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 13일(현지 시각) 열리는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 2022 슈퍼볼을 앞두고 선수들보다 더 치열하게 경쟁을 치르는 이들이 있다. 바로 광고주들. 천문학적인 광고비에도 미국 최대 인기 스포츠의 최대 규모 행사라는 특수를 누리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번 56회 슈퍼볼 광고비는 30초당 650만 달러(한화 약 77억5970만 원), 초당 2억6000만 원으로 책정되며 작년보다 무려 16%나 증가한 액수를 기록하게 되었다.
골치 아픈 주판 놀음을 차치하더라도, 1984년 매킨토시 광고를 비롯해 수많은 전설적 광고가 탄생한 장이기도 하다. 올해 역시 얼마나 기발하고 놀라운 광고를 접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NBC 로스앤젤레스, 인디펜던트, CNET 등의 외신은 행사에 앞서 부분적으로 공개된 2022 슈퍼볼 광고를 소개했다. 아래에 우리나라에서도 흥미를 끌 만할 광고 몇 개를 소개해 봤으니, 함께 감상해보자.
AT&T | ‘A Lot in Common’
‘천조국 클래스’를 새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AT&T 광고. 애쉬튼 커처의 전 부인 데미 무어와 현 부인 밀라 쿠니스를 한 광고에 출연시켰다. 동창회에 참석한 두 배우가 ‘가장 존경받는 졸업생’ 수상자를 신경전을 벌이는 것이 이 광고의 컨셉트인데, 놀라운 것은 둘이 실제로 같은 학교에 다녔다고.
Lay’s | ‘Golden Memories’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폴 러드와 세스 로건이 출연한 감자 칩 레이스 광고. 세스 로건의 결혼식을 앞두고 두 배우가 레이스를 먹으며 지나간 추억을 회상하는 컨셉트로 촬영되었다. 코믹한 연기로는 내로라하는 배우들이기에, 광고 또한 유쾌함이 가득하다.
BIC EZ Reach Lighter | ‘Smoke Turkeys with BIC EZ Reach Lighter, Snoop Dogg, and Martha Stewart’
바비큐의 민족답게 라이터 광고에 이렇게 큰 힘을 쏟는 게 미국이다. 스눕 독이 연기 자욱한 무대로 들어서며 ‘가정 살림의 최고 권위자’이자 <리빙>의 간행인 마사 스튜어트에게 “마사, 당신도 이런 거 좋아하는 줄 몰랐어”라고 말을 건넨다. 여기서 ‘이런 거’란 모두가 예상하듯 대마초. 이어 “칠면조 스모킹 하는 거?”라고 되묻는 마사와 이에 실망한 듯한 스눕 독의 어색한 표정 연기, ‘터그 라이프(Thug Life)’의 대표 격인 그이지만 자본주의 앞에서는 장사 없나 보다.
Busch Beer | ‘Voice of The Mountains’
대놓고 ‘병맛’과 ‘B급’을 표방하는 부쉬 라이트 맥주 광고. 부쉬 라이트 맥주의 캔을 따면 산이 노래하기 시작한다는 출연자의 대사에 뒤이어 산 위에 케니지가 색소폰을 연주하는 모습이 환영처럼 나타난다. 이를 보고 반쯤 눈이 풀려 감미로움을 느끼는 출연자들의 표정이 압권. 케니 지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달리 ‘병맛’ 영상에 심심치 않게 출연한다.
Uber Eats | ‘Uber Don’t Eats’
미국판 배달의 민족 ‘우버 이츠’의 광고. 기네스 펠트로가 출연해 조금 복잡한 트위스트를 연출하였다. 소파에 앉아있는 펠트로가 양초를 한 입 베어 물고는 ‘이 양초 맛은 재밌네. 나쁘진 않은데, 재밌네’라는 대사를 읊는다. 사연을 알면 피식하게 된다.
펠트로가 런칭한 웰빙 브랜드 GOOP은 2020년 초 ‘이건 내 생식기 향이 나(This Smells Like My Vagina)’라는 향초 제품을 75달러에 출시하여 소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제품 설명에는 ‘재밌고, 매혹적이고, 섹시하고 예상치 못한’ 향이라는 설명이 있었고, 펠트로는 한 토크쇼를 통해 ‘그건 그냥 장난’이었으며 실제 생식기 향이 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해프닝을 셀프디스하는 식으로 자신의 향초를 먹으며 ‘재밌다’고 하는 광고 연출을 한 것. 이에 더해 우버 이츠에서는 음식 말고 다른 물품도 배달이 가능하지만, 모든 것을 먹을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도 담겨있다고 한다.
Booking.com | ‘Idris Calls His Legendary Spokes-Blokes for Advice’
마블 토르 시리즈와 어벤져스의 ‘헤임달’로 유명한 이드리스 엘바. 부킹닷컴 광고를 맡은 그가 광고계의 거물들에게 조언을 구한다는 컨셉트로 촬영된 광고. 엉뚱한 조언과 이를 그대로 따라 해보는 이드리스 엘바의 순진함이 웃음 포인트.
Budweiser | Super Bowl Teaser 2022
단 5초짜리 광고지만, 버드와이저 팬이라면 이 5초가 무엇보다 강렬할 것이다. 버드와이저의 아이코닉한 스코틀랜드 대형마 ‘클라이즈데일(Clydesdale)’이 컴백을 예고했기 때문. 1983년 이래 슈퍼볼 광고 주인공으로 클라이즈데일을 내세웠던 버드와이저는 38년 만에 처음으로 2021년 슈퍼볼 광고를 포기하였다. 광고비를 코로나 백신 장려를 위한 사업에 기부하기로 한 것. 다가오는 2월 13일, 클라이즈데일의 힘찬 질주를 다시 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