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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vs 페이스북, 개인정보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
2023-02-21T18:00:27+09:00

그동안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껄끄러운 질문을 이제 마주할 차례다.

애플과 페이스북이 전쟁을 시작했다. 애플이 지난 2020년 6월 WWDC에서 발표한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정책 때문이다. 이 정책에 따르면 앱 개발자는 광고를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사전에 안내해야 한다. 이용자는 어떻게 개인정보가 수집되는지 확인할 수 있고, 원하면 언제든 차단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이 정책에 반대한다. 얼마나 크게 화났는지, 지난해 12월에는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같은 미국 주요 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내서 비판할 정도였다. 

이런 정책 변경이 왜 문제가 될까? 사실 지금도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는 이용자에게 알려야 하고, 어떻게 개인정보가 수집되는지도 알 수 있고, 원하면 언제든 차단할 수 있다. 애플이 발표한 건 그걸 조금 강화하겠다는 말이다. 다만 그 ‘조금’이 아주 중요한 부분을 뒤튼다. 지금까지 슬쩍 지나가듯 숨겨서 받아왔던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눈에 아주 잘 보이게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사용자 기만적 동의가 이뤄진 광고 ID

예컨대, 일반적으로 우리가 스마트폰에 새로운 앱을 설치할 때 약관에 동의하라는 문구가 뜬다. 이 약관 안에는 법적으로 사용자에게 동의받아야 하는 ‘개인정보 처리 방침’이라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이 안에 ‘개인정보 자동 수집 장치’라는 항목에서, 온라인 맞춤형 광고를 하기 위해 광고 ID와 앱 사용 이력 등을 수집한다고 되어 있다. 

광고 ID는 사실 필수항목이 아니다. 따로 개인정보 추적 기능을 끌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나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법적으로 강제된 사항이다.

여기가 핵심이다. 지금까진 이 부분이 그냥 필수 약관에 들어가 있었다. 필수라고 하니 다들 그냥 쉬쉬하고 넘어간다. 오케이 하지 않으면 앱을 쓸 수 없다고 하니까. 그동안 우리는 그렇게 광고 ID를 이용한 개인정보 수집에 본의 아니게 동의했다. 글로벌 마케팅 분석 기업 싱귤러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광고를 위한 개인정보 수집을 거부한 사람은 아이폰 이용자의 31.5%,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의 2.3% 정도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필수 약관에 들어있는데, 정보 수집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그렇다. 광고 ID는 사실 필수항목이 아니다. 따로 개인정보 추적 기능을 끌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나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법적으로 강제된 사항이다. 문제는 이걸 끄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로 설정에 들어간 뒤, 개인정보 항목으로 들어가서, 광고 활용 동의 찾는 등의 수고를 거쳐야 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끄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그동안 광고회사에선 이 정보를 긁어가서 쉽게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었다.

iOS 14.5의 반격

페이스북은 이런 맞춤형 광고의 강자다. 지난 2021년 1/4분기 매출 261억 7,000만 달러에서 광고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54억 4,000만 달러, 약 97%에 달한다. PC부터 스마트폰까지 24시간 이용자를 따라다니며 정보 수집을 하는 플랫폼이기에 가능한 성과다. 더 많은 정보가 있으면 더 정확한 맞춤 광고를 만들 수 있다. 당연히 광고주는 더 많은 사람이 광고를 클릭하는 플랫폼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애플이 펀치를 날렸다. 지난 4월 업데이트한 iOS 14.5부터는 더이상 슬쩍 동의받고 넘어갈 수 없게 됐다. 앱에서 광고 ID를 이용하려면 무조건 먼저 이용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앱을 쓰려고 하면 ‘지금 이 앱이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도록 허락하겠습니까?’하고 묻는 창이 딱 뜬다. 이렇게 되면 광고 ID-개인정보 수집을 허락할 사람이 준다. 측정한 기관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지만, 실제로 iOS 14.5 업데이트 이후 앱 추적을 허락한 비율은 11%에 불과하다. 특히 미국 같은 경우엔 더 민감해서, 4%의 사용자만 앱 추적을 허용했다.

https://youtu.be/3IANq52DxDQ

애플은 왜 이런 정책 변화를 결정했을까? 혹자는 원래 애플이 개인정보 보호를 소중히 하는 기업이었다고 말한다. 2010년 스티브 잡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개인정보를 쓰고 싶다면, 쉽고 분명하게 이용자가 정확히 알 때까지 확실하게 알려서 허락받으라고. 물론 이때도 페이스북은 프라이버시 문제로 논란에 휩싸여 있었지만, 애플은 스마트 기기를 파는 회사지 광고회사가 아니라서 그렇다는 말도 있다. 다만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기 시작할 무렵,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이 모두 모바일 광고 업체를 인수하며 광고 사업을 시작했다는 건 기억하자. 세상에 착한 기업은 없다.

