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유예도, 자비도 없이 차곡차곡 들어 간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줄어든다던 아침잠은 여전히 산뜻한 하루의 시작을 맹렬히 방해하는 중. 미취학 아동처럼 잠투정 부리는 ‘어른이’들을 위해 이 플레이리스트를 준비했다. 기본 알람으로 실눈 먼저 뜨고, 이 노래 듣고 이불을 박차보자. 재생 시 등짝 스매싱 혹은 층간 소음 유발 곡으로 추렸으니까.
에디터 알렌의 추천곡
Track 01. Chris Cornell – You Know My Name
현 제임스 본드 Daniel Craig의 시대를 연 ‘Casino Royal’. 최근 007 영화들은 유명 가수들의 브랜드 파워를 빌려 영화에 힘을 더 실어주고 있지만 새로운 배우를 사용한 첫 영화였던 만큼 제작사 입장에서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주인공에 대한 신뢰가 적었던 탓일까, 어느 정도 무명의 가수인 Chris Cornell의 목소리를 빌려 ‘You Know My Name’을 OST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결심이라도 보여주듯 강렬한 도입부는 강한 인상을 안겨주고, 정신 차리지 못하는 아침을 화들짝 놀라게 해 깨우기 아주 적합하다.
Track 02. Michael Haggins – Daybreak
마니아층이 두꺼운 미국 시트콤 ‘Community’에 이 곡의 도입부가 자주 사용되어서 더욱 잘 알려진 Michael Haggins의 ‘Daybreak’은 상큼한 느낌의 컨템포러리 재즈곡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아침에 동이 틀 때의 설렘을 표현한 이 곡은 상큼한 아침을 열어주는 첫 곡으로 아주 적합하다. 단, 도입부의 상큼한 멜로디가 곡에 전반적으로 더욱 많이 사용되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기분 좋은 아침을 열어주기에는 훌륭한 곡이다.
에디터 해원의 추천곡
Track 03. Metallica Enter Sandman
공복에 가만히 누워서 듣기만 해도 체할 것 같은 묵직한 느낌의 음악 헤비메탈. 하지만 이 장르의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메탈리카(Metallica)’라는 밴드의 이름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래미 어워즈 8회 수상, 2009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이 전설적인 밴드가 1991년 발표한 ‘엔터 샌드맨’은 곡 초반 불길한 느낌의 기타 리프를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모닝콜 관점에서 보면 왠지 모르게 우리가 겪게 될 고된 하루의 시작을 그려주는 것 같은 느낌의 서글픈 멜로디일 뿐이다. 이 노래와 함께 달콤한 꿈에서 어서 깨어나 현실의 씁쓸함에 대비하도록 하자.
Track 04. Ylvis – The Fox (What Does The Fox Say?)
모닝콜 BGM이 반드시 상쾌할 필요가 있을까? 뭐가 됐든 눈만 확실하게 뜨게 해준다면 그게 최고지. 노르웨이 형제 코미디언 듀오로 이루어진 그룹 ‘일비스(Ylvis)’의 ‘The Fox’는 2013년 MAMA 무대에도 등장했을 만큼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노래로, 단순하게 여우는 무슨 소리를 내는지 궁금해서 만들어진 노래다. 그래서 그런지 가사 내용 절반 이상이 괴상한 동물의 울음소리로 채워져 있어 당신의 숙면 여부에 상관없이 한순간에 당신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한 곡.
에디터 형규의 추천곡
Track 05. KORPIKLAANI – Vodka
숙취로 이불 속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사람마저 당장 깨워서 회사로 출근시킬 수 있는 곡. 플레이에 걸자마자 시작부터 농촌 냄새 가득한 핀란드 청년들이 떼창으로 ‘보드카’를 쉼 없이 외쳐대는 통에, 일어나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다.
처음에는 포크 뮤지션이었던 멤버들이 이후 메탈로 갈아탄 재미있는 이력의 밴드로, 이 곡이 수록된 <Karkelo>는 지금까지도 국내에 라이선스 발매된 이들의 유일한 앨범이기도. 흥겨운 선율의 바이올린과 아코디언이 박력 일발 장전한 기타리프와 맞물려 묘한 카타르시스를 만든다.
Track 06. Disturbed – Glass Shatters
프로레슬링 마니아가 아니어도 이 ‘쨍그랑’ 유리 깨지는 소리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결코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헐크 호건, 더 락과 함께 프로레슬링 3대 아이콘으로 군림했던 ‘스톤콜드’ 스티브 오스틴의 입장 음악은 사실 남자치고는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을 테니.
이 곡은 원래 WWE가 제작한 스티브 오스틴의 테마곡을 미국의 얼터너티브 메탈 밴드 디스터브드가 어레인지한 버전이다. 원곡을 디튠해 더 어두운 분위기로 판을 깔고, 둔탁하게 끊어 치는 기타리프와 기관총처럼 쏟아붓는 데이빗 드레이먼의 보컬이 더해지면서 오스틴의 Badass 캐릭터와도 찰떡궁합을 이룬다.
