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정취들이 있다. 연애, 독서, 낙엽, 높은 하늘 등과 같은. 그리고 그 가운데는 ‘따스함’과 ‘쓸쓸함’이라는 모순된 감정이 상존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여름을 지나며 더 붉어진 한낮의 햇빛과 한해가 저물어간다는 아쉬움이 동시에 머무는 계절이기 때문일지도. 그만큼 가을에 대해 우리가 가지는 심상도 다채로울 것이다. 에디터들이 추천하는 가을 추천 노래와 함께, 이 낭만적인 계절의 정취를 만끽해보자.
에디터 알렌의 추천곡
Track 01. Diana Krall – Autumn In New York
뉴욕의 가을이라는 주제는 이미 진부해져 버렸을지도 모르지만,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당연함이 있다. 고독하면서도 아름다운 느낌을 다이애나 크럴은 그녀 특유의 무심한 듯한 목소리로 잘 표현한 이 곡은 뉴욕 감성을 듬뿍 머금고 가을은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실제로 느껴본 뉴욕의 가을이 되었던, 아니면 상상 속의 뉴욕 가을이 되었던 가을을 열고 나의 감수성에 귀 기울이기 시작하기엔 이만한 곡은 없지 않을까 싶다.
Track 02. 클래지콰이 – Speechless
클래지콰이의 전성기때 나온 곡으로 그들의 대표 장르인 일렉트로니카에서 벗어난 어쿠스틱 보사노바풍의 이 곡은 언제 들어도 먹먹한 감성을 느끼게 해 준다, 딱히 가을과 관련된 주제는 아니지만 따뜻하면서도 고독한 기타 선율이 뭔지 모르게 쌀쌀해지는 계절과 잘 어울린다. 호란의 목소리도 이에 더해져 세련된 멜로디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에디터 해원의 추천곡
Track 03. 폴 킴 – 모든 날, 모든 순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만 아는 가수’에서 어느 순간 ‘믿고 듣는 가수’로 급성장한 아티스트 폴 킴. 그가 2018년 선보인 이 곡은 SBS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의 OST이기도 하면서 지난 2021년 가온 차트가 발표한 ‘최근 10년간 가장 사랑받은 OST’에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곡이다. 생각보다 낮은 음역으로 많은 남성이 코노에서 한 번씩 덤벼보고 있다고 하니 혹시 마음속에 둔 누군가가 있다면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Track 04. 악뮤(AKMU) –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자타공인 디즈니 맞춤형 음색의 이수현과 천재 프로듀서 이찬혁으로 이루어진 남매 듀오 악뮤(AKMU). 굉장히 긴 제목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어이널사’로도 불리는 이 곡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이별 앞에서 서로를 향한 간절함을 그리고 있다. 여태껏 이들을 ‘200%’,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와 같이 해맑고 신나는 음악을 하는 아이들로만 알고 있었다면 ‘어이널사’의 가사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이 꽤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다.
에디터 형규의 추천곡
Track 05. Eternal Tears of Sorrow – Autumn’s Grief
가을이라고 한다면 애수어린 노래, 혹은 쓸쓸한 분위기의 음악을 연상하기 마련. 그래서 이런 카테고리에 이터널 티얼즈 오브 소로우(Eternal Tears of Sorrow) 같은 멜로딕 데스메탈 밴드를 끼워넣는 것이 조금은 모난 정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가장 서정적인 멜로디 메이커를 자처하는 이들의 ‘Autumn’s Grief’를 들어보면 그 생각이 180도 바뀔 것이다. 물론 극강의 선율을 전면에 내세운 네 번째 앨범을 더 쳐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곡이 수록된 <Chaotic Beauty>는 서정성과 공격성을 50대 50의 완벽한 비율로 풀어내는 불세출의 멜로딕 데스메탈 명반이다. 물론 ‘Autumn’s Grief’는 서글프고 처량한 전개로 헤비메탈의 공격성을 다소 죽이긴 했지만, 그만큼 이 계절에 더욱 잘 어울리는 트랙이기도.
Track 06. September 87 – Bad Dream Baby
셉템버 87(September 87)은 호주 멜버른의 레트로 신스웨이브 듀오로, 솔직히 고백하면 별다른 이유 없이 그저 팀 이름 하나 때문에 선곡한 넘버다. 상큼한 업템포 전개에 지극히 80년대스러운 멜로디, 몽환적인 신스가 조합을 이루고, 역시 빠질 수 없는 색소폰 같은 목관 세션으로 완벽하게 데코를 쳐준다. 이름 때문에 선곡했다고는 했지만, 가을밤 드라이브 BGM으로도 최적의 선곡이 아닐까 싶은 곡이기도 하다. 그리고 네이밍만으로 건즈 앤 로지스의 ‘November Rain’을 들이밀기엔 너무 식상한 레퍼토리가 아닐까? 가끔은 이렇게 특식도 먹어줘야지.
에디터 푸네스의 추천곡
Track 07. 박소은 – 너는 나의 문학
싱어송라이터 박소은은 형체를 더듬어도 그 물성을 짐작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단어 말고, 너는 내가 펼치는 소설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라는 참신한 고백의 말을 당신에게 전한다. 수많은 의미로 가득 찬 당신을 읽고 싶고, 또 쓰고 싶은 어떤 날 이 노래를 틀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기 제격. 아쉽게도 아직 그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마침 가을은 독서 제철 시즌이니 가사에 등장하는 ‘데미안’, ‘노르웨이의 숲’, ‘호밀밭의 파수꾼’을 차례로 읽어보는 건 어떨는지.
Track 08. 위수 – 지나간 여름을 안타까워마
여름에 다다르면 온 힘을 다해 쏟아낸 계절의 푸르름 속에 가장 가벼운 몸짓으로 서성이게 된다. 청춘과 가장 닮아 있어 이 싱그러운 한철의 끝자락이 더 아쉽게 느껴질 찰나, 위수는 그 마음을 토닥이듯 이 노래를 건넨다. 우리가 보낸 시간 속에 녹아 있는 내리쬐는 햇살, 보랏빛 새벽, 일렁이는 물결, 살랑이는 바람 같은 것들은 모두 네 것이라고. 그 계절을 온전히 살아냈던 당신이라면 아쉬워할 것 없다고 말이다. 미련은 이제 접어 두고, 새로운 시간을 기꺼이 맞이하도록 갈무리해주는 노래다. 여름이었다.
에디터 성민의 추천곡
Track 09. PJ Morton – First Began
PJ 모턴의 곡을 처음 들어본 사람이라면 설마 이 싱어송라이터가 마룬5의 멤버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의 소울풀한 목소리와 블루지한 건반 연주, 사랑의 전형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달콤한 노래 가사까지. 연애의 계절 가을에 이만큼 어울리는 노래가 또 있을까. PJ 모턴이 아내를 생각하며 만든 곡이기도 하다. 기회가 된다면 원곡과는 또 따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라이브 영상도 함께 감상해보길.
Track 10. 요시마타 료 – The Whole Nine Yards(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OST)
2001년 개봉한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는 여느 소설 기반 영화가 그렇듯 1999년 동명의 원작 소설보다 못하다는 박한 평가를 받은 영화이다. 하지만 단 두 가지만은 누구도 비난할 수 없었는데, 바로 미장센과 OST이다. 카메라에 담긴 피렌체의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경관은 이 영화의 OST를 담당한 요시마타 료의 피아노 연주를 만나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2000년대 초반 싸이월드 BGM 단골 곡으로 오를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OST만큼 영화 속 대사 하나하나도 아름다우니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싶다면 꼭 감상해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