애플이 펀치를 날린 이유

광고 ID 자체가 2012년 애플에서 직접 도입한 규칙이다. 당시엔 기기 고유 ID를 숨겨서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후 광고 ID 시스템은 스마트폰 이용자 확산과 더불어 성과 측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덕에 모바일 광고 시장을 크게 키웠다. 구글(+유튜브), 페이스북(+인스타그램), 트위터, 카카오, 네이버 등 주요 인터넷 기업이 다들 광고로 먹고살게 됐다. 

노골적으로 쓰인 만큼, 이로 인한 문제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특히 2018년에 터진 페이스북-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정보 유출 사건이 정말 컸다. 이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불법으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미국 대선에 쓰일 광고를 만들었다. 다시 말해, 일종의 맞춤형 심리 조작을 시도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지나친 개인정보 수집과 가짜 뉴스 문제도 크게 불거진 데다 이런 사건까지 터지니, 거대 기술 기업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개인정보 수집을 거부하는 흐름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기서 애플은 기회를 잡았다. 우리나라는 너무 털려서 이제 별생각이 없지만, 미국 등지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매우 민감한 사용자가 많다.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미 정부와 싸우면서까지 지켰던 애플의 보안 정책에 대한 신뢰도 높았다. iOS 14.5 업데이트 이후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응답자 73%는 애플 개인 정보 보호 정책 변경에 동의했다. 36%는 iOS 14.5에서 가장 좋아하는 기능으로 이걸 꼽았다. 이제 개인정보 보호는 아이폰 이용자가 아이폰을 떠날 수 없는 중요한 이유다. 장기적으론 광고 없는 구독 서비스 가입을 유도하려는 전략이라고 보는 이도 있다.

개인정보 기반 사업 모델이 바뀔까?

페이스북은 나쁘다. 수익을 위해 정말 집요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팔았다. 그걸 위해 할 수 있는 걸 참 많이 했다. 항상 그렇듯이, 공짜 서비스의 상품은 우리 자신이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 혜택을 입은 사람도 분명히 있다. 페이스북이 농담으로라도 광고가 없으면 지금까지 무료로 쓸 수 있었던 인터넷이 무너진다고 괜히 말하는 게 아니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지키면서도 정보를 수집할 방법도 있고, 광고를 제대로 못 하면 중소기업이 더 피해를 본다는 말도 맞다. 

결국 애플과 페이스북 프라이버시 전쟁은, 우리가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 껄끄러운 질문을 던진다.

광고 없이 TV나 라디오 방송을 만들 수 있을까? 모두 넷플릭스 모델로 변경하는 게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말할 사람은 드물다. 가능하다고 해도, 그 모델은 유료 가입이 가능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 더 이득이다. 맞춤형 광고 수익에 기반해 만들어진 여러 사업 모델도 위기다. 인플루언서나 유튜버 같은 콘텐츠 크리에이터 기반 시장이 여기에 속한다. 애플도 문제지만, 애플의 프라이버시 정책을 다른 회사가 뒤따라가면, 사업 모델 자체가 흔들린다. 현실은 무료와 유료 그 중간 어디쯤에서 계속 헤매겠지만, 일단 적당한 각오는 해두는 게 좋다.

결국 애플과 페이스북 프라이버시 전쟁은, 우리가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 껄끄러운 질문을 던진다. 내 정보를 팔아서 무료 서비스를 쓸 것인지, 아니면 정보를 지키는 대신 돈을 낼 것인지. 물론 애플이 원하는 것은 ① 다들 아이폰을 사서 ② 남들이 제공하는 정보로 수익을 내는 서비스를 ③ 아이폰 이용자는 공짜로 즐기는 거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