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단순히 주거공간 이상의 문화를 담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이라던가 도시의 역사 또는 그 지역의 특색 같은 것 말이다. 아쉽게도 서울은 빼곡한 아파트가 들어서며 획일화된 주거공간의 건축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 또한 개성이라 봐도 되겠지. 단지 끝 맛이 씁쓸할 뿐이다. 이번에 소개할 공간은 하와이의 집이다. 하와이의 기후와 토착 건축양식을 적극 활용한, 지역의 풍미를 한껏 베어물고 있는 공간, 할레 라나(Hale Lana)로 초대한다.
터는 하와이주에서도 크기가 가장 큰 섬 빅 아일랜드로, 그중에서도 푸른 바다와 함께 멀리 마우이의 할레아칼라 화산까지 전망이 뻗어있는 곳으로 잡았다. 이 집의 타이틀, 할레 레나는 ‘떠다니는 집’이란 뜻인데,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어마어마한 개방감을 자랑한다. 분명 사면의 벽이 보호하는 건물이지만 마치 양산을 씌운 듯 건물을 덮고도 여유롭게 남아 방대한 그늘을 만들어내는 지붕 덕택에 정자 혹은 거대 오두막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쪽 지붕이 기둥으로 지지되지 않은 채 떠 있는 캔틸레버 구조와 와이드한 이중 피치 지붕은 강렬한 햇빛은 차단하고 바닷바람은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그야말로 이 지역의 고유 날씨에 특화된 설계 디자인이다. 또한, 셔터 스크린 설치로 당일의 날씨나 기분, 모임 성격에 따라 외벽을 여닫는 등 유연한 변화도 가능하다고. 인테리어 역시 하와이 전통 양식을 반영해 외관을 비롯한 주변 경치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