에디터 푸네스의 추천곡
Track 07. 백두산 – 아이들아
한국 헤비메탈의 역사 시나위, 부활 그리고 백두산. 이 중 백두산은 유현상이 6샷 추가된 아메리카노 마시는 김도균을 영입해 결성한 밴드다. 그들이 20년 만에 낸 정규 4집 앨범, <Return Of The King> 수록곡을 기상송으로 골랐다.
가사 내용을 단순 낭독하면 ‘어른들은 아이들을 사랑한단다’, ‘너희들을 사랑한단다’ 등 아이들에 대한 무한 사랑을 난사하는 것 같지만 창법 탓인가, 잔뜩 화가 난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아침을 뒤집어 놓으실 백두산 형님들의 목소리를 귓가에 장전해 불호령을 받는 느낌으로 기립하고 싶다면 ‘반말마’와 교차 재생을 추천.
Track 08. Led Zeppelin – Immigrant Song
두말할 필요 없는 영국 하드록 밴드 레드 제플린. 이 다섯 글자에 감탄사 연발하며 미간을 찌푸린다면 어쩌면 당신은 아재일 터. 2017년 개봉작인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 중 수투르와 토르의 대결 장면에 등장한 이 노래를 듣고 작은 탄성을 내질렀다면 빼박 아재 확정.
1970년 발표한 <Led Zeppelin Ⅲ> 앨범 속 ‘이미그랜트 송(Immigrant Song)’은 이렇듯 당대를 너머 시대를 관통하는 위엄을 보인다. 이 노래는 시끄럽기보다는 신명이 올라오는 도입에 입가에 미소 지으며 2차 수면의 늪에 빠지기에 십상이니 모쪼록 조심할 것.
에디터 앨리스의 추천곡
Track 09. AC/DC – Shoot to Thrill
기절한 사람도 벌떡 일으킬 호주를 대표하는 전설의 록 밴드 AC/DC의 Shoot to Thrill이다. 1970~80년대를 주름 잡았고, 록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이 밴드의 곡들은 영화 아이언맨2의 OST에 수록되며 더욱 유명해졌다.
특히 Shoot to Thrill이 수록된 <Back In Black>의 경우 하드록과 헤비메탈 역사를 통틀어 기념비적인 앨범으로 평가되는데, 현란한 기타 사운드와 포효하는 것만 같은 보컬이 기상송으로도 제격이다. 단순한 8비트 드럼에 그루브가 가득하면서 또 귀에 쏙쏙 꽂히는 기타 리프, 게다가 금속성 보컬까지. 너무도 강렬하고 인상적이어서 쉽사리 헤어나올 수 없을 거다.
Track 10. Nothing but Thieves – I Was Just a Kid
브릿팝을 이끌어 가는 영국 밴드 Nothing but Thieves는 모던록과 얼터너티브록 장르의 명곡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I Was Just a Kid는 날카로운 샤우팅과 공허한 듯한 가성이 교차하면서 채워진 유려한 곡의 흐름에도 분위기는 꽤 하드한 편. 묵직하게 들려오는 드럼 필인으로 정신을 워밍업시켜 주고 이어 현란한 기타의 질주가 시작되며 정신이 퍼뜩 드는 꽤 체계적인 기상송이다.
게다가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의 대부분이 날카로운 기타 소리, 절규와도 같은 보컬, 몸을 들썩일 리듬감과 파워풀한 기타 리프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기 때문에 앨범 전체 무한 반복으로 고막을 마구 테러하다 보면 몰려오던 잠도 도망갈 지경. 물론 기분 따라 다양하게 설정해두면 알람 소리를 못 들어 지각했다는 구질한 변명을 더는 하지 않아도 될 거다.
에디터 스티브의 추천곡
Track 11. Scissor Sisters – I Don’t Feel Like Dancin’
평상시라면 이만큼 신나는 노래도 없지만, 이른 아침이라면 그 흥겨움이 성질 박박 긁는 깐족거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잘게 쪼개놓은 박자, 옛날 오락실 슈팅 게임에서 들었던 ‘뿅뿅’거리는 고주파 신시사이저 소리, 멱살 잡고 싶게 만드는 촐싹대는 목소리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다. 이걸로도 모자란다면, 백문이 불여일견. 바로 뮤직비디오를 틀어보시길. 인생에서 겪어보지 못한 깝죽거림을 약속한다.
Track 12. Limp Bizkit – Take A Look Around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지만, 팬들은 시리즈에서 빼버리고 싶어 하는(ft. 네X버 평점 5.48) 오우삼 감독의 미션 임파서블2. 20년이 지난 지금도 된소리 가득 차진 리뷰 갱신 중인 MI2 OST에 수록된 곡으로서, 랄로 쉬프린(Lalo Schifrin)이 작곡한 오리지널 MI 테마곡을 락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개연성은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고 소림사 스타일 맨손 격투 떡칠한 MI2의 OST로서 한 치의 모자람도 없다. 중2병 말기스러운 가사, 얍삽한 목소리의 랩과 ‘꾸워워어워’ 하고 뱉는 그로울링 창법의 부조화를 아침부터 참아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