툭 걸치기에 딱 좋다. 겨울에는 재킷을 입을 때 단색 대신 옴브레 셔츠를 받쳐 입으면 조금 더 포근해 보이는 스타일이 완성된다.
간혹 옴브레와 플란넬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플란넬 셔츠를 검색해 보면 우리가 옴브레 셔츠라고 알고 있는 제품이 우수수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둘은 완전히 다른 개념. 옴브레가 체크의 일종이라면, 플란넬은 원단 종류 중 하나다. 양모나 면 원단에 기모를 일으켜 짜 가볍고 보들보들한 게 특징. 옴브레가 따뜻한 느낌이 있다 보니 보온성이 좋은 플란넬과 짝꿍처럼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사야 할 옴브레 체크 셔츠 추천 6
지금 패션계는 체크 축제의 현장. 수많은 브랜드가 옴브레 체크 셔츠를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어떤 제품이 진짜배기 매력을 뽐내고 있는지 살펴보자.
오라리가 없었다면 옴브레 셔츠의 유행도 없지 않았을까. 초극세사 울로 꼼꼼하게 직조해 특유의 광택감과 고급스러운 실루엣이 만들어졌다. 완벽한 패턴 배치 덕분에 가슴 쪽 포켓이 있는지 없는지도 헷갈릴 지경.
오라리의 전매특허인 부드럽게 떨어지는 차르르한 핏감은 보기에도 입기에도 좋다. 베이지, 그레이 기반에 은은한 연핑크빛이 군데군데 도는 색감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가격은 사악한 편이니 지갑 사정을 잘 헤아려 구매해야 한다.
셔츠를 입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담은 브랜드, 셔터. 이름에서부터 셔츠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이 충만하니 믿어볼 만하겠다. 은은한 그레이톤의 옴브레 체크에 블루, 오렌지 선을 더했다. 흐릿한 듯 선명한 미묘한 톤이 매력적이다.
레이온 혼방 소재를 사용해 원단의 실키한 매력을 제대로 담아냈다. 착 떨어지는 실루엣으로 내 몸과 하나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재질 특성상 주름 걱정도 없어 관리도 용이한 편. 와이드한 핏으로 나왔으니 사이즈 선정 시 반드시 고려하도록 하자.
스트릿 무드보다는 차분하고 단정한 룩을 추구한다면 타임 옴므에 눈을 돌려 보자. 요즘 출시되는 옴브레 대부분이 명도가 높은 컬러를 하나씩 담고 있는 데 비해, 이 제품은 블랙이 셔츠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담백한 맛이 있다.
큼직큼직한 체크 패턴과 단정한 칼라 디자인은 깔끔한 느낌을 한층 더하는 중. 후면 요크 라인에 더해진 박스 플리츠는 볼륨감 있는 실루엣을 자아낸다.
남자라면 핑크 하나쯤은 옷장에 들여줘야 인지상정. 아직 쨍한 분홍에 손댈 용기까지는 없는 당신을 위한 셔츠가 여기에 있다. 사진에는 도통 담기지 않는 은근한 색감 덕분에 실물로 만났을 때의 감동이 배로 큰 건 비밀 아닌 비밀.
하늘거리는 부드러운 원단이면서도 생각보다 도톰해서 요즘 같은 날씨에 최적이다. 단품으로 걸치기도 좋지만, 널널한 사이즈로 나왔기 때문에 아우터처럼 티 위에 걸쳐 주면 손쉽게 간절기 코디를 완성할 수 있다.
1950년대 스토어 브랜드의 제품을 기반으로 제작된 빔즈 플러스의 셔츠. 당시를 재현하면서도 현시점에 걸맞게 재해석해 직선적인 컷팅, 적당한 기장감, 여유로운 핏이 특징적이다. 긴팔 셔츠임에도 오픈 칼라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멜란지 풍의 색 무늬에서는 빈티지한 바이브가 자연스럽게 묻어 나온다. 제품명에서 알 수 있듯 인디고 염료가 사용되었는데, 특유의 물 빠짐을 방지할 수 있는 독특한 방식으로 염색했다고 하니 걱정 없이 세탁하자.
말 그대로 스테디한 셔츠. 안정적인 핏과 정갈한 칼라, 깔끔한 박음질까지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둥글게 떨어지는 밑단 라인과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닿는 촉감으로 착용감에 대한 만족도 또한 높은 편.
일본에서 이름 좀 날리는 쿠와무라 원단으로 제작됐다. 두께가 얇은 편이라 겨울용으로는 조금 무리수지만, 그 덕에 여름에 시원하게 입을 수 있으니 오히려 좋다. 톤다운된 블루 색감도 텍스처만큼이나 시원한 느낌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