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박람회’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리는 바젤월드지만, 올해만큼은 실망을 감추기 힘들다. 그 이유는 바로 바젤월드 경영진의 ‘갑질’에 지친 스와치 그룹이 자회사 브랜드를 전부 철수해버렸기 때문. 스와치 그룹에 속한 브랜드는 오메가, 브레게, 론진, 해밀턴, 티쏘, 블랑팡, 글라슈테 오리지날 등 떠나면 잔치 분위기에 꽤 큰 타격을 줄 존재들이다.
2019년 바젤월드 참가 브랜드 수는 2016년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다. 사실 많은 시계 브랜드들이 박람회 불참은 물론 딜러십 매장까지도 없애는 추세를 보이는데, 이는 시계 박람회라는 것이 인터넷이 확산되지 않았던 시절의 유물이어서다. 그 시절 박람회는 딜러들이 신제품을 처음 접하고 일 년간 판매할 물량을 한 번에 주문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홈페이지나 SNS에서 공개만 해도 마케팅 효과는 충분하다. 더구나 가뜩이나 비싼 스위스 물가에, 박람회 부스를 만드는 데 드는 어마어마한 비용에, 그리고 매년 박람회 기간을 맞아 식대와 숙박요금 바가지 폭탄까지 뒤집어써야 한다면? 오히려 아직까지 남아 있는 브랜드들이 의아할 정도다.
하여튼, 그 얘기는 이쯤 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9 바젤월드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시계 일곱 가지를 살펴보자.
파텍 필립 칼라트라바 위클리 캘린더 5212A
이번에 파텍 필립이 선보인 시계 중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보여준 칼라트라바 위클리 캘린더다. 다이얼 안에 많은 정보를 담아도 역시 파텍답게 간결한 디자인으로 풀어냈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워치에만 스틸 소재를 적용하는 파텍 필립이 스틸 드레스 워치를 내놓은 것 또한 흥미롭다.
- 가격: CHF 29,500
- 사이즈: 40mm
- 재질: 스틸
롤렉스 GMT 마스터 II 126710 BLNR
파텍 필립과 함께 바젤월드의 기둥 역할을 하는 롤렉스라 언급을 안 할 순 없지만, 언제나 그렇듯 롤렉스는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 인기 모델이었던 GMT 마스터 II ‘배트맨’의 재발매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롤렉스가 신제품을 낼 땐가? 밀린 웨이팅 좀 어떻게 해주지. 아슬아슬 줄타기하면서 절대 만나지 않는 롤렉스의 수요와 공급.
- 가격: CHF 8,800
- 사이즈: 40mm
- 재질: 스틸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 1959 리에디션
이렇게 완벽하게 재현한 빈티지 리에디션 시계가 또 있었나 기억을 가다듬어 본다. 몇 가지가 떠오른다. 아니, 사실 생각해보면 충분히 많았다. 그런데 그 어느 것도 내비타이머 1959 리에디션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건 왜일까.
- 가격: $8,600
- 사이즈: 41mm
- 재질: 스틸
제니스 엘 프리메로 리바이벌 50주년
오메가의 바젤월드 불참으로 달착륙 50주년 스피드마스터를 이 리스트에 올리지 못한 것은 유감이지만, 50주년 엘 프리메로는 위로가 되고도 남는다. 원조 엘 프리메로도 스틸이었는데 기념 모델로 스틸 버전이 없는 것은 아쉽지만.
- 가격: CHF 19,900
- 사이즈: 38mm
- 재질: 화이트 골드 / 로즈 골드 / 옐로 골드
융한스 막스 빌 바우하우스 100주년
독일 바우하우스 미술학교 창립 100주년. 흰 드레스 워치에 뜬금없어 보일지도 모르는 빨간 날짜창은 바우하우스 건물의 빨간 문을 나타낸 것이다. 첫인상은 의아하지만, 설명을 차근차근 듣고 나면 안 사고는 못 배기겠는 이 시계는 케이스 백이 압권이다.
- 가격: $1,395
- 사이즈: 38mm
- 재질: 스틸 (PVD 코팅)
튜더 블랙 베이 P01
보는 이로 하여금 머리 위에 현실 물음표가 뜨게 하는 디자인. 요즘 그런 낯선 디자인의 시계 보기 쉽지 않다. 한때 군용 프로토타입으로만 존재했던 시계를 왜 지금 다시 들추는지 모르겠고, 디자인적으로도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지만, 적어도 블랙 베이 P01은 전 세계 시계 커뮤니티를 떠들썩하게 하기 충분했다.
- 가격: $3,950
- 사이즈: 42mm
- 재질: 스틸
그랜드 세이코 스프링 드라이브 20주년
2019년은 기념이 참 많다. 100주년, 50주년에 비하면 소박하지만, 그랜드 세이코의 스프링 드라이브 20주년 기념 컬렉션은 이번 바젤월드의 하이라이트였다. 그중 플래그쉽인 셈인 SBGZ001는 플래티넘 케이스에도 다이얼과 동일한 핸드 피니싱이 들어갔다. 역대 그랜드 세이코 중 가장 비싼 시계이기도 하다. 30점 한정.
- 가격: $76,000
- 사이즈: 38.5mm
- 재질: 플래티넘