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 유쾌한 미소로, 배려로 촬영장 정신없는 현직 에디터 마음, 능숙한 전직 에디터가 헤아렸다. 에디터부터 쇼호스트까지, 뷰티 업계에 몸담은 지 어느덧 10년 차.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뷰티 쇼호스트 이찬석을 만났다. 말은 실체 없이 휘발되고, 흩어진다. 이토록 가벼운 ‘말’이라는 도구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 알 거 같았다. 그는 단단한 진심과 부단한 노력을 쥐고 있는 사람이었다.
오늘도 방송 스케줄이 있으셨나요.
네, 아침 방송 있었어요. 홈쇼핑은 아침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쉬지 않고 생방송으로 진행돼요. 방송 두 시간 전에는 무조건 스탠바이를 해야 하는데, 저는 아침형 인간은 아니라 저녁 방송이 더 좋습니다.
요즘 진행하시는 미용하는 남자들의 쇼, ‘미남쇼’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후문이 자자해요.
남자들이 이끄는 뷰티쇼는 ‘미남쇼’가 최초라고 해요. 현재 2주에 한 번씩 방영되는데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주 1회 편성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요. 참고로 ‘미남쇼’의 미자가 ‘쌀 미’자 아니냐고들 하시는데, ‘아름다울 미’입니다. (웃음)
쇼호스트가 아무리 적성에 맞아도 말을 계속하면 에너지 소모가 많을 거 같아요.
맞아요. 말하는 일이 보통 진이 빠지는 일이 아니에요. 보통 1시간 생방송 진행하고 나면 기운이 좀 달려요. 그래서 방송 외 시간에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아요. 그렇게 균형을 맞추는 편이에요.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면 놀라시기도 해요. 방송에서의 이미지만 봤을 때는 쉴 새 없이 말을 할 거 같지만, 생각보다 과묵한 편이거든요. 그리고 워낙 집돌이 스타일이에요. 집에 가서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게 천장 응시하거나 예능 프로 보고, 맛있는 거 먹으면서 에너지를 충전해요.
방송 이미지와 실제 성격이 괴리가 있네요.
사실 낯을 좀 가려요. 소심한 구석도 있고. 또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어서 항상 돌다리도 몇 번씩 두들겨 보고 가는 편이죠. 이 일을 할 때 그런 기질이 발휘돼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방송 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게 되니까요. 또 웬만해선 다른 사람들과 충돌하지 않으려 해요. 다행인 건 스트레스를 오래 담아두는 성격은 아니라 소소하게 수다 떨면 금방 누그러져요.
방송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자신의 모습이 있나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소심한 구석이 있지만 방송할 때는 대범함이 나오는 거 같아요. 철저한 준비에서 나오는 자신감인 거 같기도 하고. 성과가 수치로 표현되는 직업이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지만, 생각보다 단단한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쇼호스트는 화려한 직업인데, 생방송이 끝나고 세트 불이 꺼지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정서적인 간극이 있을 거 같아요.
방송이 끝나고 불 꺼진 집으로 들어가면 좀 적막한 기분이 들기는 해요. 하지만 허탈한 감정과는 좀 달라요. 방송이야 어차피 내일도 있으니까. 밤 방송 후에는 집에 가도 몸이 각성 상태라 잠이 쉽사리 오지 않아요. 이건 저 말고도 모든 쇼호스트들이 하는 말이에요. 그럴 땐 LED 마스크로 피부 관리를 해요. (웃음) 아무튼 정서적인 시차는 확실히 있어요.
쇼호스트를 하기 전 뷰티 에디터로 일했다고 알고 있어요. 방송할 때 에디터로서의 경력이 도움이 되나요.
지금은 폐간된 ‘슈어’라는 매거진에서 뷰티 어시스턴트로 일을 시작했어요. 황민영 선배님이 첫 번째 남자 뷰티 에디터였고 제가 2호에요. 어시에서 프리랜서, 정 기자까지 7년 정도 글을 썼네요.
정말 많이 도움이 돼요. 글에는 기승전결이란 것이 있잖아요. 쇼호스트 학원 선생님께서 제 말에는 기승전결, 즉 논리가 있다고 얘기해 주시더라고요. 흐름과 맥락이 있어 제 말에 힘이 생기는 거 같아요. 아울러 잡시사에서 한 달에 300~400개의 제품을 테스트했어요. 그러다 보니 이미 제 안에 많은 데이터가 있고, 그것이 머리와 몸에 축적되어 있어요. 제품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 같은 게 길러진 거 같습니다.
말과 글은 성격이 다르잖아요. 글은 오랜 시간 다듬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내보이는 거고, 말은 즉흥성이 있으니. 글과 말 중 무엇이 편한 사람인가요.
저는 말이 편해요. 에디터 시절 ‘겟잇뷰티’, ‘뷰티바이블’, ‘진짜 뷰티’, 홈쇼핑 등에 게스트로 출연한 적 있었는데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말은 조심스럽죠. 편집이 안 되니까. 한 시간 동안 계속 말을 하면 아무리 꾸민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평소 어투가 나오기 마련이에요.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기도 하니까 저는 일상에서도 항상 올바른 말을 쓰려고 노력해요. 저희 엄마와 외할머니가 제 앞에 계신다고 생각하며 방송에 임하고 있습니다.
보이는 직업이다 보니 자기 관리는 필수일 텐데, 본인만의 루틴이 있나요.
원래 마른 체형이었는데 한 해가 갈수록 배 주위에 집중적으로 살이 붙더라고요. 운동은 꾸준히 하려고 노력해요. 특히 여름에. (웃음) 저는 간헐적 단식 덕을 많이 봤어요. 하지만 20대 때처럼 몸이 쉽게 만들어지지는 않네요.
