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모두가 알고 있다. 무슨 짓을 해봤자, 인스턴트 라면은 결코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그런데도 우리는 언제나 라면을 찾는다. 출출할 때, 날씨가 추울 때, 뜨끈한 국물이 당길 때, 해장이 필요할 때, 심지어 딱히 먹을 게 없을 때도. 그렇게 항상 우리의 시선이 향하는 마지막 선택지, 라면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매번 먹던 그 라면 말고, 조금 독특한 녀석들로.
얼큰한 김치찌개는 호불호 없는 메뉴가 아닐까. 신라면 블랙 두부 김치맛은 소주 안주로도 혹은 해장용, 아니면 한 끼 식사로도 대체 가능한 라면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국물 맛에 얼큰함도 빠지지 않고 훈수를 두고, 보들보들한 두부 건더기까지 합세해 건져 먹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국물이 남았다면 밥까지 말아 ‘완밥’ 경지에 이르도록.
‘매운 라면’이라고 하면 이제는 국물의 유무를 떠나서 불닭볶음면이 그 상징성을 차지하고 있지만, 원조는 바로 팔도 틈새라면 시리즈였다. 1981년에 영업을 시작한 명동 빨계떡이 바로 그 원조인데, 인스턴트 제품으로 나온 틈새라면도 그에 버금가는 위상을 얻었다. 사실 처음에는 불닭볶음면 시리즈를 생각하고 먹었다가 실망할 수 있지만, 입에 전해지는 후폭풍의 임팩트는 단연 틈새라면이 더 크다. 실제 원본 빨계떡의 하위호환 느낌으로 간편하게 즐기기에도 좋다.
얼큰함을 넘어선 시원 칼칼한 라면이 땡길 때, 굴의 풍미가 살아있는 굴진짬뽕을 진하게 끓여내 보자. 액상스프, 건더기스프, 유성스프 등 세 가지 스프와 면발이 이뤄내는 조화가 상당한데, 인스턴트 라면 치고 제법 그럴듯한 굴 향을 맛볼 수 있다. 물론 한국인의 라면답게 얼큰함은 기본값이다. 단독으로 끓여도 훌륭하지만, 굴이나 미역을 추가하면 한층 더 짙은 풍미의 별미가 탄생한다.
한번 만들어 먹으려면 손도 제법 많이 가고 은근히 까다로운 미역국, 이제 라면으로 즐겨보자. 된장찌개, 김치찌개와는 달리 판매하는 식당도 별로 없는 ‘미역국’이라서 더 반가운 느낌. 쇠고기미역국의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풍미를 제대로 재현했는데, 남해안에서 온 청정 미역과 소고기 양지, 사골을 우려낸 육수의 조합이 인상적이다. 밥을 말아 먹거나 가래떡을 추가해 먹어도 케미가 좋다. 한 숟갈 푹 떠서 김치 한 조각 올려 먹는 센스도 잊지 마시길.
중독성 강한 불맛의 선도자 불닭볶음면의 후예, 까르보 불닭볶음면이다. 매콤한 고추장 로제 파스타를 만들면 이런 맛이 나지 않을까. 화끈한 것도 좋지만, 부드럽게 감싸주는 중화제가 필요할 때 살짝 파스타의 느낌으로 즐기기 좋은 라면. 그래서인지 베이컨, 칵테일 새우 등의 파스타 토핑과도 탁월한 궁합을 자랑한다.
라면에 된장이라니. 이게 무슨 끔찍한 조합인가 싶겠지만, 모르는 소리다. 우리가 즐겨 먹는 안성탕면도 사실 된장 베이스의 라면이라는 점을 인지한다면 그리 새로운 라면도 아니다. 물론 안성탕면보다는 된장라면이 고소한 맛에서 더 노골적이긴 하다. 사실 포장지나 이미지만 보면 섣불리 손대고 싶어지는 제품은 아니지만, 한번 먹어보면 의외로 꾸준히 즐겨 찾게 되는 매력이 있는 마성의 라면이기도 하다.
땀구멍 열기 좋아하는 매운맛 덕후들은 이미 정신 쏙 빠지는 이 라면을 즐겨 찾고 있을 터.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자칭 ‘맵찔이’라도 열라면을 소화할 방법이 있다. 바로 순두부를 넣어 끓여 먹는 것. 매운맛을 중화 시켜 주는 순두부와 조화를 이루는 꼬들꼬들한 면발, 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지금 당장 만끽해 보시라. 유행한 레시피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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