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ength’, ‘Integrity’, ‘Motivation’, ‘Elegance’. 이 네 가지 단어는 파네라이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들이다. 19세기에 설립된 이후, 파네라이는 압도적인 품질의 타임피스만을 선보여왔다. 파네라이는 가장 인상적인 역사를 담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지만, 20세기 후반까지는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브랜드이기도 했다.
파네라이의 시작
1860년 지오바니 파네라이가 설립한 이 브랜드의 뿌리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폰테 알레 그라지에에 있다. 이곳은 파네라이의 첫 번째 워크숍 장소이면서 동시에 도시의 시계공을 위한 훈련소가 자리한 곳이기도 하다.
디자인과 시계 제작에 푹 빠진 마니아들을 불러모으며 이곳은 순식간에 활기가 맴돌기 시작했다. 성공적인 반응 덕에 파네라이는 20세기 초 피아자 산 지오반니의 팔라조 알치베스코빌로 옮겼다. 오를로제리아 스비제라라고 새로 이름 붙여진 이곳은 현재까지도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해군과의 협업으로 비롯된 첫 단추
큰 성공을 거둔 파네라이는 이탈리아의 왕립해군과 계약을 맺고 시계를 공급했는데, 이는 훗날 브랜드의 대표적인 컬렉션이 되는 라디오미르(Radiomir)의 초석이 된다. 이때 시계의 다이얼을 밝히기 위한 일환으로 라듐 베이스의 파우더가 고안됐는데, 결과적으로 이는 단순 미적 효과를 넘어 가시성과 안정성이라는 그 이상의 성과를 가져다주었다. 파네라이 시계에 의존하는 군인들은 덕분에 편리함을 누릴 수 있었다.
어느 상황에서도 활용 가능한 유연성은 라디오미르가 가진 최고의 장점 중 하나다. 수중에서도 잘 작동했으며, 또한 굉장히 높은 수준의 가시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특징들은 파네라이 시계를 단순한 예술작품 이상의 것으로 끌어올렸다. 파네라이의 시계는 ‘제대로 된 장비’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라듐 페이스트는 파네라이의 공정에서 빠르게 주류를 차지했다. 또한 라디오미르는 시계의 디자인을 새롭게 창조하고 혁신을 일으켜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특허를 얻어냈고, 파네라이라는 브랜드의 기반을 다졌다.
라디오미르 이야기
혁신은 파네라이를 다른 여러 시계 브랜드와 차별화시키는 포인트다. 이탈리아 왕립해군 제1잠수함집단사령부 중 많은 이들이 라디오미르에 의존했다는 사실은 이 시계의 유용함과 가치를 보여주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오리지널 라디오미르의 프로토타입은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고, 이 오리지널 모델의 많은 요소는 오늘날까지도 파네라이 시계에 남아있다.
쿠션 모양의 47mm 스틸 케이스가 주는 믿음직한 인상과 함께 화려하게 빛나는 인덱스가 눈길을 잡아끌고, 케이스에 용접된 와이어러그는 튼튼하고 안정적인 사용환경을 제공한다. 기계식 무브먼트는 핸드 와인딩 방식이며, 스트랩은 다이빙 슈트 위로 착용해도 될 정도로 넉넉한 길이를 갖는다.
파네라이의 타임피스는 날이 갈수록 더 정교한 모습으로 다듬어가고 있다. 라디오미르의 최근 컬렉션들은 다이얼에 겹쳐지는 플레이트로 독특하게 설계되었고, 라듐 페인팅의 더욱 선명한 시인성을 위해 홀을 마련했다. 와이어 러그의 내구성은 더욱 좋아졌고, 수중에서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스몰 세컨즈 핸드를 없애고 대신 12, 3, 6, 9의 네 방향에 큼직한 폰트로 숫자를 박아 넣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탈리아 왕립해군은 파네라이에 더 많은 요구 사항을 전했다. 예컨대,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수중에서 버틸 수 있는 견고한 방수 성능 같은. 파네라이는 이를 위해 러그를 보강하고, 더 뛰어난 품질의 소재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취했다.
그렇게 파네라이는 완벽을 향해 계속 발전해나갔다. 시계 산업은 날이 갈수록 진화를 거듭했고, 파네라이 역시 혁신에 힘을 쏟았다. 이러한 혁신은 트리튬 기반의 루미노르로 이어졌다. 특히 쿠션 타입의 케이스와 같은 결을 유지하기 위해 스틸 소재의 견고한 와이어 러그가 더해져 높은 완성도를 추구했다.