저는 모든 초점이 피부에 맞춰져 있어요. 클렌징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파운데이션이 초 미립자라 손으로 닦아낸다고 모공까지 말끔하게 깨끗해지지 않아서 꼭 기계로 세안해요. 귀찮지만요. 요즘엔 엘지생활건강에서 출시된 ‘튠에이지’를 사용 중이에요. 피부과는 탄력관리 정도 받으러 일 년에 한두 번 가요. 판매하는 제품을 써보고 효과를 시청자분들께 말씀드려야 하는 것이 제 직업인데 피부과에 가면 아무래도 시술 덕을 보게 될 테니까요.
화장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어요. 체감하시나요.
시대가 변하고 있고, 이미 변했다는 게 확실히 느껴져요. 아이오페 남자 쿠션 팩트는 호수까지 정해져서 출시되고 있어요. 일단, 저희 회사 뷰티 MD 중에도 남성이 매우 많아요. 심지어 제 친형은 저와 정반대인 상남잔데 “BB 좀 발라볼까.” 이런 말을 할 정도예요.
개인적으로도 남성분들이 SNS 메신저로 여러 가지를 많이 물어보세요. 방송 중 받는 질문 내용에도 “남자가 써도 되나요.”라고 물으시는 분들도 많고요. 방송이 끝나면 남녀 구매 비율이 집계되는데 어떤 제품은 남성 구매율이 2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해요. 쇼호스트가 남자라서 더 믿어주시는 부분도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메이크업에 도전하고 싶은 남자들에게 ‘이것부터 해봐라’ 조언을 해주신다면.
일단, 눈썹 정리. 눈썹은 얼굴의 지붕이에요. 눈썹만 말끔하게 정리해도 친구들이 뭔가 달라졌다고 분명 이야기할 거예요. 그 후에 베이스로 넘어가시면 될 거 같아요. 남성 베이스 제품 중에도 심하게 티가 나지 않고, 끈적거리지 않는 제품들이 많아요. 남자는 눈썹과 피부, 그게 전부에요.
여름이라 화장을 해도 쉽게 무너지는데, 지속력을 높이기 위한 팁 좀 알려주세요.
여름에는 워낙 피부가 번들거리고 피지가 올라오니까 파운데이션 전에 크림 말고 에센스나 앰풀을 여러 번 덧 바르는 걸 추천해요. 꼭 크림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셔도 돼요. 혹시 너무 당긴다 싶으면 몇 년 전에 유행했던 스킨을 일곱 번 덧 바르는 ‘세븐 스킨법’을 권해드려요. 피부에 얇은 막을 쌓아 올려 탄탄하게 다져주는 원리에요.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파운데이션에는 오일과 수분 베이스가 있어요. 기초에서 오일 베이스 제품을 바른 후 수분 베이스 파운데이션을 사용하면 들뜰 수밖에 없어요. 구매 시 꼭 어떤 성질의 베이스인지 물어보고 구매하시면 좋습니다. 사실 지속력에는 파우더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에요. 제 개인 취향이긴 하지만 광채가 감도는 파우더로 마무리하면 오랜 시간 윤기 나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거예요.
뷰티 쇼호스트의 파우치 속엔 과연 무엇이 들어있을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을 텐데 공개해 주실 수 있나요.
큐티클 오일은 필수에요. 뷰티 쇼호스트는 얼굴 다음으로 많이 노출되는 게 손이기 때문에 거스름, 손톱 정리에 특히 신경 써요. 핸드크림도 결 정돈을 위해 꼭 바르고요. 1시간 동안 방송을 하면 입이 바싹바싹 말라서 립밤도 꼭 챙겨요. 또 말을 많이 하니까 피곤하면 목 컨디션이 바로 안 좋아지는데, 프로폴리스 앰풀 스프레이를 뿌리면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세트장 조명이 뜨겁고, 여름이면 에어컨 바람도 세서 미스트는 방송 끝나고 바로 뿌려줘요. 그리고 저는 방송 직후 세수를 할 때가 많은데 바로 AHC 아이크림을 발라요. 이너뷰티까지 챙기는 편이라 콜라겐도 하루에 세 알씩 먹고 있습니다. 파우치는 그냥 제 분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매일 가지고 다니는 당신의 사적인 EDC도 보고 싶네요.
저는 시계보다 팔찌를 좋아해요. 말씀드렸듯이 뷰티 미용방송은 손 시연이 많은데 시계를 착용하면 시선이 다 그쪽으로 향하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팔찌 정도만 하는 편이에요. 그 외 액세서리는 하지 않아요. 워낙 거추장스러운 걸 싫어해서. 지갑 속에는 외할머니가 주신 부적도 들어있어요. 또 거울도 수시로 보고, 차 키 정도 가지고 다녀요. 사실 이 클러치는 파우치를 담는 용도에요.
판매를 위해서는 쇼호스트가 판매 제품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리고 그 확신을 시청자가 느낄 때 구매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인간 이찬석에게는 어떤 믿음을 갖고 있나요.
음, 믿음이라기보다는 저는 항상 바르고, 정직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해요. 초심을 잃지 않고요. 솔직히 방송도 많이 편해졌고, 느슨해진 부분이 분명히 있을 텐데, 스스로 채찍질을 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저는 당장 내일 일도 잘 모르는 사람이라. (웃음) 현재 홈쇼핑 채널 수가 열 개가 넘어요. 물론 쇼호스트도 그만큼 더 많아졌고요. 채널을 잡아두려면 상품이 좋거나 내가 아는 쇼호스트여야 해요. 제 근본이 되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임하겠지만, 엔터네이너적인 면모도 발휘하고 싶습니다. 인지도가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향후 5년 안에 제 라인이나 브랜드를 론칭하고 싶어요. 에디터 시절부터 가졌던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