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설립된 불가리아 스타트업 알리에노(Alieno)는 어딘가 수상쩍은 업체이다. 이야기는 2018년 무려 5,221마력, 8,880Nm의 토크, 488km/h의 최고 속도를 가진 전기 하이퍼카 ‘아케이넘(Arcanum)’을 생산할 것이라고 한 데서 시작한다. 문제는 이 차가 현실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생산에 들어간 적도 없다는 것.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렌더링 이미지와 알리에노가 주장하는 스펙뿐이었다. 20억 원이 넘는 금액에 예약까지 받았는데, 실제 구매자들이 차량을 인도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도 불투명해 보인다.
알리에노는 한술 더 떠 이번에는 더욱 말도 안 되는 전기 하이퍼카 제작을 예고했다. 알리에노가 발표한 두 번째 모델 ‘우눔(Unum, 단 하나)’은 무려 24개의 전기 모터 및 다수의 에어 스러스터를 탑재해 최대 584km/h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최대 출력 및 최대 토크는 아케이넘과 동일한 5,221hp, 8,880Nm이다. 당연히 알리에노의 주장 말고는 아무 근거도 없는 스펙이다.
렌더링 이미지 속 외관도 비현실적이기 그지없다. 얼핏 보면 람보르기니 슈퍼카가 연상되는데(실제로 람보르기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과하다 싶은 정도의 에어 인테이크와 공기역학적 요소들은 과연 필요한 것인지, 아니 실현 가능한 것인지 의심을 자아낸다. 심지어 A필러도 없는데, 알리에노가 주장하는 이 차량의 속도와 힘을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직 끝이 아니다. 알리에노의 주장에 따르면, 우눔은 THF(The Heavenly Founder)와 TRS (The Rocket Successor) 두 가지 트림으로 생산되는데, 두 트림 모두 800V 배터리팩을 탑재한다고 한다. 배터리 용량은 60kWh, 120kWh, 180kWh 세 가지로 나뉘는데, 2,700 DC 충전기를 이용하면 0-100% 충전에 고작 4분이 걸린다고 한다. 시간이 없는 사람은 0-80%까지 3.2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고 한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내용들인데, 정작 알리에노는 계속해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불가리아 투호비슈타에 우눔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라고 밝혔으며, 2024-2027년이 되어야 알리에노의 실제 차량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홈페이지에는 투자자 모집 공고가 게재되어 있으며, 최소 900유로부터 투자할 수 있다고 한다. 목표치는 알리에노 지분 10%를 포함해 9백만 유로, 한화 약 120억에 달하는 금액이다.
또한, 우눔 사전 예약도 실시하고 있는데, 최소 18만 유로에서 최대 45만 유로에 달하는 금액이다. 어떤가. 당신이 만약 돈이 있다면, 이 차를 사겠는가? 한 가지 참고할 만한 점은, 약 2년 전에도 알리에노가 똑같은 내용의 생산 계획을 발표하고 아직까지 아무것도 안 보여줬다는 것이다. 실제 예약한 사람이 있는지도 확인할 길이 없다.
똑같이 실재하지는 않지만, 콜벳 Z06 NFT ‘민티드 그린(Minted Green)’ 같은 재테크 수단이 다시 나온다면 차라리 이런 곳에나 투자하는 게 나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