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세리포스섬에 신이 은신처로 선택했을 것 같은 요새 하나가 섰다. 가파른 지면 위 야생 가시덤불과 암석이 강인한 원초의 생명력을 선사하는 곳. 대지의 기운을 흠뻑 수혈 중인 ‘Xerolithi House’는 마치 물고기 뼈 화석을 연상케 하는 곡선 형태를 따르고 있어 더욱 시선을 끈다. 집은 응당 이래야만 한다는 형태학적 선입견에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
길고 가늘게 설계된 이 공간은 낮은 프로파일에서 시작해 점차 높이 감이 생기는 구조다. 경사를 활용해 서로 독립적이지만 유기적으로 사이사이 공간을 배치했다. 지붕은 진정한 물아일체를 실현하는 듯 흙과 초목으로 덮어 멀리서 보면 대지의 일부라는 착각이 인다.
나무 퍼골라를 사용한 점도 눈에 띄는 점. 목재 들보와 대나무로 지붕을 덮어 자연 그대로의 색이 날것 이미지를 전한다. 문과 창문도 나무를 사용했고, 외벽은 돌을 붙여 지역 전통 가옥 스타일을 그대로 이어간다. 물처럼 흐르는 집안에 은신하며, 자연의 일부가 되어보는 하루를 상상하기 제격인 공간이다.
자연의 맛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대나무로 만든 프리 플라이 뱀부 슬럽 후디를 걸쳐보기를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