1950년대 중반에는 이집트 해군에서도 요청이 들어왔다. 이 새로운 협업은 이기지아노(Egiziano)를 탄생시켰다. 시원시원한 사이즈와 내구성을 전면에 내세운 이기지아노는 그 이미지답게 강력한 방수 성능을 갖췄다. 또한 베젤을 통해 시계가 얼마나 오랜 시간 물속에 잠겨 있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민간에 다가가다
디테일과 혁신에 대한 파네라이의 집착은 브랜드의 풍부하고 창의적인 역사를 고려할 때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엄청난 메리트를 군이 아닌 민간인들은 1993년까지 만나볼 수 없었다. 파네라이가 루미노르, 루미노르 마리나, 그리고 마레 노스트럼이라는 세 개의 한정판 시계를 내놓은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이 컬렉션들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탄생했던 제품들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이들은 곧바로 전 세계 시계 마니아들의 이목을 끌었다. 심지어 첫 쇼케이스는 이탈리아 해군 순양함에서 국가 고위직들이 참여하는 등 굉장히 큰 규모로 개최됐다. 파네라이는 곧 다양한 유통망을 통해 이탈리아 전역에 자신의 제품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1년 후 파네라이는 전 세계로 더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여기에는 새로운 버전의 마레 노스트럼과 루미노르, 루미노르 마리나가 포함되었다. 깔끔한 라인과 근사한 소재, 강력한 내구성 등 파네라이가 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파네라이는 2001년에 기존의 부티크를 재단장해 다시 열었다. 이는 브랜드가 지닌 역사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한때는 시계공들로 북적였던 워크숍이 이제는 시계 마니아를 위한 축제의 장소로 탈바꿈했다.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 업계의 혁신을 논의하고, 파네라이 라인업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또 부티크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들을 감상했다. 뒤이어 2002년에는 스위스의 노우차텔에서 새로운 숍을 열면서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고, 이후 홍콩 프린스 빌딩에도 숍을 오픈했다.
2000년대 후반까지 파네라이는 현대 슈퍼스타의 지위를 잘 유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인상적인 P.2005와 같은 제품들로 새로운 역량을 계속해서 선보였다. 보통의 투르비옹이 60초에 한 번 꼴로 회전하는 것과 달리 파네라이의 P.2005는 30초 만에 한 번꼴로 회전해 중력에 의한 오차를 최대한 억제한다. 파네라이의 제품은 이처럼 항상 혁신의 최전선에 있었다.
뿌리를 잃지 않는 브랜드
파네라이는 항상 자신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잊지 않는 브랜드다. 초심을 잃지 않는 그 자세는 오늘날 스스로에게 지속적인 영감을 선사한다. 파네라이는 1940년대에 디자인된 오리지널 제품의 헤리티지를 살려 두 개의 라디오미르를 지난 2012년에 선보이기도 했다. 과거의 유산을 이어가면서도 동시에 파네라이는 현대적인 기준에도 눈높이를 맞췄다. 예컨대, 다이얼을 보호하기 위한 플렉시글라스나 원형 크라운 같은 요소들이 그렇다.
2013년에 파네라이는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도입했다. 그후 P.5000가 출시되었는데, 무려 8일에 달하는 넉넉한 파워리저브가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렇게 파네라이는 뛰어난 발전과 함께 소소한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항상 업계의 혁신을 이끌었다.
파네라이의 컬렉션
과거의 헤리티지가 주는 클래식한 멋을 원하건, 혹은 신선하고 현대적인 레이아웃을 원하건 간에 파네라이 컬렉션에서는 이들을 모두 찾아볼 수 있다. 다음은 가장 주목할 만한 파네라이의 컬렉션들을 몇 개 선정해봤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웅장한 타임피스는 깊은 바다 만큼이나 드라마틱한 네이비 블루 컬러를 품고 있다. 하지만 기계식 오토매틱 무브먼트는 훨씬 따뜻한 색감의 골드로 마감되어 각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파워리저브는 3일이며, 시스루 사파이어 크리스털 또한 매력적이다.
헤리티지를 원한다면 단연 라디오미르다. 따뜻한 브라운 컬러의 송아지 가죽, 그리고 이와 대조를 이루는 베이지색 탑 스티칭과 밀리터리 그린 다이얼의 조화는 압도적인 퀄리티를 자랑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 할 만하다.
2009년에 소개된 루미노르 시랜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의 위시리스트에 포함된 시계 중 하나다. 중국식 황도 십이궁도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제품으로, 경이로운 수준의 장인정신을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컬렉션이다.
세련미와 우아함을 한 번에 잡은 테이블 클락은 매우 드물지만, 파네라이의 테이블 클락은 그걸 쉽게 해낸다. 수차례 마감의 스틸 소재로 제작된 65mm 사이즈의 타임피스는 야광으로 빛나는 아라비아 숫자의 인덱스와 매력적인 블랙 다이얼을 특징으로 한다. 눈에 확 들어오는 은색 베이스는 ‘Officine Panerai’라는 라벨이 새겨져 있다.
파네라이는 항상 혁신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해군 장병들을 위해 고안된 이 온도계는 군사용 제품을 만들어온 파네라이만의 독특한 역사를 품고 있다. 견고한 강철 베젤과 검은색 다이얼, 그리고 매끄러운 스틸 케이스가 특징이며, 동일한 컬렉션에는 기압계와 습도계도 포함되어 있다.
검정색 알루미늄 소재와 비스듬하게 모서리를 깎아 마감된 유리 캐비닛은 마호가니 프레임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샌드 블라스팅으로 마감된 다이얼과 인덱스의 숫자 같은 디자인을 보면 파네라이가 과거의 멋과 역사를 얼마나 잘 품어내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